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초에 있었던 인텔 코리아의 아톰 z3000 시리즈 벤치마크 행사는 태블릿용으로 내놨다는 아톰 프로세서의 성능과 특징을 이해하는 데 여러모로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넷북 시절의 아톰 N시리즈와 비교했을 때 아톰 z3000 시리즈는 분명 몇 가지 인상적인 특징을 담고 있었고, 벤치마크 테스트를 통해서 그 성능은 증명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아톰 z3000 시리즈가 이전에 쌓인 아톰 프로세서에 대한 트라우마를 잊게 할 것이라는 확신으로 연결되진 않았다. 이를 확인하는 방법은 한 가지 뿐. 아톰 Z3000을 품은 태블릿을 써보는 것 뿐이기에 결국 2주 전 아톰 Z3000을 품은 태블릿, 에이수스 트랜스포머 T100(이하 에이수스 T100)을 구해 벤치마크가 아닌 일반적인 상황의 능력을 점검했다.
에이수스 T100처럼 지금 출시된 윈도8.1 계열 태블릿에서 가장 흔하게 보는 아톰 프로세서는 아톰 Z3740 쿼드코어 프로세서(버스트 모드에서 최대 클록 1.86GHz)다. 하이퍼 스레딩은 적용하지 않았다. 2MB 캐시에 시나리오 설계 전력은 2.2W. 램은 2GB까지 쓸 수 있고 인텔 HD 그래픽스를 내장한 SoC(System on Chip)다. 영상 인코딩 가속 기능인 퀵싱크 비디오와 영상 품질을 끌어 올리는 클리어 비디오 HD, 인텔 무선 디스플레이와 저작권이 포함된 컨텐츠를 재생할 때 필요한 인텔 인사이더도 포함했다.
이런 특징을 지닌 아톰 Z3740의 성능은 앞서 확인할 만큼 했으니 이제 아톰을 실은 윈도8 태블릿은 쓸만 했느냐로 관점을 옮겨서 이야기해보자. 에이수스 T100은 윈도8.1 태블릿이다. 터치 기반의 조작성과 PC의 사용성, 응용 프로그램의 호환성을 모두 만족시켜야 할 책임이 아톰에게 있다. 앞서 나왔던 듀얼 코어 아톰 Z2760은 터치의 조작성과 일부 PC 사용성은 만족했지만, 응용 프로그램과 미디어 호환성에선 약점이 있었다.
일단 윈도 8.1에서 시작 화면의 타일 UI를 다루는 느낌은 다른 코어 프로세서를 쓴 것과 별반 차이를 느낄 수는 없을 만큼 만족스럽다. 물론 아톰 Z2760도 UI를 조작에선 큰 문제가 없던 것이긴 하나 UI의 움직임만 보고 있으면 고성능 태블릿이 필요 없을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감을 품게 한다.
그 기대감이 아톰 Z2760에선 쉽게 무너졌고, 아톰 Z3740는 어느 정도 버텨냈다는 것이 달라진 점이다. 타일 UI의 반응 속도에서 명확한 차이를 알기 힘들었으나 아톰 Z2760에서 헐떡이던 몇몇 윈도8용 게임을 아톰Z3740에서 실행했을 때 날렵하게 그려내는 그 속도를 본 뒤에야 이제서야 앱을 쓸 수 있다는 데 안도감이 들었던 것이다. 광원 효과가 일품인 바이올렛 스톰처럼 화려한 그래픽의 슈팅 게임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아톰 태블릿은 정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불어 미디어 호환성도 한결 나아졌다. 더 이상 H.264 포맷의 동영상이 제대로 재생되느냐 아니냐는 것을 따질 필요는 없다. 유투브 동영상이 이따금씩 끊어지는 현상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사실 아톰 Z2760도 미디어 호환성이 나쁜 편은 아니었지만, 가끔씩 매끄럽게 보여주지 못할 때가 있다보니 살짝 들었던 불안함을 아톰 Z3740은 말끔하게 지워냈다.
