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전분과 빈 생수통. 이 두 가지가 휴대폰과 얼마나 관계 있을까요? 흠, 아마도 밀접한 관련성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을 겁니다. 적어도 ‘친환경’이라는 코드를 대입시키기 전까지는 말이죠. 물론 친환경 코드를 대입해도 옥수수 전분과 생수통이 도통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지 알아채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휴대폰에 관심이 많은 이가 아니고서는 옥수수 전분과 빈 생수통을 원료로 써서 휴대폰을 만드는 것을 눈치로만 알 수는 없으니까요.
물론 옥수수 전분과 빈 생수통이 이 상태로 친환경 휴대폰에 쓰이는 것은 아닙니다. 옥수수 전분은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가공해야 하고, 빈 생수통은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바꿔야 합니다. 둘다 플라스틱으로 불리긴 하지만, 성질은 완전히 다릅니다.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바이오 플라스틱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라 특정 조건만 맞추면 자연적으로 완전 분해되어 환경 오염이 없는 재료인 반면, 일반 플라스틱은 그대로 분해되도록 놔두면 우리 주변 환경에 위협이 되므로 재활용을 통해 그 위협을 줄인다고 볼 수 있겠죠.
그런데 진짜로 옥수수 전분과 빈 생수통을 이용해 만드는 휴대폰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농담인 것 같지만, 진짜로 옥수수 전분과 빈 생수통으로 만든 휴대폰이 있고, 실제 판매되거나 출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리클레임
리클레임은 키패드가 달려 스마트폰처럼 보이지만, 사실 휴대폰입니다. 화면을 위로 밀면 그 아래쪽에 키패드가 나타나는 슬라이드 폰이지요. 리클레임의 스펙은 아주 좋은 편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작은 화면에 낮은 해상도(320×240)라 많은 정보를 표시하지는 못합니다. 거의 통화와 페이스북/마이스페이스 같은 SNS, 내비게이션 등에 특화된 폰이다보니 카메라도 200만 화소 밖에 안됩니다. 블루투스는 포함되어 있습니다. 휴대폰이 갖춰야 하는 보편적인 기능보다 좀더 재주를 담아낸 폰입니다.
하지만 이 폰이 옥수수 전분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은 거의 믿기지가 않습니다. 만져보면 그냥 플라스틱의 느낌일 뿐 옥수수 전분이라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으니까요. 그만큼 단단하면서 가볍습니다. 이것이 분해된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죠. 리클레임의 외관 가운데 40%가 옥수수 전분으로 되어 있다고 하는데, 아마 키패드와 화면을 뺀 모든 영역일 듯 싶습니다. 다만 이만한 휴대폰을 만드는 데 쓰인 옥수수 전분의 양이 얼마나 필요한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리클레임을 만들 때 잡이나 카드뮴, 수은 등 6대 유해 물질을 쓰지 않았습니다. 생산부터 친환경적인 부분을 많이 고려한 셈이죠. 또한 부품의 80%를 재활용되고, 포장재도 모두 재생 용지로 작게 만들었더군요.
미국에서는 스프린트를 통해 출시했고, 국내에서는 판매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빈 생수통으로 만든 블루어스
블루어스는 이미 많은 블로거와 매체를 통해 여러 차례 소개되었지만, 태양광 충전에 초점을 맞춘 터라 다른 특징은 크게 알려진 것 같지 않습니다.
블루어스 폰의 또 다른 특징이 바로 생수통을 재활용해서 만드는 휴대폰이라는 점이죠. 블루어스라는 이름에다 푸른 색을 입린 것은 푸른 지구를 뜻하는 상징성을 보여주려는 것이었는데, 여기에 푸르스름한 생수통까지 재활용해 틀을 만들고 보니 그 이름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네요. 이 휴대폰 하나를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생수통의 양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지만, 플라스틱을 그냥 녹여 없애지 않고 이렇게 재활용하면 그만큼의 오염은 줄일 수 있겠지요. 또한 포장재도 표백제와 접착제, 코팅을 전혀 쓰지 않는 재활용 종이로 만들었습니다.
