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와 미투데이는 메마른 관계다. 아마 성공과 실패를 나누는 균형추에 이 문제를 올려놨다면 아마 실패 쪽에 거의 기울어 있는 그런 관계일 것이다. 이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관계 설정부터 하는 이유는 이 글이 보기에 따라서는 꽤 비딱한 방향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솔직히 망설였다. 지난 목요일에 있던 미투데이 컨퍼런스 ‘Meet 2011 미투콘’의 초대를 받고 나서 참석 여부를 두고 며칠을 갈등했다. 어떤 행사든 되도록 조용히(?) 다녀와 정리하면 그만인 것을 이번만큼은 참석을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Meet 2011 미투콘은 ‘미친’ 행사다(‘미친’은 미투데이 친구를 뜻한다). 미투데이를 쓰고 있는 이용자, 개발자, 기업을 비롯해 그 밖의 미투데이 친구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축제의 장인 것이다. 물론 나도 미투를 쓰고 있으므로 넓은 범위에서 보면 미친은 맞다. 그것도 미투데이가 처음 서비스를 시작할 때부터 발을 담가 두고 있던 이용자니까. 하지만 미투데이 접속 빈도를 보나, 드문드문 블로그 글의 링크 하나 보내는 정도의 이용 빈도를 보나 미친들의 축제에는 어울리지 않는 손님, 그런 존재가 바로 나였다.
흥미는 있었다. 이용자가 참여할 수 있는 국내 서비스 중심의 컨퍼런스는 많지 않은 까닭에서 미투콘은 흥미로웠다. 700만이라는 외형적 성공과 자생적인 문화를 형성하기 시작한 서비스가 그동안 숨겨왔던 이야기를 꺼내놓는 자리라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행사를 끝까지 지켜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컨퍼런스로서 주제의 방향성과 다양성이 실종된 탓이다. 물론 한 가지 이야기로만 진행된 것은 아니고 참석자마다 다른 이야기를 한 것은 분명하다. 더구나 노래와 춤이 있는 즐거운 시간도 많았다. 지루하고 딱딱한 다른 컨퍼런스와 대비된 모양새는 충분히 갖췄다.
단지 그 한계는 내용에 있다. 미투데이가 주제가 되는 컨퍼런스지만, 나는 그 안에서 다 다양한 미투데이의 사회적 현상들을 주제로 한 이야기들이 나오기를 바랐다. 미투데이에서 소문 난 이들의 좋은 결론만을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미투가 지금까지 성장하면서 나타난 다양한 분석과 그에 따른 고민과 대안이 논의되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의문만 남았다. 물론 잘 된 예를 보여주는 것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한두 번이면 족하다. 왜냐하면 미투데이에서 그런 예보다는 실패의 고민이 더 많기 때문이다.
알고 있다. 적어도 만박님(박수만 이사)은 그 고민을 알고 있다. 나는 미투콘 기조연설에서 그가 보여 준 미투데이의 성장곡선과 장소, 일정을 매개로 한 새로운 관심 시스템 도입, 새 아이패드 앱과 안드로이드 앱의 기능보다 아래에 있는 단 한 장의 슬라이드가 지금 그 컨퍼런스에서 가장 의미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친구가 없다…”
초등학생 같은 질문이라며 웃어 넘겼지만, 만박님을 비롯해 미투데이 팀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은 이것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여기에 더 깊은 고민을 하나 더하고 싶다.
“미투데이는 너무 외롭다”
이는 미투데이에 대한 내 감정을 한마디로 정리한 것이다. 공감을 먹고 살아야 하는 세상에서 그 보이지 않는 압박이 존재하지만, 공감을 나누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 미투데이에 있다. 단순히 친구를 만드는 것을 넘어 친구가 존재해도 외로움이라는 또 하나의 고비가 있다는 것이다. 미친듯이 ‘미친’을 늘리면 외롭지 않도록 공감을 해줄까? 그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만한 사람들은 아는 이야기다. 하지만 미투콘의 누구도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느슨한 관계. 나는 미투데이가 페이스북과 비슷하면서 관계의 설정은 상당히 다를 수 있다고 여긴다. 이는 미투데이가 훨씬 느슨한 관계, 페이스북은 이용자에 따라 훨씬 끈끈한 관계라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외부의 관계를 온라인으로 이어놓은 소셜 네트워크라면, 미투데이는 온라인에서 관계를 맺는 소셜 네트워킹이라는 만박님의 말을 잘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결국 미투 안에서 느슨한 형태의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 한번쯤이라도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분명 나와 같은 실패적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느슨한 관계라도 관심의 공유와 공감을 얻어내는 많은 이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모두가 그럴 수 있는 것은 분명 아니며, 그 소통을 못하는 것을 이용자의 문제로만 돌리는 것은 옳은 게 아니다.
미투데이에 산재하는 수많은 문제 가운데 하나일 수 있는 이러한 문제 의식에 대한 분석이나 해법을 이야기한 강연이 얼마나 있었을까? 2개 트랙으로 나뉘어 진행되었기에 모든 이야기를 들을 수 없지만, 적어도 진지한 논의 또는 고민이 가능한 부분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제한된 20분이라는 빠듯한 시간 안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한정되어 있는 것도 문제지만, 미투데이의 관계 설정에 실패해보지 않은 이들은 이런 이야기를 전하기 힘들다. 진정성, 소통이라는 단어도 좋지만, 미투데이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느슨함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여유와 따뜻한 관심을 이끌어 내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이야기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서비스 상에서 사회적 관계의 형성이 쉽다고? 그렇다면 700만 회원을 거느린 미투데이는 왜 고민하는가?
내년에도 또 한다면? 나는 미투콘이 올해로 끝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런 이용자 참여 행사는 계속 이어지기 바라고, 또한 그것이 미투데이를 위한 문화로 자리 잡기를 바라니까. 다만 올해처럼 유명인을 앞세운 볼 거리만 가득한 행사를 두 번 하는 것이 의미 있는지 묻고 싶다. 말 그대로 컨퍼런스니까. 비록 더 자유롭고 편안하게 진행된 다른 형식의 행사라 해도 컨퍼런스답게 하자. 미투데이가 트위터나 페이스북처럼 화제가 되지 않는 이유도 다양한 각도에서 이야기하고 미투데이의 관계 설정을 위한 다양한 정보도 공유하는 게 어려울 것은 없으니까.
하지만 내가 내년에 이 컨퍼런스에서 가장 듣고 싶은 이야기는 하나다. 나처럼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 미친을 줄어들고 있다는, 그 말이다. 이에 대한 대답, 내년에 들을 수 있을까?
글씨가 보기 어려워졌네요;;ㅋ
글자색에 문제가 있어 바꾸긴 했는데, 지금은 어떠신지요?
ㅎㅎ다시 보기 좋아졌네요
‘미친’세상에 같이 있었는데… 인사 못 드렸네요^^;
다른 세상에 있었을 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