무엇보다 인텔 무선 디스플레이를 쓸 수 있게 된 점에서 이제서야 인텔 기술이 들어간 태블릿 프로세서를 만난 느낌이다. 지난 세대까지 인텔은 아톰 태블릿에서 인텔 무선 디스플레이(WIDI)의 이용을 허락하지 않았는데, 인텔은 그 이유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노트북도 쓸 수 있고 스마트폰도 쓸 수 있던 인텔 무선 디스플레이를 유일하게 아톰 태블릿만 쓰지 못했던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 8.1에 미라캐스트 표준의 무선 디스플레이를 공식적으로 지원한다고 했으나 에이수스 T100에선 인텔 무선 디스플레이를 지원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미라캐스트와 인텔 무선 플레이는 기본적인 작동 방식은 같지만, 인증 방식이 달라 알아보긴 쉽다. 인텔 코리아는 인텔과 브로드컴 무선 랜 칩셋을 쓴 아톰 태블릿에서 무선 디스플레이를 쓸 수 있으며 그 밖의 칩셋(퀄컴 애서로스)은 지금 지원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에이수스 T100을 통해 확인한 아톰 태블릿의 인텔 무선 디스플레이의 기본 구성은 노트북의 인텔 디스플레이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인텔 와이다이 프로그램 대신 윈도 8.1에서 직접 제어한다. 복제와 확장, 단일 출력 등 여러 모드로 설정할 수 있고 무선 표시 장치에 맞춰 화면 해상도도 조절된다. 영상을 재생할 때 프레임 저하 현상은 거의 일어나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노트북만큼 반응 속도가 빠르진 않아 세컨 디스플레이를 이용한 작업은 약간 한계가 있어 보인다.
태블릿을 통해 확인한 아톰 Z3740은 이제 인터넷과 미디어 감상, 가벼운 생산적 업무 처리 같은 일상적인 작업을 하는 데 있어 큰 걸림돌로 작용할 단계를 벗어난 칩셋에 가까워졌다. 무겁고 어려운 프로그램을 돌려야 하고 호환성이 좋아야 할 것 같은 윈도 태블릿에 거는 기대에 결코 모자람이 없는 능력을 발휘했으니 말이다. 물론 포토샵이나 프리미어 등 정교한 편집기처럼 정말 무거운 프로그램의 궁합은 여전히 맞지 않지만, 다른 안드로이드 태블릿 수준의 프로그램들을 돌리는 것과 비교하면 그리 뒤떨어지는 느낌은 없다. 더구나 발열은 이전 아톰 Z2760에서도 잘 잡았긴 했지만, 아톰 Z3740는 더 줄어든 느낌이다. 화면을 띄워놓고 장시간 작업을 해도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배터리를 아끼는 능력도 좋아졌다.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일에 알맞게 능력을 키운 아톰. 어쩌면 지금 긴 부진의 터널의 끝을 지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덧붙임 #
에이수스 트랜스포머 T100의 이용 경험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정리함.
아직은 아톰이 복잡하고 정교한 업무를 수행하기에는 부족한가 보네요. 저는 포토샵이나 프리미어 작업을 테블릿이 아닌 PC로 하고 있기에 아직은 비교해 볼 기회가 없었거든요. 인텔이 아톰의 최적화를 통해 다시 성공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아톰 자체가 저전력 기반 장치를 대상으로 하는 제품이다보니 고성능을 요구하는 작업에 맞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른 모바일 제품과 경쟁할 만큼 좋아졌고 로드맵도 점차 빨라지고 있으니 머지않아 재미있는 장면을 보게 될 듯 싶군요.
요 제품 오늘 새벽에 아마존에 299인가에 떴었나 보던데..안타깝네요. 칫솔님 글을 보니. ^^ 아톰이 이제 좋아졌군요… CPU 안본지 넘 오래라. ㅎㅎ
이제 비슷한 제품군과 비교할 만해진 셈이지요. 윈도 계열에서는 훨씬 궁합이 잘 맞고요. 그나저나 그거 말고 다른 걸 노리심이… ^^
베뉴11프로는 더 좋겠네요
11프로에 들어 있는 아톰 z3770의 제원을 보면 성능적으로는 그럴 가능성이 높지요.
국내에서도 아톰 가격이 착해지기만 하면 참 좋을텐데 말이죠 ^^;
저전력 치고는 꽤 성능이 나와주는걸 보면 장기적으로는 셀러론을 대체할수 있지 않을까도 싶어집니다.
(물론 여기서 셀러론은 구형.. 요즘 셀러론은 걍.. 저가형이지 별 차이도 없는거 같더라구요)
그래도 몇몇 외산 제품의 국내 출시가가 꽤 인상적이긴 합니다. 세금 포함한 가격이 50만 원 정도니까요. 그나저나 일부 셀러론 아톰 프로세서를 쓰니까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