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쉴드와 그리드 클라우드 게이밍, 진화는 계속된다

엔비디아 쉴드와 클라우드 게이밍, 그리드 게이밍, 엔비디아 그리드
엔비디아 쉴드를 경험해 보지 않은 이들은 완성도가 낮은 휴대 게임기로 여길지도 모르지만, 쉴드를 쓰고 있는 이용자들은 아주 만족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운영체제 뿐만 아니라 쉴드를 위한 업데이트가 진행될 때마다 늘어나는 기능에 흡족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을 텐데 아마 이번 65번째 업데이트(12월 2일자)는 더 없이 반가울 것이다.


쉴드의 최신 업데이트를 끝내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앱이 하나 설치된다. 베타 딱지가 붙어 있는 ‘그리드’라는 앱이다. 이 앱은 겉으로 보기엔 매우 단순하다. 하지만 우습게 넘길 수 없는 중요한 변화를 담고 있다. 엔비디아가 숱하게 강조했던 그리드 클라우드 게이밍을 쉴드에서 즐길 수 있게 해 주는 앱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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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쉴드 65번째 업데이트에서 자동 설치된 <그리드> 베타
그리드 클라우드 게이밍은 이용자가 원격으로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실행되는 게임을 스트리밍으로 즐기는 기술이다. 즉, 이용자가 게임을 사서 PC나 콘솔 게임기에 설치하지 않고 네트워크와 연결된 다양한 장치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술인 셈이다. 그리드 클라우드 게이밍은 소프트웨어와 관련 데이터를 중앙 시스템에서 클라이언트로 전달하는 SaaS(Software as s Service)와 마찬가지로 단지 게임 스트림을 전송하는 GaaS(Gaming as a Service) 솔루션이다. 이미 GaaS 솔루션을 갖춘 여러 미들웨어 업체와 제휴한 IPTV 업체들은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를 하고 있는 데다 엔비디아는 그리드 게이밍을 위해 케플러 기반의 그리드 컴퓨팅용 그래픽 하드웨어를 공개해 왔던 터라 새삼스럽지 않을 수 있지만, 엔비디아가 직접 서비스를 실험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쉴드의 그리드 베타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은 8가지. <스트리트 파이터 X 철권>과 <스트리트 파이터 IV 아케이드 에디션>, <다크사이더스 1, 2> 등 콘솔 게임기 수준의 강력한 그래픽 성능을 가진 게임을 경험할 수 있다. 지금은 베타 버전이기 때문에 쉴드 이용자는 따로 가입하지 않고 쉴드에 등록한 안드로이드 계정으로 곧바로 즐길 수 있다. 네트워크 속도가 뒷받침 되어야 하는 터라 첫 실행 때 쉴드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그리드 게임 서버까지 데이터를 주고받는 과정 사이에서 문제가 발생하는지 여부를 미리 점검하는 데, 사실 이 단계에서 poor 등급을 받더라도 국내에서 게임을 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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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파이터 IV 아케이드 에디션
그리드 베타에서 서비스하는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와 다크사이더 시리즈를 실행해보니 낮은 네트워크 등급에도 별다른 말썽을 일으키진 않는다. 이따금씩 살짝 튀는 현상이 있기는 하지만 베타 단계에서 크게 문제 삼을 정도는 아니다. 실행된 게임들은 모두 PC용 게임을 서버에서 스트리밍 하는 것이어서 모바일 게임에서 보기 힘든 그래픽 효과를 담고 있다. 많은 것이 생략된 모바일 게임의 그래픽과 질적인 차이는 분명하게 볼 수 있다.


다만 게임 스트림 자체의 품질이나 속도는 의외로 훌륭한데 비해 영상 품질은 원격으로 실행되는 만큼 선명도는 조금 떨어진다. 그나마 조작성은 쉴드에 설치하고 즐기는 게임과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을 만큼 뛰어나다. 그리드 베타를 위해 클라우드 서버에서 전송되는 스트리밍 품질은 720P. 하지만 이곳에서 해보니 온전한 720P로 보이진 않는다. 아마도 네트워크 품질에 따라 자동으로 스트리밍 품질을 조정하는 것으로 추측되지만, 이는 확실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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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마다 쉴드의 컨트롤러를 어떻게 조작해야 하는지 미리 보여준다
스트리밍 품질과 달리 서버가 국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치고 쉴드의 조작에 따른 반응이 조금도 늦지 않으므로 실제 게임을 즐길 때 조작성과 관련한 문제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 더구나 게임을 진행하는 데 꼭 필요한 버튼의 기능을 쉴드 컨트롤러에 맞춰 놓은 데다 게임을 시작할 때 각 버튼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친절하게 보여준다. 덕분에 쉴드에 있는 조작 장치와 버튼 이외에 다른 컨트롤러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뿐만 아니라 PC용 게임을 스트리밍하는 것이 아니라 쉴드에 맞춰 게임을 재각색한 느낌마저 든다.


쉴드에서 경험한 그리드 클라우드 게이밍은 쉴드 본체에 깔았던 게임을 실행하는 것도 아니고 또한 가까운 PC에 게임을 설치한 뒤 스트리밍으로 즐기는 게 아님에도 충분히 게임을 즐길 수 있음을 당당하게 보여준다. 물론 쉴드의 그리드 같은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가 처음은 아니기에 그 특징을 부각할 수는 없으나 엔비디아에서 서비스를 하는 점은 약간 의미가 다를 수는 있다. 종전까지 이용자가 IPTV 같은 서비스에 가입하는 것 같은 제한된 환경에서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던 것과 달리 이번 65번 째 업데이트를 마친 쉴드 같은 하드웨어를 사더라도 클라우드 기반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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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 랜 상태가 좋지 않아도 국내에서 즐기는 데 큰 지장은 없다.
특히 다채로운 그래픽 기술의 의존도가 높은 게임의 소비를 늘려야만 하는 엔비디아 입장에서 그리드 클라우드 게이밍은 전체적인 하드웨어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클라우드 게임을 통해 게임의 구매 방식을 바꾸는 것과 아울러 하나의 게임을 네트워크와 연결된 여러 형태의 엔비디아 하드웨어에서 즐길 수 있게 함으로써 이용자가 엔비디아 중심적 게이밍 환경을 구성하도록 이끄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PC처럼 적지 않은 돈을 들여야 하는 장치 대신 쉴드 같은 휴대 게임기나  태블릿처럼 이동이 쉽고 적은 비용이 들어가는 장치에서 그리드 클라우드 게이밍으로 추가 비용을 줄인다면 이용자에게도 분명한 이득을 줄 수 있다. 물론 아직은 조금 먼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현실이 될 날이 멀지 않았음을 <그리드> 베타가 직접 보여준 셈이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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