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의 IT 분야를 전망하는 글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웨어러블 장치에 관한 것이다. 새 달력을 걸기도 전에 지난 해에 비해 몇 배의 더 큰 규모로 성장할 것이며 다채로운 형태의 웨어러블 장치에 대한 예상이 수도 없이 쏟아지는 것을 정말 웨어러블 장치의 세상이 열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 정도다.
하지만 이런 시장이나 장치에 대한 여러 전망들에 동의할지 말지 그 여부를 떠나서 웨어러블 장치에 대해 고민해 볼 부분은 여전히 많다. 웨어러블 장치들이 지금 순간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아주 오래 전부터 연구되어 온 분야였지만, 상용화를 시도하는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들이 짚고 넘어 가야 한다.
구글 글래스와 갤럭시 기어, 퀄컴 토크, 핏빗 같은 웨어러블 장치로 분류되는 몇몇 제품을 구해서 써보니 모두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방금 소개한 웨어러블 장치들이 우리 신체의 일부에 착용해 쓰는 장치라는 점에서 이것이 무엇을 할 수 있는 것인지 기능을 먼저 따지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가장 중요한 평가는 기능을 작동할 때가 아니라 이 장치들을 두 귀에 걸었을 때와 손목 같은 부위에 착용하는 그 때에 이뤄진다.
실제로 지금 나온 제품에서 그 문제를 찾는 것은 어려운 게 아니다. 구글 글래스가 웨어러블 장치의 선두주자와 같은 모양새를 띄고 있지만, 나처럼 안경을 써야 하는 이들에겐 고달프다. 안경 위에 걸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구글 글래스와 함께 쓸 수 있는 안경도 나오지 않는다. 얼마 전 안경테에 꽂을 수 있는 구글 글래스 이미지가 유출되어 기대하는 이들도 있을 텐데, 이것은 일반 안경을 꽂아서 쓸 수 있는 게 아니고 당장 쓸 수도 없다.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대문의 어느 안경 전문점을 찾아가 추가 비용을 들여 곡면 안경을 가공했다. 이렇게 한 뒤에야 프리즘에 표시되는 정보를 또렷하게 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마에 걸쳤을 때 구글 글래스가 켜지도록 할 수 있고 윙크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앞서 예로 든 제품들은 웨어러블 장치로써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니다. 모두 웨어러블 장치의 대표 제품들로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안경을 쓰거나 손목이 가느다란 신체적인 특징에 대한 대비는 부족한 점을 드러냈다. 아무리 좋은 기능을 갖고 있고 가능성을 가진 웨어러블 장치라고 해도 그것을 착용하는 이용자의 상황에 맞추지 못하면 높은 장벽을 우두커니 지켜봐야 하는 이용자의 평가는 인색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웨어러블 장치들이 멋스럽지 못한 것도 비판에서 벗어나긴 힘들다. 하지만 그보다 장치를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과 최대의 해결책이 담겨 있어야만 그 다음의 평가로 나아가기 쉽다는 것을 앞서 나온 웨어러블 장치들이 보여주고 있다. 그야말로 ‘웨어러블’은 웨어러블 장치라면 절대 까먹어선 안될 가장 중요한 덕목이지만,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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