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E 데이터 셰어링, 유심 이동성의 가치를 훼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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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IM(통합가입자식별모듈)만 있으면 여러 스마트폰을 번갈아 가며 쓸  수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이 블로그를 통해 소개했던 유심(USIM) 이동성의 특징을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유심 이동성은 단말 중심의 계약이 아니라 유심 중심의 통신 계약을 통해 요금제와 단말기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책이다. 과거 단말기를 살 때 맺어야 했던 이동통신 이용계약을 분리, 이용자가 자기에게 맞는 요금제와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게 함으로써 단말 중심의 이통 시장을 통신 서비스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는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된 정책이다.


아직 유심 이동성 제도가 완전히 정착된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제도의 정착을 위해 등록된 단말기만 쓸 수 있는 화이트리스트 제도를 블랙 리스트 제도로 전환했고, 이통 서비스의 세분화와 계약에 따른 할인 적용, 보조금 제한을 통한 단말기 가격 인하, 단말기 자급제를 통한 통신비 절감 같은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보면 이제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유심 이동성이 완전히 시장에 뿌리를 내린 것은 아니다. 3G 시장에서 유심 이동성은 큰 무리 없이 적용되고 있으나, 최근 들어 LTE 시장에서 유심 이동성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서비스들이 등장해 걱정이다. 특히 이통 3사가 LTE의 부가 서비스로 내세우고 있는 LTE 데이터 셰어링에서 유심 이동성의 빈틈을 노린 것이어서 지금 이 문제를 정리하지 않을 경우 앞으로 유심 이동성 정책은 더 후퇴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심각하게 봐야 한다.


LTE 데이터 셰어링은 이용자가 가입한 요금제에 들어 있는 데이터를 이용자의 다른 스마트 장치에서도 쓸 수 있는 부가 서비스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카메라 등 여러 스마트 장치에서 하나의 요금제로 데이터를 쓸 수 있는 것이다. 원래 LTE 데이터 셰어링은 연결되는 장치마다 부가 요금을 내야 했지만, 얼마 전 이통3사 모두 두 개의 장치까지는 무료로 쓸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표면적으로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 LTE 데이터 셰어링을 들여다보면 유심 이동성 정책을 위반하고 있다. LTE 데이터 셰어링은 부가 서비스지만 유심을 통해 서비스를 쓸 수 있는데, LTE 데이터 셰어링 유심은 일부 이통사의 경우 다른 장치에서 쓸 수 없다. 일부 이통 사업자의 LTE 데이터 셰어링을 쓰기 위해선 유심만 등록하는 것이 아니라 장치까지 모두 등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LTE 데이터 셰어링을 쓰려면 이용자는 반드시 장치를 등록해야 하고 유심은 그 장치만 인식할 수 있는 정보를 담는다. 이 유심을 다른 장치에 꽂으면 작동하지 않는다. 장치 전용 유심이 되는 것으로, 유심 이동성이 적용되기 이전에 이통 사업자들이 스마트폰을 개통했을 때와 같은 화이트리스트(등록된 장치만 쓸 수 있도록 장치를 등록하는 것) 방식을 쓰는 것이다.


아마도 LTE 데이터 셰어링이 부가 서비스이므로 유심 이동성을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각 이통사에서 해석할 지도 모르지만, 이것은 유심 이동성의 핵심 가치를 훼손하는 매우 중대한 문제다. 유심 이동성은 가입자 정보를 유심으로 식별함으로써 통신 서비스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정책인데도, LTE 데이터 셰어링은 이러한 기본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고 예전의 나쁜 습관을 다시 도입한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것이 부가 서비스든 무엇이든 간에 유심을 넣어 쓰는 장치라면 공통적으로 가입자 정보 식별의 가치를 훼손하지 못하게 해야 하며 그 이동성이 보장되어야 함에도 LTE 데이터 셰어링은 서비스 업체나 감독 기관으로부터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1차적인 문제는 이통 3사에 있지만, 유심 이동성 정책을 관리하고 감독해야 할 방송통신위원회에 더 큰 책임이 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관리, 감독하는 규제 기구로 역할이 줄어들면서 정책의 일관성을 꾸준하게 유지하려는 의지보다 보조금처럼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만 급급한 것이 현재 모습이기 때문이다. 2년 전 유심 이동성 정책을 강하게 적용할 때만큼 세밀하게 살피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유심 이동성에 관한 정책을 일관되게 유지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유심 이동성 정책은 이전으로 후퇴할 수밖에 없다. 유심 이동성은 엿가락처럼 늘어뜨려 적용할 수 있는 정책이 아니라 통신 시장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일관성을 지켜야 할 가치다. 이런 가치가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일관된 정책을 펴지 못하면서 통신 시장을 감시하고 압박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유심 이동성의 진짜 가치를 모르는 담당자라면 그만 일터로 들어가는 출입증을 반납하는 게 옳을 것이다.

덧붙임 #

이 글의 유심 이동성과 관련해 SKT가 “한번 등록된 데이터 셰어링 유심은 SKT에서 서비스하는 동일 LTE 밴드를 지원하는 단말기에 한해 유심 기변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보내왔습니다. 이에 특정 단말 전용으로 유심이 작동한다는 내용을 일부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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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 Written by:

11 Comments

  1. shinysun
    2013년 4월 19일
    Reply

    SKT의 LTE 데이터 나눠쓰기를 태블릿으로 가입할 경우, 휴대폰에서는 인식이 안되고, 또 반대로도 안됩니다. 데이터 나눠쓰기라면 일반 요금제와는 다르게 폰과 태블릿간의 이동도 자유로워야하지 않을까요?