생수통 재활용과 태양광 충전을 제외하고 블루어스의 친환경 기능은 사실 많지 않습니다. 대기 화면에서 빈 캔을 쓰레기통에 넣으면 메뉴 화면이 열리는 것이나 그냥 길을 걸으면 어느 정도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였는지 계산하는 에코 워크, 그리고 소비 전력을 감소시키는 에코 모드 정도가 전부입니다. 연아의 햅틱과 같은 햅틱 UI가 들어 있고, 320만 화소 카메라에 마이크로 SD 카드를 꽂아 저장 공간을 늘릴 수 있습니다.
친환경이란 상징성을 넘어서야 한다
리클레임이나 블루어스 모두 친환경 제품이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는 반면 그 기능은 조금 고심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친환경적 재질과 환경 오염을 일으킬만한 자재들을 최소화시켜 안전한 제품을 만드는 것은 칭찬해줄 일인 것과 동시에 소비자 입장에서 좀더 친환경적으로 쓸모가 있을 기능들이 조금 모자라 보이거든요.
사실 블루어스의 태양광 충전 기능은 관심의 대상입니다. 블루어스 폰을 뒤집어 햇빛이 있는 곳에 두면 자연적으로 충전을 하니까요. 옛날 애니메이션이나 공상 과학 영화에서만 보던 꿈의 기술이 이제 우리의 일상에 한발 더 다가섰다는 느낌을 줍니다. 다만 1시간 충전에 10분 쯤 쓸 수 있는 효율성이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깁니다. 멀리 출장을 갔거나 전기가 외딴 지역에 나갔을 때 충전 어댑터 없이 비상용으로 쓸 수 있는 점은 반가운 일이긴 한데, 쉽게 전기를 얻을 수 있는 일상의 활용도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 들기는 합니다.
그래도 친환경폰을 만드는 수고를 지금보다 아껴서는 안됩니다. 어차피 더 많은 제품들에 친환경 소재를 도입할 것이 예상되므로 더 적극적으로 친환경이라는 소재를 이용자가 쉽게 받아들이고 이용할 수 있게끔 아이디어를 모아야 합니다. 에코 워킹이나 저전력 모드도 좋지만, 실제 생활에 도움이 되는 기능을 넣은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각종 측정 센서를 넣어서 오늘의 자외선 지수를 분석하거나 대기중 이산화탄소나 황사 같은 미세 먼지 정도를 직접 확인해 외출할 때 옷이나 준비물을 가져가게 하는 것도 상상해 볼 수 있을 겁니다. 꼭 제품만 친환경일 게 아니라 이러한 환경적인 문제가 자주 생기지 않도록 서로 노력하자는 뜻을 포함하는 기능도 좋지 않을까요? ^^
물론 재료자체는 친환경이긴 합니다만…. 한개마다 얼마나 많은 옥수수 전분이 소비되고… 또 이 전분을 얻기위해서는 가공을 해야하고 옥수수를 기를려면 많은 시간,토양,기르기위한 연료 (물,기름), 비료, 기기 연료, 살충제 등이 필요합니다.. 물론 재료가 분해되긴 하지만 어디서 석유로 플라스틱을 만들어서 생산하는것보다 이런 프로세스가 훨씬 더 에너지를 많이 쓴다고 어디서 들은거 같습니다… 제료가 친환경인것도 따져야지만 자원을 훨신 더 많이 절약하는 에너지효율성을 따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옥수수 전분 이야기가 나오니 미국경제가 생각나네요~ 옥수수에 쩔쩔매는 나라~ 매년 옥수수 3억 5천만톤을 생산하는 미국에서 소에게 옥수수를 먹이고, 옥수수 설탕(액상과당),옥수수 기름(바이오에탄올), 옥수수 술(버번위스키)을 넘어 옥수수 휴대폰까지 나오는군요~ 미국의 정치가 시작되는 곳 아이오아주 콘벨트의 옥수수 재배문제를 오히려 환경친화적으로 끌고가려는 미국의 모습이 썩 눈에 좋아보이지는 않네요. 그놈의 기업형 옥수수재배가 환경파괴의 주범인데 말이죠~ 씁쓸하군요~ ^^ 아~ 그리고 칫솔님~ 좋은글 잘봤습니다.
요즘은 에너지를 덜 쓰는 쪽으로 프로세스를 개선해가고 있는 만큼 재료 생산부터 폐기까지 친환경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날이 올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