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셈블러 데모의 절정판, 세컨드 리얼리티


(출처 : 유튜브)

어제 IBM-PC 5150에서 전체 화면에 30프레임 영상을 재생하는 동영상을 올렸는데, 그걸 보고 있자니 문득 세컨드 리얼리티가 떠오르더군요. 1993년 어셈블리’93 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던 데모 프로그램 말입니다. 그래서 위 동영상을 유투브에서 꺼내왔습니다.

1994년 이전에 PC를 다뤘던 이들은 아마도 위 동영상을 보면 기억이 되살아나실 겁니다. 굳이 PC를 다루지 않았더라도 용산 또는 전국 PC 매장을 스쳐 지나갈 때 어렴풋 본 기억일 수도 있고요. 그 때 매장에 진열된 거의 모든 PC에서 데모로 돌렸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던 데모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세컨드 리얼리티는 퓨처 크루라는 프로젝트 팀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어셈블리 대회가 처음 개최된 92년도에 언리얼11(게임은 아닙니다)이라는 데모로 우승을 차지한 뒤 어드밴스트 그라비스와 에픽 게임즈 등 여러 기업의 후원을 받아 세컨드 리얼리티를 만들어 냈습니다. 팀 구성원이 많고 여러 기업의 후원이 있어서인지 완성도가 무척 높았습니다.

세컨드 리얼리티는 정말 충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2D 가속과 비트맵이 전부이던 그래픽카드에서 다채로운 3D 효과는 물론 16비트 스트림 사운드가 어우러져 만든 영상미는 당시 최고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지요. 폴리곤이니 벡터이니 텍스처이니 하는 모든 효과를 당시에 어셈블러로 구현해 이를 386이나 486 시스템에서 돌아가도록 만들었으니 얼마나 신기했는지… 지금이야 그저 그런 데모로 보이지만 당시에는 이 데모를 봤던 모든 이들의 극찬을 한몸에 받았던 보기 드문, 요즘 말로 작품이었으니까 말이죠. 웬만해서는 작품이라고 이야기하기는 뭣하지만, 이건 정말 작품입니다. 백남준 선생님의 비디오 아트가 있다면 이건 ‘코드 아트’라 불러도 될 정도니까요.

어셈블리 대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만, 세컨드 리얼리티처럼 확 와닿는 수상작은 보기 힘든 것 같습니다.

세컨드 리얼리티는 벤치마크 프로그램이 마땅치 않던 당시에 시스템 성능을 가늠하는 프로그램으로도 썼습니다. 어셈블러로 짠 것이라 시스템 속도에 따라 조금씩 다른 효과가 보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오프닝에서 우주선이 날아간 뒤 따라가는 폭탄의 프레임은 CPU 클럭이 빠르면 부드럽게, 느리면 뚝뚝 끊깁니다. 회전이나 확대 역시 클럭이 빠른 시스템에서는 더 깊고 많은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시스템 업그레이드의 지표로 삼기도 했지요.

문제는 엔딩 크레딧이 데모보다 훨씬 오랫동안 보여준다는… 루프로 돌리면 너무 긴 엔딩 크레딧 때문에 조금 난감해지기는 합니다.

