스마트폰이 만들어내는 문화 코드에 주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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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뜬금없이 서로의 스마트폰을 부딪치거나, 가는 곳마다 스마트폰을 꺼내 열심히 누르고 있거나, 스마트폰을 들어 사방을 비쳐보는 등 쉽게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뒤로 가끔은 이처럼 이해하기 힘든 장면을 목격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게 미친 짓거리가 아니라 하나하나 모두 의미가 있는 행동들이다. 스마트폰을 부딪침으로써 상대의 연락처가 교환되고, 가는 곳마다 기록을 남기는 게임을 즐기는 중이며, 가까운 커피숍이 어디 있는지 찾아보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 세계에서는 전혀 낯설지 않는 모습들. 그러나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이들에게는 낯선 풍경일 수밖에 없다. 도대체 스마트폰이 뭐길래 이 같은 신기한 그림들이 그려지고 또한 시끄럽게 떠드는 것일까?


휴대폰과 스마트폰. 둘 다 전화기(Phone)라는 측면에서 보면 변할 수 없는 기본적인 두 가지 동질성이 있다. 일단 소통이다. 멀리 떨어진 이들의 목소리를 나눌 수 있던 전화기라는 가장 기본적인 속성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언제나 망(Network)에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어느 때라도 소통을 하기 위해서 망의 연결은 불가피한 일이기에 ‘전화기=망’이라는 논리를 세워도 크게 이상할 게 없다.


그런데 소통과 망이라는 기본 속성만 유지된 것일 뿐 모든 것이 바뀌고 발전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유선에서 무선으로, 음성에서 데이터로 말이다. 특히 음성에서 데이터로 변화한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 휴대폰이나 스마트폰은 비슷한 변화를 겪으면서 발전했지만, 지금은 단순 통화 위주의 휴대폰보다 융복합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의 비중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이는 이용자들이 정보를 접하고 소비하는 생활 환경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장소와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무수히 쏟아지는 정보 중에서 자기가 원하는 정보만을 손쉽게 얻고 즐기며 공유하기 위한 도구로서 활용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휴대폰과 스마트폰은 출발점은 다르지 않을 수 있지만, 그 본질은 분명 다르다. 대부분의 휴대폰은 음성 통화를 중심에 둔 장치다. 사람과 사람의 목소리를 전하는 소통을 무선 환경으로 이어왔던 것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전화나 이동통신 업계의 먹을 거리를 주도했던 수익 모델도 음성 통화에 기반한 것이었다. 이들과 함께 일했던 휴대폰 제조사도 음성 통화에 충실한 휴대폰을 만들어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음성 통화만 잘되는 휴대폰만 내놔도 될 정도로 소비자의 이용 환경에 큰 변화는 없었다. 휴대폰에서 데이터를 주고 받거나 소비하는 행위가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보조적인 서비스 측면에서 존재하는 것이었고 영화나 음악 등 단편적인 컨텐츠 위주여서 음성을 넘어서거나 다른 관점으로 보던 것은 아니었다.


스마트폰은 이러한 단편적 데이터 기능과 음성에 얽매여 개발하면 안되는 장치다. 음성 기반의 휴대폰과 달리 스마트폰은 데이터 기반 도구로 성격이 바뀌기 때문이다. 과거 음성이 이용자의 주요 소비 항목이었다면 지금은 일상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데이터가 그 자리를 대체해 가고 있다. 이는 e-메일처럼 단순히 전달되는 데이터가 아니다. 우리는 이미 작은 약속을 잡는 일까지도 ‘시간’이라는 데이터로 남기고 있고, 지금 앉아 있거나 서 있는 자리도 ‘위치’라는 데이터로 생성하며, 이것을 망을 이용해 주고 받는 여러 데이터를 결합함으로써 훨씬 더 나은 정보를 만들어내게 된다. 이처럼 이용자 주변에서 생성되는 복잡하고 넘쳐나는 데이터를 조합하고 가공해 원하는 정보로 추려내거나 이를 공유하는 일을 돕는 것이 바로 스마트폰인 것이다. 더불어 음성 기능과 데이터 관리 기능을 접목한 장치라는 과거 스마트폰의 정의는 이제 버려야 한다.


그런데 이용자가 원하는 데이터 친화적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단말기는 고도의 성능과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이용자가 만들어내는 데이터가 모두 다른 터라 이를 정보로 바꿀 수 있는 환경이 빠르고 유연해야 하는 것이다. 음성보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데이터를 다루는 점에서 좀더 빠른 처리 능력은 필수. 여기에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모바일 운영체제는 물론 단말기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정보로 바꿔주는 수많은 응용 프로그램과 이를 축적하고 재활용하는 클라우스 컴퓨팅, 응용 프로그램 개발자를 위한 편리한 개발 도구, 여기에 수많은 응용 프로그램을 쉽게 쓸 수 있는 마켓 플레이스 같은 유통 시장까지 모두 이러한 유연함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앞으로 스마트폰은 우리가 움직이는 모든 곳에서 데이터를 만들고 쌓는 것과 아울러 네트워크와 결합해 정보로 바꾸고 공유하는 일들을 계속 하게 될 것이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휴대폰에서 경험할 수 없는 스마트폰만의 문화적 코드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범프(bump)라는 스마트폰 응용 프로그램을 실행해 두 단말을 부딪쳐 연락처를 주고 받는 모습은 스마트폰 세계에서만 볼 수 있는 문화적 코드의 한 예다. 데이터를 즐길 줄 아는 이들의 만남을 통해 확산되는 이러한 문화적 코드가 스마트폰의 보급을 더욱 재촉할 것이다. 분명 데이터를 즐길 줄 모르는 이들도 문화적 소외감을 경험하지 않기 위해 스마트폰을 쓰게 되는 일이 생기게 될 것이다. 스마트폰의 기술은 즐기면 될 뿐이다. 하지만 그 문화는 지금보다 더 무섭게 변할 것이다.


