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안방 침공, 물음표는 언제 뗄까?

첫 삽을 뜬지 얼마 안된 자동차나 스마트워치는 그렇다 해도 오랫동안 공들인 TV에서 구글은 여전히 큰 재미를 보진 못하고 있다. 모바일 다음으로 구글의 긴 투자 역사를 가진 TV 분야에서 이처럼 고전할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았을 게다. 스마트폰 다음으로 스마트TV 시장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곧바로 구글 TV 플랫폼을 냈지만, 준비되지 않는 이 플랫폼은 2년 뒤 종말을 겪는다. 그 뒤 재차 도전한 값싼 크롬캐스트가 출시 2년 만에 1천만대를 팔아치우며 가능성을 엿보긴 했지만, 모바일 장치의 화면 복제(미러링)와 IP를 통한 컨텐츠 수신(캐스팅) 혼합한 방식은 구글이 구축하려는 TV 플랫폼과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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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첫 안드로이드TV 플랫폼을 실은 넥서스 플레이어. 우리나라에도 출시했다

결국 지난 해 구글은 롤리팝 기반의 안드로이드TV 플랫폼을 선보였다. 구글TV를 접고 만든 또 다른 안드로이드 기반 TV 서비스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은 구글 플레이와 유투브, 그 밖의 컨텐츠 서비스앱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 플랫폼이 온전히 들어 있다. 간단한 리모컨으로 다루기 쉬운 GUI와 음성 검색을 담았다. 이 플랫폼을 담은 첫 제품 넥서스 플레이어는 지난 해 가을에 출시되었고 이후 소니와 파나소닉, 그리고 엔비디아와 레이저가 각각 TV와 셋톱 형태의 제품을 출시했다. 넥서스 플레이어는 우리나라도 이제 막 판매를 시작했고 LG U+는 이 플랫폼을 넣은 IPTV 셋톱을 보급하기 시작했다.

안드로이드TV가 들어 있는 넥서스 플레이어를 실제로 써보면 쉽게 다룰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는 것을 길게 말하지 않아도 알 정도다. TV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 카드 형태의 큼지막한 앱 아이콘을 리모컨의 방향 버튼과 확인 버튼만 눌러서 다룰 수 있어서다. 컨텐츠의 재생과 멈춤, 탐색도 어렵지 않다. 리모컨으로 즐기는 게임도 있지만, 블루투스 게임 컨트롤러를 연결하면 좀더 많은 방식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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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텐츠는 다양한 듯하지만, 주목할 만한 컨텐츠와 서비스는 여전히 부족하다.

인터넷에 있는 셀 수 없이 많은 컨텐츠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안드로이드TV는 첫 제품이 나온 지 아직 1년이 지나지 않았다. 벌써 안드로이드TV도 성과를 논할 단계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미지근한 반응이 왠지 불안하다. 안드로이드TV의 레퍼런스 제품인 넥서스 플레이어나 쉴드 같은 제품군을 써보면 분명 쉬운 메뉴 구조에 익숙한 환경이라 거부감은 적었다. 구글 플레이에서 응용 프로그램이나 영화, 음악 같은 컨텐츠를 보는 것도 무리 없다. 더 쓰기 편해졌는데 안드로이드TV를 오래 쓰려는 마음은 들지 않는다.

왜 그런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무엇보다 여전히 안드로이드TV 플랫폼이 어떤 이용자 경험을 주려는 지 조금 애매하다. 안드로이드TV가 구글 플레이와 유투브, IP 기반 컨텐츠의 이용 경험을 확대하기 위한 장치로 손색 없는 한편으로 잘 만든 고화질 컨텐츠를 큰 TV에서 즐기고 싶은 이용자의 입장에서 안드로이드TV는 여기에 걸맞은 컨텐츠를 찾기 힘들다. 이용자들이 보고 싶은 주문형 비디오 컨텐츠도 아직 빈약하다. 유투브나 TED, 레드불TV 등 TV와 다른 컨텐츠가 있긴 하나 정작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은 이곳에서 보기 힘들다. 다른 주문형 컨텐츠를 볼 수 있는 장치와 비교해 컨텐츠는 여전히 숙제인 것이다.

그나마 안드로이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이 또 다른 특징이지만, 아직 TV 환경에 최적화되지 않은 안드로이드 게임이 더 많다. 물론 해상도는 모자람이 없지만, 그래픽 품질은 모바일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안드로이드TV에 견줄 수 있는 게임 콘솔과 격차가 큽니다. 그나마 엔비디아는 쉴드TV를 내놓으면서 PC 게임 스트리밍을 할 수 있는 게이밍 콘솔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 점을 제외하면 게이머들을 끌어들일 유인책도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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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게임을 대형 TV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 스트리밍을 담은 엔비디아 쉴드TV

지금은 안드로이드TV가 모바일 경험의 확장에서 머무른 수준에 불과하다. 때문에 안드로이드TV를 쓴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러한 약점이 금세 드러날 수밖에 없다. 이 말은 안드로이드TV가 TV에 어울리는 컨텐츠를 준비할 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관점으로 재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드로이드TV가 모바일 플랫폼의 확장을 노리는 파생 상품이 아니라 TV의 관점으로 접근할 때까지 이 같은 약점은 계속 작용할 것이다.

물론 전략적인 문제도 없는 것은 아니다. 위기감이 컸던 모바일 시장에서 안드로이드로 헤쳐 모였던 업계의 이해 관계가 TV 산업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특정 플랫폼에 대한 느슨한 관계를 지속하는 TV 업계의 처지는 구글에게 큰 장벽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안드로이드TV 자체가 연대할 만한 경쟁력이 관건이나 이에 대한 구글의 대응이 미온적이다. 과거 안드로이드 개발자를 끌어들인 수준의 투자가 이뤄지면 몰라도 지금은 너무 조용하다. 이 산업이 장기전이라 생각한다쳐도 구글의 안방 침공은 여전히 물음표를 달고 있다. 이용자나 앱 개발자나 컨텐츠 제작자들이 좋아하지 않는 물음표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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