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 동안 인텔은 각종 전시회에서 미고(meego)와 앱업센터(appup center)를 탑재한 스마트패드를 전시해왔습니다. 미고는 인텔이 지난 몇년 동안 만들어온 리눅스 기반의 운영체제이고, 앱업 센터는 미고 뿐만 아니라 x86 운영체제에서 쓸 수 있는 응용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앱스토어의 일종이지요. 실리콘 기업으로서 운영체제와 앱스토어를 직접 만든 것은 이례적인데, 그만큼 인텔에 대한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 미고와 앱업센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인텔이 이 둘을 당장 버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미고와 앱업센터의 가능성을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지요. 미고는 대중적이지는 못하지만, 스마트폰이나 패드, 노트북 등 프로세서 플랫폼의 제한이 적고 UI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앱업센터는 미고의 보급과 별개의 길-예를 들어 윈도용 앱 오픈 마켓-을 갈 수도 있지만, 인텔이 그럴 의도가 별로 없어 보이는 지금은 역시 미고와 함께 목숨을 건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텔이 노키아 스마트폰이 아닌 패드나 노트북 같은 다른 플랫폼에서 미고를 먼저 확산시켜야 한다고 가정했을 때 앱업센터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면 차라리 크롬을 껴안는 것이 더 바람직한 조합일 듯 싶더군요. 구글이 크롬 OS로 인텔과 함께 크롬북 시장을 개척하려 ‘용’쓰지만, 솔직히 크롬북이 언제쯤 클놈이 될지는 예측하기 힘듭니다. 구글이 주도하는 일이니 인텔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도 없는 일이지요.
하지만 인텔은 지난 컴퓨텍스에서 스마트 패드에 맞는 아톰 프로세서를 공개하고 이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인텔이 스스로 그동안 성장이 미진했던 x86 중심의 패드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이야기나 다름없지요. 문제는 여기에 맞는 운영체제와 응용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입니다. 윈도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맞지 않고, 크롬 OS 역시 터치 기반은 아니기 때문에 다루기 불편할 듯 보이고, 허니콤은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옷이라 상당한 재단이 필요합니다. 그에 비하면 지난 컴퓨텍스에서 봤던 미고 플랫폼은 의외로 인텔이 내놓은 모바일 아톰 프로세서에 잘 어울리는 옷이더군요. 과거에 내놓은 미고와 다른 UI를 반영할 수도 있고, 움직임도 빠르고 좋았습니다. 허니콤과 다른 운영체제의 개성 때문에 단말기의 개성도 보장할 수 있겠더군요.
다만 미고를 채택한다고 해도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을 쓸 수 없는 문제가 남습니다. 이를 해결하는 게 쉽지는 않은데, 컴퓨텍스에 전시해 놓은 미고 패드에서 기본으로 크롬 브라우저를 올린 것을 감안하면 여기서 더 나아가 크롬 웹스토어를 연결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싶더군요. 물론 크롬 웹스토어를 연결하려면 구글의 협력과 아울러 크롬 웹스토어의 응용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도록 운영체제와 브라우저를 손봐야 하지만, 그렇더라도 잠시나마 이 둘의 협력은 양사 뿐만 아니라 새로운 장치를 기대하는 이용자들을 고려하면 긍정적인 면이 더 클 것입니다.
얼마 전 노키아가 미고 스마트폰을 공개했던데 그걸로도 가망이 없는 건지..
그 이야기를 좀 정리해야겠군요. 그나저나 단말이 어떻게 생긴건지 참 궁금하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