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서 아이코니아 W4, 간결함과 배려를 놓친 윈도8 태블릿

에이서 아이코니아 W4 리뷰, 에이서 아이코니아 W4 특징
에이서 아이코니아 W4(이하 에이서 W4)가 다른 제품에 비해 속이 부실하거나 능력이 모자랐다면 아마도 조용히 돌려보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제품은 의외로 둘러볼 요소를 제법 갖고 있는 윈도8 태블릿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불편하게도 겉모습에 대해 시시콜콜 딴지를 걸 수밖에 없다. 포장재의 형편 없는 도안은 사실 거짓일 것이고, 그 안에 들어 있는 에이서 W4는 다를 거라며 반전을 기대한 내가 틀렸다. 현실에서 맞딱들인 에이서 W4는 꽤 난감한 모양새다. 아톰 기반의 8인치 윈도 8 태블릿의 제원(아톰 Z3740 시리즈, 2GB 램, 32 또는 64GB 저장 공간, 1280×800의 해상도)과 성능이 고만고만한 터라 그 어느 때보다 만듦새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에이서 W4는 그런 전략적 사고의 산물은 아닌 듯하다. 해석이 쉽지 않은 앞쪽 생김새, 같은 플라스틱이면서 다른 색상, 여러 단자가 드러나 어지러운 테두리, 매끄럽지 않은 단자의 마감, 스티커만 화려한 뒤판을 둘러 보면 한숨부터 뱉고 만다. 동급 8인치 윈도8 태블릿보다 좀더 두껍고 무거운 것은 차라리 애교로 봐줄 지언정 아이코니아 W4를 이런 만듦새로 내놓은 에이서의 생각이 무엇인지 읽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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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가지 다른 플라스틱 재질과 색을 쓴 앞쪽 생김새
다만 에이서 아이코니아 W4의 앞쪽 윈도 버튼과 마이크로 HDMI 단자는 그나마 시덥잖은 만듦새에 대한 평가와 함께 묻어버리면 안될 것들이다. 다른 윈도8 태블릿처럼 시작 화면으로 돌아가는 윈도 버튼을 옆 또는 위에 두었다면 그것은 거의 쓸모 없는 장식에 불과했겠지만, 에이서 W4는 앞쪽에 버튼을 둔 덕분에 시작 화면 전환이 쉽다. TV 또는 큰 모니터를 마이크로 HDMI 단자와 연결해 아이코니아 W4의 컨텐츠를 즐기는 재미도 쏠쏠하다. 물론 무선 디스플레이도 쓸 수 있다. 인텔 무선 디스플레이와 호환되는 브로드컴 무선 랜 어댑터를 쓰는 덕분에 와이다이나 미라 캐스트 어댑터 중 어느 것이든 잘 붙고 무선 연결 뒤에도 태블릿이 느려지는 일도 없다. 다만 유선이든 무선이든 에이서 W4의 화면을 그대로 복제하는 옵션은 작동하지 않는다. USB OTG(on-the-go) 케이블을 마이크로 USB 단자에 꽂으면 USB 메모리나 마우스 같은 일반 USB 장치 하나 정도는 쓸 수 있게 준비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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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SD와 HDMI 단자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에이서 W4의 만듦새를 보며 조금만 덜 투덜거릴 수만 있다면 평가는 훨씬 후했을 지도 모른다. 사실 윈도8 아톰 태블릿은 거의 비슷한 제원과 운영체제, 오피스 번들까지 기본 구성이 거의 같은 터라 만듦새와 확장성, 부가 소프트웨어, 서비스에서 무엇이 다른지 상대적인 비교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에이서 W4의 만듦새가 감점 요소를 지니고 있기는 해도 확장성과 소프트웨어 환경 측면에서 가산점을 얻을 수도 있다. 단지 그 가산점이 깎인 점수를 복원할 만큼 영향을 미칠 것인지 확신하기 어려울 뿐…


에이서는 자사 제품들을 서로 연동할 수 있는 에이서 클라우드를 오랫동안 서비스해 왔는데, 아이코니아 W4에서 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에이서 클라우드를 이용하면 음악이나 사진, 문서를 에이서 클라우드를 통해 여러 장치에서 함께 쓸 수 있고, 스마트폰용 에이서 클라우드 앱을 설치하면 스마트폰에서도 에이서 W4의 컨텐츠를 긁어와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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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자 덮개로 잘 가리기만 했어도 깔끔했을 테두리
그런데 에이서 W4의 데스크톱 모드에 들어가면 클라우드 프로그램들의 아이콘이 있고 에이서 포털이 실행된다. 이 프로그램들은 이용자가 원하면 설치하지만, 대부분 데스크탑용이다. 원래 노트북에서 쓰던 것을 내려받을 수 있게 넣어 놓은 모양이다. 그런데 에이서 W4 이용자들은 데스크톱용 대신 윈도8 용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없다. 심지어 에이서 익스플로러라는 가이드앱에서 조차 관련 앱을 찾을 수 없다. 윈도 스토어에서 ACER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에이서 클라우드를 이용할 수 있는 몇 개의 응용 프로그램이 뜨는데, 데스크톱 버전과 인터페이스는 비슷해 보여도 다루는 편의성에서 윈도8 버전이 앞서 있다. 심지어 카메라 앱도 기본보다 더 나은 앱을 다운로드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버전을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설명이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이다.


더불어 와일드탄젠트(WildTangent)에서 배급 중인 윈도우8 전용 게임 가운데 에이서 태블릿이나 노트북에서만 즐길 수 있는 독점 타이틀이 있다. 바이올렛 스톰(Violet Storm)도 그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런 게임을 다운로드 할 수 있다고 알려주지 않는다. 에이서 W4에서만 할 수 있는 응용 프로그램과 서비스가 있으면 그것을 이용자가 선택하게끔 도와주는 게 상식일 텐데 아무래도 상식의 기준이 다른 지도 모를 일이다. 조금만 더 친절했다면 W4의 평가는 또 달라졌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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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서의 윈도8 전용 앱도 제법 많다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환경을 더욱 돋보이도록 하는 것은 깜빡했지만, 이 서비스와 응용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기초 체력은 괜찮다. 아톰 태블릿에 맞는 팟플레이어 설정을 한 뒤 1080P 동영상을 재생하면 1시간 동안 15%의 전력만 쓴다. 영화 3편 정도는 무난하게 볼 수 있고, 본체를 쓰지 않는 동안 전력 낭비가 되지 않게끔 대기 전력 관리 능력이 좋다. 64GB의 저장 공간을 담았지만, 실제로 쓸 수 있는 용량은 38.5GB 정도다. 용량이 모자라면 마이크로 SD 카드를 꽂아 확장할 수 있다. 그래픽 성능은 여느 아톰 태블릿과 마찬가지로 블리자드의 하스스톤 정도는 무난하게 즐길 수 있다.


하드웨어 능력 만큼은 부족함을 느끼지 못한 에이서 아이코니아 W4는 분명 더 좋은 윈도8 태블릿이 될 수도 있었다. 단지 달라야 한다는 것과 많은 것을 담아야 한다는 욕심에 비해 간결함을 잊었고 이용자에 대한 배려를 놓쳤다. 그 두 가지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만듦새와 이용자 경험을 담았다면 아마도 나는 전혀 다른 방향의 글을 썼을 지도 모른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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