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테그라 X1, 모바일 칩이라 쓰고 자동차 부품으로 읽나?

엔비디아 테그라 X1

아마 엔비디아의 고성능 모바일 칩을 기대하며 CES 2015의 엔비디아 프레스 컨퍼런스를 끝까지 지켜본 이들은 왠지 뜬금 없는 느낌을 지우지 못하고 있을 듯하다. 분명 엔비디아는 이번 컨퍼런스에서 지난 해보다 더 강력한 모바일 칩인 테그라 X1(Tegra X1)을 발표했다. 하지만 프레스 컨퍼런스를 보는 내내 모바일 칩인 듯하나 모바일 칩은 아닌, 그래도 모바일 칩 같은 애매한 느낌의 테그라 X1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망설일 수밖에 없도록 만든 발표인 듯하다.

이는 이날 발표한 테그라 X1의 기술적인 문제보다 모바일 시장에 대한 엔비디아의 불확실성 때문일 수도 있다. 분명 엔비디아는 테그라 X1을 모바일 칩으로 발표했지만, 발표 내내 이 제품이 모바일 칩으로써 짊어지게 될 의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 않은 탓이다. 또한 발표 내내 엔비디아의 모바일 전략에 대한 수많은 의구심을 해결하려는 노력도 거의 보이지 않았는데, 아마 이 점에 대한 의문은 더 강하게 남을 듯하다.

사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무대에 오르자마자 조금도 뜸을 들이지 않고 곧바로 테그라 X1를 발표하는 모습에서 살짝 놀라긴 했다. 다른 그래픽 기술을 먼저 소개하며 분위기를 잡던 여느 때의 발표와 사뭇 다른 진행이라서다. 때문에 이날 엔비디아 테그라 X1 이외에 더 많은 것이 준비되었을 거라 내심 기대했지만, 전반적인 내용은 그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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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코어의 병렬연산으로 1테라플롭스의 성능을 낸다

테그라 X1은 PC 그래픽 카드용으로 출시된 맥스웰(Maxwell) 아키텍처 기반의 모바일 프로세서다. 이미 엔비디아는 오래 전부터 테그라 K1 이후의 모바일 칩도 PC 그래픽 기술과 동일한 아키텍처를 쓸 것을 로드맵을 통해 공개했던 터라 의외의 이야기는 아니다. 맥스웰 아키텍처 기반의 테그라 X1은 병렬 연산을 위한 256개의 쿠다 코어-아마도 SMM 단위로 2개일 듯-를 적용, 모바일 칩셋으로는 처음 1테라플롭스의 부동소수점 연산을 할 수 있다. 부동소수점 연산이 많은 그래픽 작업을 위해 병렬 연산 체계를 일찍부터 갖춰 온 엔비디아의 특징을 잘 살린 부분이다(참고로 2048개의 쿠다 코어로 채운 PC용 GTX980은 5테라플롭스다). CPU 부문은 64비트 코어텍스 A53과 코어텍스 A57을 각각 4개씩 모두 8개의 코어를 담고 있다. 코어텍스 A53과 A57을 한쌍으로 묶어 스위칭하는 빅리틀 구조로 보이나 모든 코어를 활성화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선 아직 확인되진 않았다. 더불어 테그라 X1은 H.264, H.265, VP9 등의 코덱을 내장해 4K 해상도의 비디오를 60프레임으로 재생하고 1300만화소 카메라를 지원한다. 테그라 X1의 그래픽 연산 성능은 아마도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모바일 프로세서의 그래픽 코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되기는 하나 CPU를 거치는 일반 처리 작업은 비슷한 ARM 아키텍처를 지닌 제품과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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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테인먼트를 위한 드라이브CX

테그라 X1이 지난 해 선보인 테그라 K1보다 더 나은 그래픽 처리 능력을 지녔을 것으로 기대되기에 내심 모바일 제품에서 어떤 능력을 보여줄 것인지 지켜봤지만, 그 다음 발표는 많은 이들이 익히 알고 있는 모바일과 관련이 없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엔비디아는 언리얼 엔진 데모를 통해 콘솔 게임기 수준의 그래픽을 모바일에서 구현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준 이후 거의 모든 시간을 무인 자동차와 차 안의 인포테인먼트를 위해 테그라 X1의 활용가치를 조명하는 데 집중한 것이다. 차내 인포테인먼트를 위한 미니 컴퓨터인 드라이브 CX는 디지털화된 대시보드와 계기판을 통제할 뿐만 아니라 실시간 3D 렌더링 내비게이션을 할 수 있다. 두 개의 테그라 X1을 심은 드라이브 PX는 무인 운전에 필요한 12개의 카메라 모듈을 연결해 사각 지대가 없는 360도의 시야를 확보하는 서라운드 비전을 가능케 한다. 뿐만 아니라 심화신경망(Deep Neural Network)으로 학습한 각종 도로 주변 표지와 주행 중 사물을 인식해 무인 운전에서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처리하는 재주도 담았다.

아마 새로운 기술의 흐름을 원하는 이들에게 테그라 X1의 발표는 매우 흥미로운 내용이었을 수도 있다. 차 안의 인포테인먼트는 엔비디아가 몇 년 전부터 꾸준히 공들여 이야기한 것이지만, 무인 운전과 관련된 내용은 이번 발표에서 처음 공개한 것이라서다. 더구나 엔비디아와 협력하고 있는 아우디가 무인 운전 시스템을 싣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한 아우디 A7이 지금 CES가 열리는 라스베가스까지 550마일을 달려오는 중이라고 발표한 것 역시 무인 운전의 흥미를 돋우는 데 좋은 양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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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운전에 요구되는 사물을 즉각 인지한다

하지만 새로운 흐름에 올라탄 것에 조명을 받는 것과 달리 모바일에 엮여 있는 많은 의문들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로 남겨졌다. 엔비디아에게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은 모바일 프로세서의 성능이 아니라 모바일 시장의 적응력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해 공개는 했으나 경쟁자들보다 뒤쳐진 통신 칩셋의 준비 소홀로 엔비디아 계열의 프로세서를 쓰는 스마트폰이 눈에 띄지 않는 데다 지난 해 출시했던 태블릿도 구글과 샤오미, 엔비디아를 제외하면 목록을 찾아보기 힘들다. 비록 클라우드나 그리드 컴퓨팅 같은 시장은 물론 미래를 내다보며 자동차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기는 하나 현실적으로 이용자를 끌어당길 수 있는 모바일 제품이 없는 엔비디아를 얼마나 더 기대할 수 있는지 모를 일이다. 모바일 제품을 위한 프로세서를 보여주기보다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엔비디아는 아직 어색하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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