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렁에 빠진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구하려는 구글의 선택

넥서스7과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유통 구조
구글이 넥서스7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CEO와 운영체제 총괄, 제품 담당자가 함께 세계를 돌아다니며 넥서스7 홍보에 열을 올리는 것을 우리나라에서도 직접 목격할 수 있던 장면이었으니까. 그런데 이들이 이처럼 열성적으로 넥서스7의 홍보에 나선 배경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점 중 하나다. 단순히 안드로이드 태블릿 시장의 부진을 타파하기 위한 제품을 알리기 위해 거물급 임원들이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는 터라 그 효과는 크겠지만, 뒤쳐진 안드로이드 태블릿 시장의 부흥을 위한 이유로만 치부하기에는 뭔가 떨떠름한 게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태블릿 유통 구조의 변화다.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유통 구조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구글 플레이의 수익 배분 구조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히 정리해 보자. 구글 플레이에서 판매되는 앱은 통상 7대 3의 비율로 수익이 배분된다. 70%가 개발자의 몫으로 돌려주고, 나머지 30%는 구글이 아닌 이통사의 몫으로 정해져 있다. 이는 안드로이드 마켓의 개발자 약관에 명시된 내용이다. 그 명목은 이통사의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는 데 따르는 수수료로 구글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유통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통사의 몫을 챙겨주면서 그들이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위해 더 많이 노력할 수 있도록 과거 마켓 플레이스에서 구글 플레이로 이어지는 지금까지 판매된 앱의 30%를 돌려주는 것이다. 결국 구글은 구글 플레이에서 얻는 수익을 전부 가져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이통사의 역할이 약해지는 상황이 생겼을 때 구글 플레이의 수익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이 남는다. 이를 테면 넥서스7을 보듯이 이통사를 통하지 않고 판매되는 것처럼 이통사가 유통에 대한 제 역할을 찾지 못하는 지금의 달라진 안드로이드 태블릿 시장처럼 말이다. 앞서 지적한 대로 안드로이드 태블릿 시장은 스마트폰에 비해 이통사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졌고, 단말기와 앱의 유통 환경의 본질이 바뀌는 중이다. 태블릿에서 데이터 통신의 중요성은 무시할 수 없지만, 소비되는 데이터량에 비해 이동 통신 서비스로 제공받을 수 있는 데이터 전송량이 너무 적고 음성 통신이 제외된 터라 꼭 이통사를 통해 제품을 구매할 이유가 적어진 것이 태블릿 유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처럼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이통사를 통해 판매되지 않는 한 가지 이유 만으로 이통사의 결제 시스템을 이용할 이유가 없어지고 판매된 앱의 30%의 수익을 이통사에게 줘야 할 의무가 사라지는 것으로 연결된다.

넥서스7과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유통 구조

30%라는 배분율이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는 수수료라고 했으니 아마 구글 플레이만 탑재된 환경이라면 당연히 구글 월렛을 운영하는 구글의 몫이 된다. 그렇다면 구글은 이렇게 수익이 얻어질 것을 예상하고 그 비용으로 넥서스7을 지원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이미 알려진 대로 구글은 넥서스7의 판매로 얻는 이익이 거의 없다. 제조와 납품에 소요되는 비용은 에이수스에, 유통 비용은 각 국가별 유통 사업자에게 지급해야 하므로 구글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마케팅을 포함한 여러 비용까지 고려하면 오히려 손해일 수도 있다. 하지만 30%라는 수수료가 구글 전체 수익 시스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지라도 수적인 열세를 회복하기 위해서 하드웨어 보급을 위한 투자 비용을 감안한다면 큰 손해라고 여기긴 힘들 것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인앱결제를 구글 월렛으로 통일하면서 구글쪽의 수익이 늘어났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시나리오는 충분히 나올 만하다.

물론 구글이 안드로이드 태블릿 생태계가 안정화된 이후 30%의 수수료를 독식하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지금은 말하기 어렵다. 그것이 큰 수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면 몰라도 이미 구글은 30%에 강한 미련을 보인 적이 별로 없던 데다 안드로이드 생태계가 컨텐츠 중심의 아마존과 완전히 다른 구조여서 그 수익을 바라고 판을 짜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사실을 모를리 없을 것이다.

