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로서 윈도10과 미래를 준비하는 윈도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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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벽 잠을 포기하며 윈도 10 브리핑 행사를 실시간으로 봐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지난 해 감동 없던 윈도 10 미디어 발표회를 떠올리니 큰 기대를 할 게 없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한 때문이랄까. 하지만 이번 미디어 브리핑을 끝까지 본 결과 지난 해 윈도10 발표와 180도 다른 기분이다. 자발적인 환호를 기대하기 힘든 기자들을 상대로 한 행사라 정적이 흐르는 건 여전했어도 브리핑에 담긴 의미가 이전과 너무나도 달랐다.

이 행사에 많은 이들을 불러 모은 이유가 윈도 10 브리핑이었으므로 처음부터 복잡한 주제는 아니었다. 다만 지난 해 생산성 중심의 데스크톱 귀환을 선언하고 공개했던 윈도 10 테크니컬 프리뷰를 먼저 경험했던 170만 윈도 인사이더의 의견과 작은 생각들이 얼마나 많이 반영되었는지, 그리고 아직 미 발표된 새로운 기능을 담았는지 궁금해 이 시간을 지켰던 이들에겐 그보다 더 많은 뉴스를 들고 나와야 했다는 것에 놀랐을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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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윈도 7과 윈도 8을 쓰는 이용자들은 다른 이유로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했을 것이다. 이날 진행을 맡은 테리 마이어슨이 윈도 10을 출시하고 1년 이내 윈도 7을 포함한 윈도 8 이용자까지 모두 무료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소식을 맨 먼저 화면에 띄웠기 때문이다. 윈도 7 이용자는 추가로 돈을 내지 않고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으므로 단기적으로 윈도10의 점유율을 높일 수는 있을 듯하다. 그렇다고 윈도10이 공짜라는 이야기는 아닌 데다, 윈도 라이센스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한 하드웨어에 따라 업그레이드가 안될 수 있고 하드웨어 문제로 인해 윈도10으로 업그레이드하지 못해도 MS가 책임지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미리 알아둬야 할 점일 것이다.

사실 이 발표를 보고 윈도10의 새로운 기능에 대해 되도록 자세히 설명할 작정이었다. 하지만 발표를 모두 보고난 직후 그 생각을 접었다. 이날 발표는 윈도10 테크니컬 프리뷰를 경험한 윈도 인사이더로부터 많은 의견과 생각을 모아서 여러 가지를 바꾼 윈도10의 기능을 설명하는 것보다 더 큰 가치를 가진 무엇인가가 있어서다. 물론 기능을 줄이거나 뺀 것은 아니지만 윈도 10은 복잡한 것을 상당히 덜어내고 간결해진 듯했다. 데스크톱과 태블릿의 유연한 전환, 모바일과 PC의 작업 통합, 모바일과 PC를 가리지 않고 작동하는 유니버설 앱, 펜기능과 플러그인으로 재편하는 브라우저 프로젝트 스파르탄, 이용자를 위한 충실한 개인비서 코나타, 모바일에서도 완벽하게 구현되는 MS 오피스, XBOX 원과 PC 게이머의 협동 플레이, XBOX 원 PC 스트리밍 너무 많은 재주를 그저 복잡해 보이지 않게 잘 편집해서 보여줬을 뿐이다.(어제 발표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아크몬드님 블로그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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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변화는 돌아온 윈도 버튼이나 새로운 기능이 아니라 이전에 경험했던 운영체제의 느낌이 아니라는 것이다. 발표 전반에 걸쳐 PC 운영체제로서 윈도10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설명했지만, 또 다른 영역의 윈도10도 설명했다. 모바일, 콘솔 게임기, 인터넷 서비스 등 서로 다른 환경에서 윈도10을 쓰는 장치와 장치, 응용 프로그램과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와 인터페이스, 서비스와 서비스의 유연한 결합을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인지 소개한 것이다. 하나의 하드웨어에서 모든 기능을 통합하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 윈도10 코어를 심은 PC와 모바일, 콘솔 장치의 장점을 모든 장치가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손을 써 더 넓은 창으로 확장해버렸다. 이는 윈도10이 우리가 익히 알던 PC용 운영체제라는 단순한 목적으로만 진화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윈도가 운영체제라는 제품이기도 하지만, 서비스이기도 하고 다른 인터페이스가 되며 플랫폼으로 변해가는 모습이었다. 서비스로서 윈도(Windows as a service)라는 표현이 그냥 나온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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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10을 기능으로 이해하는 것은 쉬운 반면 어제 발표를 통틀어 새로운 해석이 나오는 데는 시간이 좀더 필요하다. 발표된 기능 하나하나를 다시 읊으며 그것이 갖는 의미를 되새겨보는 게 가장 빠른 길일 수도 있다. 당장 윈도10을 값싸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우리에게 중요한 관심사라 하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윈도10은 PC 운영체제가 갖춰야 할 기능이나 윈도 보급 전략보다도 윈도10 코어가 미래에 어떤 가치로 전환될 것인가의 궁극적인 질문을 담고 있다.

그 질문을 던진 것이 홀로렌즈다. 물론 MS는 어제 서피스 허브라는 미디어 패널도 발표했다. 84인치 UHDTV 패널 위에 디지털 펜으로 글을 쓰고 그것을 원거리 참석자와 공유하며 스카이프로 회의할 수 있는 서피스 허브는 기업이나 학교의 생산성을 위한 미디어 보드 기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윈도10을 생산성에 초점을 맞춰 넣은 것일 뿐 미래는 아니다. 그에 비해 홀로렌즈는 숙제를 남긴 제품이다. 홀로렌즈는 머리에 쓰는 HMD 형태의 제품이다. 이것을 쓰면 반투명 안경에 입체감 있는 영상을 표시하고 이용자는 가상 화면의 메뉴와 기능을 두 손과 음성으로 조작하고 무엇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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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능 프로세서와 윈도10 코어, 키넥트 기술이 어우러진 이 증강현실 제품은 당장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을 없애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작업했던 공간을 어떻게 재해석할지 질문을 던진다. 홀로렌즈는 모니터와 같은 제한된 공간에서 벗어나 일상적인 공간을 작업 또는 놀이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는 가상 현실과 달리 홀로렌즈는 우리의 거실, 사무실, 자동차 등 모든 공간을 그대로 활용하며 그곳이 어디라도 가상 화면 안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만든다. 틀이 없는 공간에서 입체적인 생각을 가능케 하는 수단을 실체화 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일 뿐 끝이 아니다. 윈도10은 홀로그래픽 API를 담고 있다. 누구든 필요하다면 이 API를 이용해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 그 시작이 쉬울 것인지 지금은 말하긴 어렵다. 다만 그 고민을 하고 있던 이들에게 윈도10과 홀로렌즈는 도전의 기회를 준다. 당장 데스크톱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데스크톱에서 구현할 수 없는 새로운 컨텐츠에 대한 도전을 원하는 이들에게 윈도10은 새롭게 봐야 할 운영체제인 것이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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