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장치, 하드웨어 아닌 삶의 관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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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말, 스마트콘텐츠 콘퍼런스 2013 강연을 듣기 위해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룸에 들른 적이 있다. 이날 이 행사를 찾아간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웨어러블 장치의 시연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 그 기대를 100% 채우고 돌아온 것은 아니지만, 제품을 직접 보는 것 말고 이날 강연을 통해 생각해봐야 할 고민을 안고 돌아왔다.


우리는 웨어러블 장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웨어러블을 쓰면 더 편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될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너무 막연하거나 포괄적이다. 구체성을 띄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 이유는 아마도 아직 웨어러블 장치들을 충분히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지금 나오는 웨어러블 장치들도 제 의미를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도 장치가 갖고 있는 기능의 문제에서만 찾을 게 아니라 이용자가 웨어러블 장치를 막연하게 바라보는 시선에도 기인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용자가 원하는 웨어러블 장치가 나오려면 더 시간이 필요하지만, 사실 웨어러블 장치 업체들의 접근 시각은 이용자와 다른 부분이 있다. 특히 우리는 컨텐츠를 소비하기 위해 웨어러블 장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는 데, 이들은 오히려 생산적 관점으로 웨어러블 장치을 보고 있다. 이날 강연에 나섰던 웨어러블 기술 부문 연사들은 하나 같이 “웨어러블 기술이 우리가 상상했던, 또는 그 이상의 흥미로운 디지털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새로운 방식으로 소비를 고민하고 있는 이용자와 눈높이가 맞지 않아 보이는 부분이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볼 부분은 바로 그것이다. 이용자는 왜 웨어러블 장치로 불리는 안경을 쓰고 HMD를 얹고 시계를 차며 옷을 입는가 하는 것이다. 단순히 어떤 정보를 소비하기 위해서일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이 장치들은 정보의 소비를 도우는 한편으로 정보를 모아서 묶음으로 내놓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컨텐츠인데, 이날 발표했던 연사들은 자기들이 만들고 있는 웨어러블 장치를 통해 의도하지 않았던 컨텐츠의 등장을 반가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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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뚝에 찬 마이오가 근육의 움직임에 따라 어떤 신호를 만들어내는지 시연하고 있는 스티븐 레이크 탈믹 대표.
어떤 변화들이 있는지 잠깐 살펴보자. 스티븐 레이크 탈믹 랩스 창업자가 들고 나온 마이오(MYO)는 팔뚝에 착용, 손가락이나 팔의 움직임에 따라 반응하는 근육의 변화를 감지해 움직임을 제어하는 웨어러블 장치다. 원래 시각장애인이 앞에 있는 사물을 감지하기 위한 바이오 메디컬의 목적으로 개발된 기술이지만 이를 일반인들에게 적용하면 새로운 감각을 추가할 수 있을 것이란 가능성으로 만든 것. 그런데 스티븐 레이크는 마이오의 개방형 API를 내놓고 난 뒤 예상치 못한 컨텐츠의 등장에 깜짝 놀랐단다. 단 몇 줄의 코딩으로 공중에서 다룰 수 있는 에어 키보드가 만들어지는가 하면 요즘 한창 인기인 드론도 조종할 수 있었고, 12시간 동안 해커톤을 진행했을 땐 정말 희한한 컨텐츠가 쏟아져 나왔다면서 말이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창의적인 것들이 만들어지는 것이 그저 놀랍기만 했다고 말한다.


오큘러스 리프트를 소개한 서영도 한국 지사장도 비슷한 이야기를 꺼낸다. 오큘러스 리프트는 두개의 LCD를 겹쳐 3D 입체 영상을 볼 수 있는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지만 이용자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영상을 표시하는 가상 현실 장치로 만들었다. 처음에는 게임에 많이 응용될 거라 생각했는데, 6천대 이상의 개발자 키트가 공급된 지금은 모델 하우스나 박물관, 영화 트레일러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개발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고 소개한다. 한 때 가상 현실을 다뤄 명성을 떨쳤던 세컨드 라이프도 오큘러스 리프트를 이용하면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진짜 가상 세계를 어떻게 그려낼지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Midi Controller Jacket I LIVE DEMO 4 from MACHINA on Vimeo.


하지만 마이오나 오큘러스 리프트용 컨텐츠는 모두 개발자의 코드가 들어가야 한다. 일상적인 움직임만으로 컨텐츠를 만들 수 있는 것과 거리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코드를 넣지 않고 정말 평범한 움직임이 컨텐츠를 만들 방법은 없는 걸까? 물론 있다. 사실 이날 연사 가운데 마치나의 린다 프란코 대표가 들고 온 미디 컨트롤러 재킷을 보면 웨어러블 장치가 컨텐츠 시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가늠할 수 있다. 마치나의 미디 컨트롤러 재킷은 옷의 배 부위나 가슴, 팔꿈치 등 여러 부위에 다양한 센서를 부착해 착용자가 움직이거나 컨트롤러를 조작함으로써 따라 음악을 믹싱하거나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낸다. 린다가 이 재킷을 만든 이유는 어느 날 록콘서트를 보던 중 평범하게 멀뚱히 서서 디제잉을 하는 모습이 너무 심심하고 재미 없어서 좀더 역동적인 무대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라 한다. 결국 이 재킷을 입었다면 온몸을 비비고 움직이면서 디제잉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재미있어 보인다. 음악을 만들 때도 마찬가지.


물론 이마저도 너무 전문가스럽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음악적 감성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선 이 재킷을 어떻게 다룰지 모를 테니까. 그러니 공감이 될듯 말듯 할 것이다.  자, 이제 가장 쉬운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오래 전 HBO에서 배우 루이스 C.K의 스페셜 코미디 방송을 했는데, 최근 모 커뮤니티에서 그 영상의 장면을 캡처해 올린 글이 SNS에서도 화제로 떠올랐다. 루이스 C.K가 딸의 학예회를 갔는데 거의 모든 부모들이 아이들의 모습을 스마트폰에 담고 있더란다. 페이스북에 올리려고. 멀쩡한 두 눈으로 직접 보면 풀HD보다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스마트폰 화면에서 보는 부모들을 조롱하는 이야기였는데, 그의 독설에 의외로 많은 이들이 이에 공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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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글래스의 기능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그것이 더 나은 삶에 도움이 되는지를 봐야 할 때가 아닐까?
아이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 기록을 남기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두 눈으로 보고 머리로 기록하고 마음으로 느껴야 하는 것들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 때문에 보는 것을 방해받지 않고 기록할 수 있는 웨어러블 장치를 찾게 될 날이 멀지 않을 것이다. 그 시대를 대비해 실험을 진행하는 것이 무엇일까? 아마도 구글 글래스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구글 글래스에는 많은 기능이 있지만 두 눈으로 아이를 제대로 보게 해주는 기능만큼 소중하진 않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기계적인 관점으로 웨어러블 장치를 볼 수밖에 없지만, 우리가 아직 보지 못했던 관점의 컨텐츠를 만날 수 있다는 진짜 의미를 숨기고 있는 건 아닐까?

덧붙임 #

이 글은 LG CNS 블로그에 ‘웨어러블 장치를 보는 시선‘이란 제목으로 기고한 글로 블로그에 맞춰 문체와 일부 내용을 수정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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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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