단지 구글이 넥서스7의 보급을 시작하면서 이통사 대신 유통 채널로 나서게 된 사실은 개방성을 앞세워 성장한 안드로이드 생태계 중 일부의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되는 것임은 분명하다. 독점 문제를 피하기 위해 모토롤라를 통한 직접 제조는 하지 않는 대신 구글 플레이로부터 배분받는 30%의 수수료를 지속적으로 하드웨어 유통을 위해 투입하고 이를 통해 만들어진 강력한 유통력을 안드로이드 태블릿 제조사에게 보여주는 것만으로 태블릿 시장의 주도권을 쥐는 계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구글은 통제 가능한 값싼 레퍼런스 태블릿 생태계를 따로 만들어 폐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것이다.

넥서스7과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유통 구조
하지만 넥서스7 같은 유형의 사업 모델을 장기적으로 이끌어 갈 때 염려되는 점도 있다. 자칫 구글이 통제하는 시장만 살아남고 다른 시장이 사장되는 현상도 우려되는 점 중 하나다. 넥서스7과 같은 유통 방식은 제조사가 구글의 하청 업자로 인식되는 문제를 낳고 있어 여러 제조사를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자칫 생태계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구글 플레이 중심의 안드로이드 태블릿 생태계의 생존이 아니라 몰락을 의미하기 때문에 구글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어쨌거나 더 큰 판을 만들어야 할 구글에게 있어 30%의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것은 원래 지향했던 것이 아닐 것이다. 어차피 시장을 만들기 위해 포기했던 것이었고, 뜻하지 않게 일시적으로 그것을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했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30%의 수수료를 받는 시장을 만드는 데 연연하기보다 서로 좋은 결실을 맺기 위한 건전한 판으로 바꿔 놓느냐는 것이다. 여러 변수 속에서 구글이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안드로이드 태블릿 생태계는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고 이탈과 혼돈으로 빠져들 수 있는 중요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

덧붙임 #

1. 구글은 ‘2012년 9월까지 67만5천개의 앱이 구글 플레이에 등록되었고 250억 다운로드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2. 태블릿 시장에서는 컨텐츠 판매로 수익을 낸다고 여기는 이들이 있는데, 그것은 생태계마다 차이를 무시한 판단이다. 이를 테면 애플은 이번 회기년도의 2분기 실적에서 하드웨어 매출 390억 달러, 앱스토어 매출 19억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앱스토어 매출 19억 달러 중 애플이 가져갈 수 있는 매출은 30%이므로 5천700만 5억7천만 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애플이 하드웨어 사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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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 Written by:

5 Comments

  1. 2012년 10월 16일
    Reply

    그래도 애플과 구글이라는 회사는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LG IPTV와 연동하는 구글TV…관심이 많이 가네요^

    • 칫솔
      2012년 10월 17일
      Reply

      애플, 구글이 대단하지만, 이에 대한 쏠림이 심화되는 것을 경계해야 할 시점에 이른 것은 아닐까 싶군요.

  2. 멤피스
    2012년 10월 16일
    Reply

    “특히 앱스토어 매출 19억 달러 중 애플이 가져갈 수 있는 매출은 30%이므로 5천700만 달러 밖에 되지 않는다”

    19억의 30%면 5억 7천만 달러 아닌가요? 390억 달러에 비하면 아주 적다는 건 같지만.

    • 칫솔
      2012년 10월 17일
      Reply

      고맙습니다. ^^

  3. yongary
    2012년 10월 18일
    Reply

    구글에 앱을 팔면 개발사 7: 구글 3 으로 알고 있습니다.
    카드결제를 할 경우 구글3 이 부분을 구글이 다 먹는데,
    대신 카드가 아닌 이통사 결제대행을 통해 결제 할 경우에는 저 구글3 을 다시 나누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다른 의견 있으시면 답댓글 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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