    • 칫솔
      2013년 4월 19일
      Reply

      그것도 자유로워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특히 데이터 중심제로 넘어간다면 더욱 그렇지요.

  2. 2013년 4월 19일
    Reply

    아 ! 그런 문제가 있었군요 !

    미처 모르고 있었던 내용입니다. USIM 이동성 정책의 기본 취지를 지킬 필요가 있어 보이네요.
    이번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해당 업무는 방통위가 아닌 미래창조과학부로 옮겨 간 듯 하더라구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칫솔
      2013년 4월 19일
      Reply

      진흥 부분은 미래부에서 맡게 됐지만, 시장 정책을 시행하고 이용자 보호 업무는 여전히 방통위 소관이지요. 아무쪼록 일관된 정책을 폈으면 좋겠습니다.

  3. 러브드웹
    2013년 4월 19일
    Reply

    LTE 데이터 셰어링 기기 등록 후 유심기변 가능하다고 했었는데… 안 되는 건가요… 뭐징…

    • shinysun
      2013년 4월 19일
      Reply

      저도 기변 가능하다고 들었는데요??

    • 칫솔
      2013년 4월 19일
      Reply

      SKT측의 공식 입장을 추가 했으니 참고 바랍니다.

  4. 사용자1
    2013년 4월 19일
    Reply

    칫솔님 말씀에 공감하며, 또한 SKT의 부연 내용도 알고는 있습니다.
    (‘등록한 다음에 이동은 가능하다’)

    그런데 유심이동성을 해치지 않으려면 애초에 등록을 받을 때부터 통제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LTE와 3G간 유심에 차별을 두는 것도 기술적인 이유는 아니지요. 정책적인 이유입니다.

    데이터 나눠쓰기 회선을 등록하려면 몇가지 제한이 붙습니다.

    1. 공단말이 필요합니다.
    – 전산망 상에서 확정기변이 끝나있는 공단말기가 있어야 합니다. 다른 회선에 등록해놓고 유심기변으로 다른 기기를 쓰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안됩니다. 다른 기기로 확정기변을 하고 쓰려는 단말은 공기기로 만들어야 합니다.

    SKT의 경우 자사출시 단말이 아니면 좀 절차가 번거로운 것 같습니다. KT는 아직 등록해보지 않아서 모르겠네요.

    2. 자기들이 정한 쿼터를 넘기지 말아야 합니다.
    – 무료 2대 제한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SKT와 KT 모두 ‘태블릿 1대’ 하는 식으로 제한이 붙고, 카테고리당 정해진 수를 넘어가면 가입을 받지 않습니다. KT는 전화 기능이 있는 단말기는 나눠쓰기에 가입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SKT용 갤럭시 탭 7은 여기에 걸립니다.

    3. LTE / 3G 단말 구별
    3G 단말은 3G 나눠쓰기로, LTE 단말은 LTE 나눠쓰기로 가입해야 합니다. 이것은 현재 상품이 신규회선 개통인데 그것의 가입비나 사용료를 면제해주는 형식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첫 술부터 배부를 수는 없으니 언젠가는 좀 더 자유로워질 것이라는 생각은 합니다. 그러나 어느 나라든 통신사 슈퍼갑 님들은 통제권을 포기하는 것에 경기를 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정말 데이터 위주로 가려는 순수한 목적이었다면 단말기와 유심을 묶지 말았어야죠. 지금은 신규 회선을 추가하면서 단말기를 묶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이런저런 조건을 붙이고 있습니다.

    • 칫솔
      2013년 4월 23일
      Reply

      자세한 내용 고맙습니다. 사실 유심 이동성의 취지를 제대로 이행하기만 한다면 어렵고 복잡한 말들은 쏙 들어갈텐데요. 이통사들은 관리적인 문제라고 하는데, 그걸 다르게 해석하면 기업 편의주의적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속히 유심 이동성의 취지를 되살릴 수 있는 행동들이 나와주길 기대합니다.

  5. 2013년 4월 21일
    Reply

    조금은 다를 수 있지만, 3G에서도 USIM이 제대로 동작하나? 싶은 마음이 들고 있네요.
    아이폰 쓰고 있고, 메인으로 통신사에 등록이 되어있지만, 다른 안드로이드 기종에 유심을 물려서 사용하면 통신사에서 모바일카드 해지되고, 통신사 전용으로 다운 받아서 쓰라는 어플들도 호환 기종이 아니라고 쑈를 하는군요… -ㅅ-;;;
    그래서 통신사에 문의까지 해보고 기기 등록을 하려고해도 분납금 있으면 안된다고 뜨더군요;;; 이거 뭐 어쩌라는건지;;;
    유심의 기본 취지가 3G도 안되는 상황인데, 황금알 같던 LTE에서도 제대로 시행해줄까 싶기도 하네요.
    칫솔님의 날카로운 일침에 저도 내일 대리점 찾아가서 제대로 따져봐야겠네요! ^^

    • 칫솔
      2013년 4월 23일
      Reply

      3G도 이통사마다 다릅니다. SKT OPMD는 유심만 단독 개통이 가능하지만 나머지 이통사는 역사 불가능하죠. 유심 이동성 자체에 집중을 하지 않으니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지는 듯합니다.

      아참.. 모바일 카드 해지되는 건 실제 해지가 되는 건 아닐겁니다. 단말이 바뀔 때마다 그 메시지가 날아오길래 확인해 봤는데, 유심 이동에 따른 단순 안내문이라고 하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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