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롤라 웹톱의 임종과 경쟁력의 실종

모토롤라 웹톱과 랩독 단종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모토롤라가 선보인 웹톱(Webtop) 소프트웨어와 랩독(Lapdock) 액세서리 사업을 모두 접는다는 사실을 모토롤라 관계자에게 확인한 기사가 더 버지에 올라왔기 때문이다.

사실 제품을 단종하는 것은 크게 염려할 만한 일은 아니다. 제품을 더 팔 수 없는 조건이라면 제조사가 제품의 제조와 출하를 포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토롤라 웹톱과 랩독 시리즈의 퇴출은 안타깝게 여겨진다. 모토롤라의 혁신적인 상품들이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줄기차게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모토롤라 웹톱과 랩독 단종
노트북 뺨치게 잘 만든 모토롤라 랩독
지난 해 웹톱과 랩독을 처음 선보일 때만해도 모토롤라가 정말 준비를 잘했다는 결론을 내렸을 정도로 획기적이었다. 웹톱은 모니터처럼 화면과 연결된 다른 주변 장치에 모토롤라의 스마트폰을 꽂았을 때 나타나는 윈도와 비슷한 인터페이스를 가진 소프트웨어다. 랩독은 노트북과 똑같이 키보드와 화면, 배터리 등을 갖춘 장치지만, 여기에 모토롤라 스마트폰을 꽂아야만 작동하는 액세서리다. 웹톱과 랩독은 스마트폰과 주변 장치를 이용하는 환경에 대한 고민 끝에 나온 완성도 높은 소프트웨어와 액세서리였지만, 이용자들의 선택을 받는데 실패했다.

웹톱과 랩독이 성공적이지 못한 데는 모토롤라 스스로 납득할 이유가 충분히 존재한다. 웹톱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만한 스마트폰의 컴퓨팅 파워가 모자랐고 랩독은 값이 너무 비쌌다. 더 버지는 안드로이드 중에 비슷한 기능을 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달았지만, 지금까지 수많은 앱을 다뤘어도 웹톱만한 것은 없었으므로 여기에는 이견이 좀 있다.

모토롤라 웹톱과 랩독 단종
웹톱은 PC와 비슷한 인터페이스에서 안드로이드와 웹앱을 실행할 수 있었다.
어쨌거나 웹톱의 컴퓨팅 파워 문제 중에서 가장 걸림돌인 램이었다. 웹톱이 처음 탑재되었던 아트릭스는 1GB램을 싣고 있었는데, 데스크탑독이나 랩독에 연결한 뒤 PC 모드로 작동하는 파이어폭스와 일부 응용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램 부족(out of memory) 메시지를 토해내곤 했다. 한마디로 이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선 램을 늘려야만 하고, 늘어난 램에 상주해 있는 프로그램들을 원활하게 처리하려면 역시 처리 능력이 좋은 AP를 써야만 하는 문제의 답을 이미 알고 있었다.

랩독은 단종의 이유가 너무 자명하다. 완성도와 마감은 훌륭했지만, 출시 가격이 400달러나 달한 탓이다. 우리나라에서도 50만 원 가까운 값에 판매했는데, 그나마 이벤트를 통해 초기 15만 원에 판매되었을 때 매진된 것 이외의 판매량은 나오지 않았다. 단지 마감이 훌륭하다는 이유로 넷북을 살 수 있는 가격에 사는 것은 바보 짓이란 것을 소비자들이 모를리 없었다.가격 인하에 대한 압박이 심했음에도 모토롤라는 꿋꿋하게 그 가격을 고수했다. 결국 랩독은 지금 100달러 안팎에 재고를 정리하는 중이다.

모토롤라 웹톱과 랩독 단종
웹톱과 랩독의 개발 중단은 모토롤라가 어떻게 자기 색깔을 찾아갈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 모든 문제의 답을 풀어야 할 모토롤라의 지난 1년은 매우 부침이 심했다. 특히 구글로 인수되면서 미래를 알 수 없게 됐다. 구글은 인수된 조직을 안정화시키려 애쓰는 듯 보이지만, 수많은 인력이 모토롤라를 떠났고 지금도 구조조정은 계속 진행 중이다. 그리고 이제 웹톱과 다양한 액세서리를 만들었던 개발자들도 떠나게 됐다. 비록 새 주인을 맞이한 뒤 출시한 단말들이 신통치 않았어도 나름 색깔을 유지할 수 있던 것은 웹톱처럼 하나의 장치에서 이종 장치의 경험을 줄 수 있는 특이한 기능 때문이었다. 이제 이마저도 빼버리면 모토롤라에게 남은 경쟁력이 무엇인지 따져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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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 Written by:

2 Comments

  1. 2012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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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세사리가 넷북값이라는게 가장 큰 문제겠죠 ㅠ.ㅠ
    그래도 사용자로서는 아쉬운(그렇다고 해서 사진 않겠지만…) 결정이네요

    • 칫솔
      2012년 10월 23일
      Reply

      액세서리를 아주 간단하게 만들었더라면 더 좋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지만 이미 버스는 떠났을 뿐이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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