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은 없어도 갈길 잘 가는 윈도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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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 차세대 윈도의 이름이 밝혀지는 순간 이건 좀 의외의 작명이라고 생각했다. 소문과 전혀 다른, 시리즈로도 연결되지 않은 윈도 10(Windows 10) 이었으니까. 사실 다른 이름으로 공개했다해도 그리 이상하게 여길 것 같지는 않았다. 윈도 10만 빼고. 엑스박스 원을 언급하고, 여기에 원드라이브와 원노트까지 가져다 붙이며 ‘원’ 브랜드로 통일하려 했으나, 윈도 1.0 디스켓을 들고 ‘씨익~’ 미소 짓는 빌게이츠의 사진 한장을 내걸며 그에게 ‘원’ 브랜드를 선점당했다는 위트있는 진행까지는 좋았는 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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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 1.0 디스켓을 들고 있는 빌게이츠의 옛 모습이 인용됐다

생뚱맞게 보일 수도 있는 ‘윈도 10’이라는 이름은 어쩌면 꽤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도 모른다. 화면을 가진 모든 장치에서 단 하나의 환경으로 모든 것을 통합하는 첫 번째 세대의 윈도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서다. ‘Windows 7 ate 9′(윈도 7이 9를 먹었다)이라거나 OS X와 같은 버전대에서 경쟁하려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이른바 아무것도 없는 0(Zero) 기반에서 세대 교체를 하는 첫 번째 윈도라는 측면에서 해석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이 중대한 발표가 40여분 남짓 간소하게 진행된 기자간담회를 통해서 썰렁하게 발표되었다는 점이고 이는 실력있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마이크로소프트를 떠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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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시작버튼, 데스크톱의 생산성을 되찾을지 기대된다

어쨌거나 오늘 새벽의 행사에서 MS는 ‘윈도 10 엔터프라이즈’의 일부 모습을 공개했다. 아마 내일이면 윈도 10 엔터프라이즈의 테크니컬 프리뷰를 써보며 직접 평가할 수 있지만, 이는 일반 이용자용 버전이 아니므로 내년에 출시하는 이용자 버전에서 어떤 기능이 제한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이미 많은 이들이 이야기한 대로 윈도 8에서 사라졌던 시작 버튼이 돌아온다는 점은 변함이 없고, 이날 발표한 대로 마우스와 키보드를 이용한 데스크톱의 편의성은 좀더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늘 발표에서 내 눈길을 모은 부분은 시작버튼의 부활이 아니다. 시작 버튼에 기능성을 더한 것이나 달라진 시작 화면은 이용자 경험을 보완하는 측면에서 반길 만하다. 단지 이것은 원래 있던 것을 보강한 것일 뿐 새로운 하드웨어를 이용하는 경험에 대한 대비는 아니다. PC나 노트북 같은 종전 하드웨어를 이용했을 때 불편한 점을 해소한 것은 다행이긴 하나 너무 조급하게 태블릿 같은 터치 기반 장치 위주의 색깔을 드러냈던 윈도8 같은 방향성을 보여주는 특징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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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톱 모드에서 작업 표시줄을 잘 보면 아이콘 간격이 좁고 돋보기 버튼이 있다

그렇다고 윈도10이 지향하는 하드웨어의 색깔을 찾을 수 없다는 말은 아니다. 적어도 하이브리드 장치에 대한 새로운 대응은 윈도 10 이전의 장치에서는 볼 수 없는 부분이다. 모든 장치에서 단일화된 윈도 전략이 아니라 윈도 10 만의 특색은 조 벨피오레 운영체제 부문 총괄 부사장이 두번 반복하며 보여준 맨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에서 나왔기 때문에 크게 돋보이지는 않았을 뿐이다. 키보드를 연결할 때 데스크톱을 강화한 모드로 전환하고, 키보드에서 분리할 때 터치를 쉽게 할 수 있는 형태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서피스 프로3를 대표로 내세우고 있는 하이브리드 태블릿 제품군을 염두에 둔 변화다. 단순히 키보드를 분리하고 붙이는 입력의 차이에서 그친게 아니라 뒤로 가기 버튼이나 작업 표시줄의 아이콘 간격 조정, 창 모드의 전체 화면 전환 등 이용자의 조작 환경에 맞춰 변화하는 운영체제는 흥미로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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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 모드에선 윈도8 같은 시작 화면이 살아나고 시작 버튼의 기능도 달라진다. 참바 역시 유지된다

물론 오늘 발표가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맞춰진 것이다보니 대부분의 이야기가 기업 시장의 생산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기에 일반 이용자에겐 상대적으로 아쉽게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 보여준 것이 윈도10의 일부인데다 마지막 발표에서 윈도10의 하드웨어 방향성을 조금 읽을 수 있었다는 점은 정말 다행이다. 특히 시작 버튼의 회기라는 단순한 이야기로 끝내지 않도 되는 점에서는 더더욱 그렇게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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