** 이글은 4월 12일자 <교수 신문>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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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 Written by:

18 Comments

  1. 2010년 4월 20일
    Reply

    음.. bump라는 서비스(?)는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궁금해지네요 ㅎ

    개인적으로 허세가 대부분인 스마트하지 않은 스마트폰 문화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물론 필요한 사람들이 반사이익으로 ‘저렴한 가격에 입수’할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말이죠.

    • 데브초이
      2010년 4월 20일
      Reply

      Bump는 서비스 회사로 두단말의 정보를 전송하여 내려주는 방식입니다. ^^

    • 칫솔
      2010년 4월 23일
      Reply

      사람에 따라서 허세가 될 수도, 유용한 서비스가 될 수도 있겠지요. 다만 앞으로도 사람이 똑똑해야 스마트폰의 진가가 발휘되는 것은 변함이 없을 겁니다. ^^

  2. 2010년 4월 20일
    Reply

    확실히 스마트폰이 만들어내는 문화는 그 생명주기가 짧고 보여주기용의 성질이 강하죠.
    위에 구차님도 썼지만 허세문화라고 할만 합니다.
    이걸 잘 만들어내고 운영하는 주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서 사회에 잘 적응하느냐 마느냐가 결정되는거 같습니다.
    게다가 스마트폰이 만들어내는 문화는 SNS 등으로 연결은 되겠지만 실질적인 연결은 없는 그냥 온라인 상에서의 문화만 존재할 뿐 인간미 자체를 실종시킬 수 있다는 생각도 드네요 -.-;

    • 칫솔
      2010년 4월 23일
      Reply

      사실 인간미가 실종되느냐 강화되느냐는 정말 한끝 차이가 아닌가 싶어요. 솔직히 지금보다 더 나빠지는 게 걱정되기는 하지만, 어쩌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도 있는 법이니까요. 그런 희망이 있어야 스마트폰을 쓰는 재미도 더 늘어나겠죠? ^^

  3. 2010년 4월 20일
    Reply

    스마트폰을 전화로 생각하는 삼성이 한심해 지늠….

    • 칫솔
      2010년 4월 23일
      Reply

      지금은 생각을 많이 바꿨을 겁니다. ^^

  4. dylanseo1995
    2010년 4월 20일
    Reply

    허세도 만만치 않죠…. 주변에 전화,문자만 할꺼면서 괜히 사시는분 있습니다… 어떤분은 왜려 피쳐폰보다 음질떨어진다고 다시 바꾸던데..

    • 칫솔
      2010년 4월 23일
      Reply

      근데 앞으로는 그런 분들 더 늘어날거에요. 스마트폰을 안쓰더라도 뒤쳐지지 않는다는 인식을 갖고 싶어서 스마트폰 쓰는 분들. 그 분들을 탓할 수는 없을 겁니다.

  5. 2010년 4월 20일
    Reply

    아마 처음 휴대폰이 보급되기 시작했을 때도 비슷하지 않았을까요? ㅎㅎㅎ
    사람들은 이렇게 적응하여 가는 거 같습니다 ^^

    • 칫솔
      2010년 4월 23일
      Reply

      맞아요. 이렇게 적응해가다보면 어느새 스마트폰 생활을 즐기게 되겠죠. ^^

  6. 2010년 4월 20일
    Reply

    이런 글 볼때마다 스마트폰이 자꾸자꾸 쓰고 싶어 지는데 그게 잘 안되네요.
    내가 써야 스마트폰에 대한 포스팅도 한번 해볼텐데… 써보질 못했으니 생각조차도 안납니다. ㅋ
    스마트폰을 가지는 그날까지… ^^

    • 칫솔
      2010년 4월 23일
      Reply

      빨랑 스마트폰 프로그래머로 전환하시는 게 좋겠어요. ㅋㅋㅋ

  7. 2010년 4월 20일
    Reply

    스마트폰으로 인하여 생활의 많은 부분이 변하는 것 같아요… ^^

    • 칫솔
      2010년 4월 23일
      Reply

      지금도 변했다 하지만, 앞으로 변화를 따라가려면 스마트폰을 쓰지 않을 수 없을 거에요. ^^

  8. 2010년 4월 21일
    Reply

    저도 고민하다가 결국 일반폰으로 갔죠.
    대신 아이팟터치+일반폰의 조합으로^^;
    스마트폰… 잘쓰면 편하고, 활용못하는 사람에겐
    휴대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겠죠? 얼마나 적응을 잘해나가느냐가 문제인듯^^

    • 칫솔
      2010년 4월 23일
      Reply

      그렇긴 한데요. 라이너스님이 앞으로 뭔가를 관리들어갈 때 스마트폰이 필요한 날이 올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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