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품은 잉크젯 프린터, 그 운명을 바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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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집에서 쓰는 잉크젯 프린터를 보면 정말 재미가 없습니다. 인쇄만 하는 프린트든 스캔이나 팩스까지 보내는 복합기든 기능은 거기서 거기였고, 어차피 PC가 없으면 쓸모가 없는 게 문제 아닌 문제일 듯 싶습니다.


따지고 보면 지금 프린터를 살 때 프린터만 보고 사는 이는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PC를 사면 상황에 따라 부속품 정도로 여기는 게 보통 사람들의 생각인 것이죠. 아무리 좋은 프린터가 나왔어도 PC 주변기기라는 인식을 바꾸지 못하는 한 프린터는 PC 보급과 함께 해야 할 운명입니다.


그 운명을 HP가 바꾸겠다고 선언했습니다. PC가 없어도 쓸 수 있는 프린터를 내놓겠다고 말한 것이지요. 사실 이미 내놓긴 했습니다. 어제 공개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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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HP 잉크젯 프린터 간담회의 주제는 터치였습니다. 프린터의 자질 구레한 버튼을 없애고 모두 터치 스크린이나 터치 프레임 방식으로 바꾼 신형 프린터를 선보였던 것이죠. 어제 발표한 프린터는 모두 전원 버튼 외에 다른 버튼은 없습니다. 화면을 누르거나 화면 둘레의 테두리를 터치하면 기능을 수행합니다. 예전에는 모든 IT의 개념이 키보드와 마우스를 거쳐야 했지만, 지금은 터치 휴대폰처럼 터치 중심으로 흐르고 있어 이에 동참하는 뜻이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터치는 하나의 장치일 뿐 핵심은 아닙니다. 이용자가 쓰기 쉽고 편하게 다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부분이지 그것이 전부는 아닌 게지요. HP는 프린터를 가전제품이 되도록 만들고, 가족이 함께 쓰는 허브 장치가 되도록 만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PC가 없어도 거실에 두고 쓸 수 있도록 디자인을 손보고, 다른 무선 장치와 함께 쓸 수 있는 프린터와 복합기를 만드는 게 목표인 것입니다. 터치는 가전 제품으로 인식시키기 위한 도구 가운데 하나 입니다.


중요한 것은 PC가 없으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복합기라면 복사라도 할 수 있지만, 그 외에는 어떤 활용도가 있을까 생각하면 막막합니다. HP가 깨야 하는 것은 바로 이 대목입니다. PC 없이 프린터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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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주목한 것이 인터넷입니다. 인터넷에 널려 있는 수많은 컨텐츠를 PC를 통하지 않고 바로 프린팅 하는 것이죠. 이미 HP 프린터는 6개월 전부터 무선 랜을 붙여 무선 네트워크 프린터로 작동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가정의 공유기에 무선으로 접속해 있는 프린터나 복합기를 다른 PC나 노트북에서 무선으로 바로 인쇄할 수 있게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이 무선 랜에 접속한 복합기가 단순히 네트워크 프린터에 머무르지 않고 인터넷에 접속한다는 것이죠.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어디에 있는 어떤 컨텐츠냐는 점입니다. 어제 발표한 프린터 가운데 포토스마트 C309g 복합기에 그 답이 있긴 합니다. 이 복합기는 이전에도 살짝 소개한 적이 있긴 한데, HP의 인터넷 사진 저장소인 스냅 피쉬에 접속해 자기가 올려둔 사진을 바로 보고 인쇄합니다. 제한적이지만 인터넷에 있는 사진을 집에 있는 복합기에서 바로 뽑아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스냅 피쉬가 우리나라 서비스가 아니므로 이 기능을 잘 쓸지 알 수 없지만, 인터넷에 접속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가능성은 있습니다. (지금 논의 중이라고 하는 데)네이버나 다음 블로그나 야후 플리커 등에 올려 둔 사진을 이 프린터에서 바로 인쇄한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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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는 그저 가능성에 불과합니다. 인터넷에는 사진만 있는 게 아니니까요. HP도 이날 밝혔듯이 IT가 발달할수록 프린트 양은 더 많다고 했습니다. 부가적으로 프린팅해야 할 웹컨텐츠가 엄청 늘었는데, 2012년은 지금보다 3배 이상 웹프린팅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 중에 대부분은 사진이 아니라 웹 그 자체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웹을 어떻게 연동해 프린팅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겠지요. 프린터 자체가 PC가 되는 날은 오기 힘들겠지만, PC에 준하는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고민도 분명히 따라 붙게 될 것입니다.


