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가성비’ 에이수스 젠폰2, 출장에 최적화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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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팔지 않는 에이수스 젠폰2(Asus Zenfone 2)를 굳이 바다 건너 먼 아마존에서 주문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출장을 나갈 때마다 국내에서 쓰던 스마트폰은 물론 출장지의 선불심을 쓸 수 있는 스마트폰을 하나 더 갖고 나갔던 터라 항상 두 개의 스마트폰을 들고다니는 것이 너무 불편해 두 가지 심카드를 동시에 꽂을 수 있는 듀얼심 스마트폰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물론 듀얼심 스마트폰은 에이수스 젠폰2 외에도 여러 가지를 찾을 수 있지만, 때마침 미국에 출시된 젠폰2가 모델에 따라 199달러까지 떨어진 터라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주문했다.

젠폰2가 손에 들어온 건 주문한지 일주일쯤 지나서다. 음량 버튼을 뒤쪽에 둔데다 덮개까지 둥글게 만든 모양새가 마치 LG G3를 떠올리게 해 조금 꺼림칙하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트집 잡을 만한 구석은 거의 없다. 5.5인치 화면을 달아 작은 덩치는 아니지만, 어차피 패블릿을 원했던 이들에게 크기의 문제를 따질 정도는 아니다. 아, 굳이 하나를 지적해야 한다면 앞쪽 화면 아래 안드로이드 터치 버튼에 불이 들어오지 않아 어두운 곳에서 버튼이 보이지 않는 정도랄까? ‘정말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도 찾을 수 있는’ 버튼이 아니어서 조명이 없거나 약한 장소나 밤에는 ‘쥐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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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설정에서 물어보는 게 많아 조금 귀찮긴 해도 한글을 기본 언어로 지정할 수 있는데다 구글 드라이브 100GB를 2년 동안 쓸 수 있다는 안내문을 봤을 땐 마치 보너스를 얻은 듯한 기분이다. 쓰던 구글 계정과 앱 복원을 마무리한 뒤 이전 휴대폰에서 쓰던 유심을 꽂고 두번쯤 다시 시작하니 무사히 국내 망 정보가 나타난다. 참고로 지점을 찾아가 스마트폰의 IMEI를 따로 등록하면 이통사 무선 랜을 쓸 수 있고,  거의 모든 LTE 밴드와 3G, 2G를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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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에이수스 젠폰2가 있다고 주변에 이야기하니 몇몇은 걱정어린 질문을 던진다. 질문의 대부분이 앱은 잘 돌아가는지, 충돌은 나지 않는지를 묻는다. 물론 이유가 있다. 젠폰2가 우리가 알고 있는 스냅드래곤이나 엑시노스 같은 ARM 계열이 아니라 인텔 x86 계열인 아톰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달아서다. 지금까지 수많은 안드로이드 앱이 ARM 계열로 개발해 왔던 터라 호환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던 것. 충분히 이해되는 걱정이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5.0 롤리팝부터 ARM과 x86을 아우르는 실행 엔진으로 바뀐 덕분에 다행히 롤리팝에서 실행되는 어지간한 앱은 별다른 오류 없이 잘 실행된다.

앱 호환성의 걱정을 덜었는데도 찜찜한 건 아직 확신을 갖지 못한 성능 때문일 게다.  풀HD 해상도의 5.5인치 화면이나, 2GB램, 16GB 내부 저장 공간은 젠폰2의 값을 고려하면 부족하다고 따질 것은 아니지만, 쿼드코어라는 인텔 아톰 Z3560(1.8GHz) 64비트 프로세서가 어느 정도 성능을 낼까 걱정이긴 했다. 다행히 몇몇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돌려보니 지난 해 출시했던 LG G3 수준의 성능을 내는 것을 확인했다. 사실 젠폰2를 출장용으로만 쓸 생각이라서 그런지 무거운 프로그램을 돌려도 문제를 느낄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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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폰2가 젠UI라는 자체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담고 있지만, 실제로 쓸 땐 다른 스마트폰의 인터페이스와 큰 차이는 없다. 화려하지도 않고 오히려 아이콘이나 글꼴의 형태를 보면 허점도 많이 보인다. 다만 두 가지는 흥미롭다. 마켓에 있는 런처의 아이콘 테마를 내려받아 손쉽게 바꿀 수 있는 것과 앱의 특성별로 알아서 폴더로 묶는 재주다. 특히 설치된 앱을 폴더로 한 방에 묶는 재주는 정말 기막혀서 그만큼 폴더나 앱 관리에 손이 덜 간다. 남은 램이나 저장 공간 같은 시스템의 상태를 점검하는 앱들이 자주 알림을 보내는 것은 매우 귀찮지만, 시스템을 관리하는 재주 측면에서 보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생각보다 멀쩡한 젠폰2를 들고 중국 상하이로 갔다. 출장을 떠난 김에 듀얼심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알아봐야 했으니까. 그런데 젠폰2의 듀얼심 슬롯 중 하나만 4G/3G/2G를 모두 쓸 수 있고, 나머지 하나는 2G만 된다. 그런데 2G 슬롯에서 데이터 로밍을 쓸 수 없는 것은 그야말로 출장을 떠나는 이들에게 최고의 옵션이다. 자칫 데이터 로밍을 쓸 위험을 아예 차단해버려서다. 단지 2G 슬롯에 한국에서 쓰던 유심을 꽂았을 때 한국 전화 번호로 음성과 문자 로밍이 되느냐가 걱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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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 도착하자마자 현지의 4G 선불심을 사서 4G 슬롯에 꽂고 국내 유심을 2G 슬롯에 꽂은 뒤 젠폰2를 켰다. 두어번 재시작한 뒤 잠시 기다리니 두 개의 슬롯에 모두 심카드가 꽂힌 것으로 알아챈다. 국내 유심도 2G로 음성과 문자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데이터는 현지 선불심을, 음성과 문자는 원래 번호로 받을 수 있어 상하이 출장 내내 젠폰2 하나만 들고 편히 움직일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전화를 걸고 받을 때 어떤 심을 쓸지 선택할 수 있고, 어떤 심카드로 전화나 문자가 왔는지 보여준다. 원래 젠폰2를 쓰려는 목적에 제대로 응답한 것이다. 다만 듀얼 심 상황에서 배터리는 좀더 빨리 소모된다. 하나만 꽂을 때는 잘 몰랐는데, 듀얼심을 쓸 때는 보조 배터리로 중간 보충이 필요할 정도다.

아마도 중국 출장에서 젠폰2를 실험하지 않았으면 그냥 가성비가 좋은 스마트폰이라고 이야기를 끝냈을 지 모른다. 하지만 출장용 스마트폰이라는 뚜렷한 목적성에서 보면 젠폰2는 필요한 것을 대부분 갖췄다. 외국 이통망과 호환성도 좋고 국내 번호를 동시에 쓰면서 데이터 로밍을 차단하는 것까지 필요한 것은 다 들어 있는 셈이다. 듀얼심으로 작동하는 젠폰2의 상황을 페이스북에 공유했을 때 출장을 자주 나가는 지인들의 공감을 많이 얻은 데다 실제로 이 폰을 쓰는 지인들의 이야기도 쭈욱 이어졌다. 적어도 외국 출장지에서 쓸만한 듀얼심 스마트폰으로 인정할 수 있는 재주는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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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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