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스캐너 팔립니까?


“요즘도 스캐너 팔립니까?”


스캐너 업체에 제목 같은 질문을 하면 상처를 받을까요, 화를 낼까요? 꾸준하게 좋은 스캐너를 만들어 팔고 있는데 그걸 몰라주는 것에 상처를 받을 수도 있고, X도 모르는 기자의 무식함에 화가 나면서도 참을 인자 세 번 새기면서 분을 삭이는 이도 있을 겁니다…. 만, 솔직히 스캐너 시장에 대해서 뭘 생각해야 할 지 잊어 버린 게 너무 오래된 탓이 가장 클겁니다.


밀레니엄 이전만 해도 새로운 스캐너들이 활발하게 나왔고 값이 비싸도 잘 팔려나갔지만, 복합기 출현 이후 소비재 시장에서는 계속 내리막 화살표만 그렸으니까 일반인의 동향에 민감한 기자들의 관심도 줄어들 수밖에 없던 것이었죠. 스캐너 영역을 침범한 것은 단순히 복합기만은 아닙니다. 디카가 출현하면서 스캐너가 읽어야 할 사진이나 필름이 줄어든 것도, 문서의 보관 방법이 달라진 것 등등 복합 요인은 많습니다.


그런데 오늘 HP가 컬러 스캐너 3가지를 내놓는다고 브리핑한다길래 가봤습니다. 사실 다들 뜬금없어 했죠. 앞에 말한 것처럼 스캐너에 관심이 덜 했으니까. 저도 이 행사 제끼고 오늘 HSDPA 테스트를 나가려고 했는데, 간간히 내리는 눈발을 보고는 안되겠다 싶어 포기하고 그곳에 갔습니다(그 탓에 기사 방향도 수정해야 할 듯. 한 소리 듣겠군요 -.ㅡa). 공원 하나 건너면 바로 브리핑 장소였기 때문에 가는 건 어렵지 않은데, 갈 생각을 안했다가 간 것이라 지각을 했네요. ^^;


발표회장에 도착하니까 이미 두 번째 제품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제품 소개는 통 블로그 “머리카락 굵기 3%크기 먼지도 제거하고 스캔한다!“로 대치하겠습니다.) 그런데, 발표회 도중 재미있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이제는 넘치는 문서가 건물 하중에 영향을 미친다”고. 속으로는 그냥 재미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는데, 좀 지나치게 상상을 해보니까 그것도 일리는 있는 말 같습니다.


일반인들은 상관이 없겠지만, 서류를 만들고 이를 문서로 남겨놔야 할 기업이나 관공서 등은 그 많은 문서를 보관해야 할 공간도 필요하게 됩니다. 활동이 많은 기업이나 법원처럼 많은 서류와 문서가 들고나더라도, 어느 나라든 문서를 일정기간 보관하도록 법을 정해놨기 때문에 함부로 버릴 수도 없고 반드시 어딘가에 고이 모셔둬야 합니다.


그런데 정해진 기간 동안 보관해두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그만큼의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또한 아무리 보관을 잘해도 알 수 없는 이유들로 문서가 사라지거나 훼손되거나 하는 일이 생기는 게 다반사입니다. 문제는 문서가 늘수록 공간이 늘어야 하는 것이고, 늘리는 공간 만큼 기업은 비용이 늘어나는 문제가 생깁니다. 여러 층으로 된 건물을 쓰는 기업, 아니면 문서가 많은 기업들이 입주한 건물이라면 보관해 둔 문서의 공간과 무게만도 상상이상일 듯 싶습니다. 또한 그 많은 문서 중에서 원하는 것을 찾는 게 쉬운 것도 아니니까 효율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푼이라도 아껴야 잘 사는 법을 아는 기업이라면 이게 얼마나 아까운 지 금세 깨달을 것입니다. 보관과 검색의 비효율성을 없애기 위해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혁신을 외치면서 개선 작업을 벌였습니까? 문서를 보관할 공간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해도 최소의 공간만 둘 수 있다면, 좀더 검색이 쉬웠으면 하는 바람을 어느 기업이나 하고 있을 겁니다. 부르마(드래곤볼)의 박사 아빠가 나오기 전까지는 통째로 줄여버리는 기술은 보기 어려울 테니까, 역시 문서를 스캔하는 방법이 가장 빠른 해결책 중에 하나일거라 생각이 드네요.(물론 스캔한 문서를 저장하는 스토리지와 DB 검색 프로그램 같은 것도 함께 준비를 해야겠지요.)


오늘 발표한 HP 제품들은 중소 기업이나 소호, 개인을 겨냥해 만든 것이라 앞서 말한 대규모 스캔 작업에는 맞지 않지만, 아무튼 스캐너와 관련된 시장 규모가 우리나라만 300~500억이라고 추산했다고 하니 적은 편은 아닙니다. 정확한 데이터가 아니라 물량 공급 대 일반 소비에 따른 HP 관계자의 추산량일 뿐이기 때문에 최소와 최대의 차이가 많습니다. 이 관계자는 일반인 시장은 10~20%, 중소/소호 시장은 20~30%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는데요. 원래부터 지속적인 성장을 했다고는 보기 어렵고 줄어든 시장이 다시 늘어난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IDC 같은 곳에서 한번 데이터를 만들어주면 좋겠습니다만, 몇년전부터 시장 조사 기관들이 국내 스캐너 시장 조사를 중단했다고 하더군요. 그쪽이 손들었다면 가망이 없던 걸로 보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긴 합니다만, 이 정도 추산 규모면 앞으로 데이터가 다시 나올 가능성도 있으리라 봅니다.


개인용 시장은.. 글쎄요. 오늘 HP가 발표한 G4010(29만9천 원)이나 G4050(39만9천 원)은 값싸게 사진 스캔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6색 포토 스캐너인데, 사실 작년에 나온 엡손 V700(V710) 같은 전문 스캐너와 묶어서 보면 사진 관련 전문가나 디자이너, 개인들에게는 필요한 모양입니다. 다만 아직 HP가 필름 전문가나 일반 사진가에게 필요한 스캐너의 구색을 갖추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네요. 이번 G4010이나 G4050은 D-MAX나 D-RANGE 값이 얼마인지 알 수가 없었거든요. 그리고 HP가 이번 포토 스캐너에 넣은 먼지와 흠집 제거 기능은 뒷북친 기술이 아닐까 합니다. (이 부분 살짝 고칩니다. HP 먼지와 흠집 제거 기능은 적외선을 이용한 것으로 기술적으로 약간 다릅니다.) 엡손은 이미 갖고 있던 기술이었니까요.


뭐.. 스캐너 쪽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싶어도 좀 어색하네요. 사진이라면 모를까, 정작 노려야 할 스캐너 시장은 소규모보다는 대규모라 제가 맡은 영역보다 한참 위거든요. 뭐, 이것도 상상이 너무 지나쳐 오버스러운 결론부터 내린 게 아닐지 모릅니다만, 그래도 일반 소비자나 소호용 스캐너를 재미있게 다루는 본래의 업무는 잊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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