세컨드 리얼리티 덕분에 그라비스 울트라 사운드라는 사운드 카드가 덕을 많이 보기도 했습니다. 세컨드 리얼리티의 소리는 사운드 블라스터에서도 들을 수 있었지만 22.1KHz에 모노 사운드로 들려준 반면, 그라비스 울트라 사운드(GUS)에서는 44.1KHz 샘플링 된 스테레오 사운드를 들려줬습니다. 한마디로 음질이 달랐던 것이지요. 세컨드 리얼리티는 PC보다는 아미가 시스템에서 쓰던 MOD라는 형식의 오디오 파일을 재생했습니다. 샘플링된 음원을 미리 넣어둔 미디와는 달리 필요한 음원 샘플을 컴퓨터에서 편집해 이를 악기로 만든 다음 각각 다른 악기 음원을 여러 채널에 나누어 소리를 내도록 한 것이라 일반 악기와 비슷한 소리를 냈습니다. 사실 저도 이 사운드 때문에 GUS를 샀습니다만.. -.ㅡㅋ GUS는 이후에 호환성을 높이는 일을 게을리하다가 사운드 카드의 맥이 끊어지고 말긴 했지만, 이 데모 하나가 판매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세컨드 리얼리티를 다시보고 싶은 마음에 위 동영상을 찾았지만, 지금도 직접 PC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도스박스 0.7만 있으면 됩니다. 0.6 버전에서는 재생이 안되더군요. 모든 비스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보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아래에 첨부된 도스박스 설치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해 깐 다음 C드라이브에 폴더(예:dosbox)를 하나 만듭니다.
2. 압축된 세컨드 리얼리티를 그곳에 넣고 압축을 푸십시오.
3. 도스박스 0.7을 실행한 뒤 다음의 명령어를 입력하십시오. ‘mount c c:\dosbox’
4. 도스박스에서 c:를 입력하고 엔터를 누르면 C 드라이브로 넘어 갑니다. 이제 second 라고 입력하면 프로그램이 실행됩니다.
5. CPU 사이클을 높이지 않으면 속도가 느립니다. ctrl+f12키를 눌러 CPU 사이클을 20000 정도에 맞추십시오. 더 높으면 끊어집니다.

1195839324.zip
옛 추억을 되살리고 싶은 분들은 한번 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남다른 느낌을 주는 건 매한가지네요. 아 그리고 퓨처 크루의 첫 작품인 언리얼도 함께 감상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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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 Written by:

6 Comments

  1. 2007년 4월 30일
    Reply

    이건 아니었는데, 코드어셈블리의 한 작품을 보고 감동(?)했던 기억이 나네요..ㅎㅎ… 그야말로.. 프로그래밍의 무한도전~

    • 2007년 4월 30일
      Reply

      코드어셈블리의 작품은 기억이 가물가물.. 당시에 세컨드 리얼리티와 비슷한 프로그램들을 많이 모았는데, 그걸 백업해 둔 CD를 어디에 뒀는지 모르겠네요. 나중에 찾으면 연락 드릴께요 ^^

  2. Dr. Donny
    2007년 4월 30일
    Reply

    와우~~~ 다시 한번 보고 싶었던 세컨드(당시엔 이렇게 줄여 얘기했던 기억이…)
    동아리방에서 스피커 터질 정도로 틀어놓고 선배들과 함께 모여서 탄사를 자아내며 감상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유튜브로 보면서 조금 아쉬웠는데 도스박스패키지까지 올려주셔서 또한 감사합니다.

    영상도 압권이거니와 음향과의 조화는 그래픽과 사운드에 관심많던 저에겐 정말 뒤통수를 얻어맞는 정도의 충격이었습니다.
    게다가 그 컴팩트한 코드크기는 정말 믿을 수 없었습니다. ^^

    추억을 되돌려주신점 감사드립니다.

    • 2007년 4월 30일
      Reply

      그때의 추억을 다시 꺼내셨다니 저도 기쁩니다. 저도 음악 때문에 세컨드 리얼리티를 참 많이 돌려봤다지요. 특히 외국 BBS에서 비슷한 느낌의 MOD 음악 파일을 찾아 들었을 정도로 음악은 큰 충격이었습니다. 지금은 가요 듣기도 벅차지만, 그때 그 음악은 새로운 세계에서 온 신비의 소리였던 것 같습니다. ^^

  3. 2007년 4월 30일
    Reply

    유튜브로는 당시의 감동을 되살리기에 역부족이군요. 저도 Impulse Tracker 로 모듈 음악 많이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몇몇 Tracker 들은 100 % full asm 코딩을 했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어셈블리 대회 수상작은 해마다 보곤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뜸하게 되더라는…

    • 2007년 5월 1일
      Reply

      하드웨어와 기술이 너무 발전해버려 아무래도 똑같은 감동은 느끼기는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 그래도 추억만은 변하지 않으셨기를~~
      모듈 음악을 만들려고 그 안에 담겨진 음원을 찾아내느라 꽤 분주하지 않으셨나요? 지금은 그런 수고가 없어서 오히려 재미가 없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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