때문에 프린터가 그 태생적 운명을 바꾸기는 힘들 것입니다. 쉽고 재미있게 조작하는 것은 좋지만, 프린터 자체적으로 PC에 준하는 능력을 채우기는 너무 품이 많이 들고 그러한 노력이 소비자에게도 득될 일로 인식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쩌면 프린터 독립이라는 소망을 꿈꾸기보다 그 연결성을 넓히는 방법을 찾는 게 훨씬 쓸모 있는 일일 겁니다. 그 중에 프린터를 활용할 수 있는 API를 만들어 공개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스마트폰 같은 휴대 장치를 위한 모바일 API를 공개한다면 훨씬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컨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을테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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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HP 프린터 부문이 이렇다할 방향성을 못잡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예전 만큼 프린팅의 가치를 더 이상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도 하거니와 정작 중요한 컨텐츠는 프린팅이 아닌 화면에서 소비하고 끝난다는 점을 고민해야 합니다. 아이폰/아이팟에 들어 있는 사진을 무선으로 바로 인쇄하는 HP iPrint가 그 좋은 예가 되겠네요.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일 뿐이지만 효과는 만점입니다. 수많은 화면에서 컨텐츠의 소비가 끝나지 않도록 하려면 그 화면을 공략하는 게 가장 빠른 답일 것입니다. 또한 소비자를 위한 HP의 최상의 선택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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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 Written by:

22 Comments

  1. 2009년 10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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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사실 저조차도 프린터에 대해선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보니….ㅠㅠ

    • 칫솔
      2009년 10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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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전히 기대하지 않는 분들이 대다수지요~ ^^

  2. 둔필승총
    2009년 10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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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진 글 잘 보고 갑니다.
    늘 건승하세요~~

    • 칫솔
      2009년 10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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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고생 많으시죠? 현장 중계 잘 보고 있습니다. ^^

  3. 2009년 10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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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글 잘보고갑니다.
    올때마다 공부하는 느낌^^

    • 칫솔
      2009년 10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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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공부 안하는 그런 제품이 나와야 할텐데 말이죠. ^^

  4. 2009년 10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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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복잡해지는게 아닌지..
    기본기능으로 저렴하게 유지되어있는 프린터가격을 유지하고
    정품 잉크값을 좀 내려주었으면하는 바램이.ㅠㅠ

    • 칫솔
      2009년 10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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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린터 가격은 이미 낮아질 대로 낮아진 듯 싶어요. 정품 잉크값을 내리려면 역시나 호환 잉크가 많아져야… ^^

  5. 2009년 10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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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리커가 필요합니다ㅠㅠ

    • 칫솔
      2009년 10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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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요. 그나저나 플리커는 공짜로 무제한 안해주려나요? ^^

  6. 2009년 10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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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대세는 eBook이 될텐데.. 어쩌면 마지막 몸부림일지도 모르겠네요 ㅠ.ㅠ

    • 칫솔
      2009년 10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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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북이 나와도 당장 줄어들지는 않을 것 같다는… e-페이퍼라면 또 모르지만요~ ^^

  7. 2009년 10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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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욜 굿이네요~ 상당히 좋은데요.. 가격이 착하지는 않을듯 보이는디 검색해서 얼마나 되나 찾아봐야 겠네요
    그래도 상당히 좋은녀석 같네요~

    • 칫솔
      2009년 10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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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만 원대 초반이던데요? 생각보다는 좀 싼 편입니다. ^^

  8. 2009년 10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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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린터를 집에서 놓는 위치를 생각했을때…
    진정한 복합기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아이팟독 + 스피커를 갖춘 멀티미디어 재생기로 가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ㅋㅋ

    • 칫솔
      2009년 10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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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팟독이든 휴대폰독이든 외부 장치의 연결성을 쉽게 해주는 표준만 제공하면 그것으로 족할 듯 싶어요~ ^^

  9. 2009년 10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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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메모리카드로만 인쇄되는 프린트의 업그레이드판이군요 ㅎㅎㅎㅎ
    근데 유용할지는 모르겠어요 ㅋㅋㅋ PC없는 프린트가 ㅋㅋㅋㅋㅋㅋㅋㅋ
    프린트를 들고 다니지도 않을테고 ㄷㄷㄷ

    • 칫솔
      2009년 10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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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고다니는 프린터가 얼마나 필요한지 아직 모르시는군요? ㅋㅋㅋ
      악랄가츠님에겐 최고의 작업 도구가 될 수 있어요~

  10. 2009년 10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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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대폰에 프린트 기능이 있다면 좋겠어요. ^^;

    • 칫솔
      2009년 10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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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아이폰용으로는 애플리케이션이 나와 있고요. 다른 휴대폰에서도 블루투스를 이용하면 되기는 합니다만.. 너무 쓰기가 어렵긴 합니다. ㅠ.ㅠ

  11. seso
    2009년 10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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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잉크젯을 쓰신다면 재생잉크를 직접 사서 주입해서 써보시는것도~~ 손이 조금 더러워지긴하지만 그거빼곤 좋아요. 재생잉크 출력량이 좀 적지만 품질은 좋던데요 ㅎㅎ

    • 칫솔
      2009년 10월 19일
      Reply

      문서를 뽑을 때는 모르지만, 사진을 뽑을 때는 재생이 정품보다 낫다고 하기는 어렵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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