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의 질감을 느낄 수 없어도 e북에 대한 로망을 접기는 어렵다. 특히 가볍고 작은 장치에 수십 권의 책을 넣어 다니며 편하게 읽었던 경험이 있는 이들이면 더더욱 그렇다. 다만 e북 리더에 대한 기분 좋은 경험을 갖고 있더라도 그 경험을 꾸준하게 이어가기 힘든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이는 e북 리더의 하드웨어 문제 뿐만 아니라 그 장치를 이용하기 위한 주변 환경이 복잡하게 꼬여 있기 때문이다. 기대감을 안고 나온 많은 e북 리더들의 리뷰 끄트머리에 항상 아쉽다는 말이 남길 수밖에 없는 내게 또 하나의 e북 리더인 크레마 터치를 예스24에서 보내왔다. 크레마 터치는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복잡하지 않다. 만만해 보인다
그리 화려하지 않은 패키지를 열었을 때 마주 친 크레마 터치의 첫 인상은 심심함 또는 밋밋함이었다. 그만큼 화려함과 거리가 멀다. 번들거리지 않은 무광 테두리로 감싼 6인치의 옅은 회색 화면과 그 위에 붙여 놓은 보호 필름, 스마트폰에 익숙한 몇 개의 버튼이 전부 크레마 터치의 본 모습이었다. 흔히 보던 하드웨어 키보드도 없다는 것에 정말 안도했다. 그것 만으로도 복잡함을 완전히 걷어냈으니까. 아주 예쁘다거나 스타일리시하다거나 하는 수식어가 어울리게 생기진 않았다. 그래서 다행인거다. 만만하게 보여서.
손바닥을 펴 크레마 터치를 얹어보니 그 옆구리를 엄지와 검지로 움켜잡을 정도로 무리 없는 폭이다. 위아래 길이도 아주 긴 편은 아니지만, 뒤쪽 재질이 미끄러워서 실수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아래 쪽 USB 단자는 충전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PC에서 데이터를 전송할 때도 쓰인다. 그 옆에는 마이크로SD 카드 슬롯이 있지만 덮개가 없어서 카드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 보기에 좋지는 않다.
터치의 직관성
전원을 켜고 첫 설정을 시작한다. 그런데 이건 마치 스마트폰의 첫 설정과 다를 게 없어서 모든 설정이 술술 넘어 가는 듯하다. 일단 무선 랜부터 잡는다. 무선 랜 비밀 번호를 입력하라고 키보드가 화면에 뜬다. 터치 키보드다. 크레마 터치라는 이름에서 이미 직감했겠지만, 터치스크린을 가진 e잉크 디스플레이인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만큼 빠르게 대응하지는 않는다. 조금 입력 속도를 줄이니 큰 문제는 없다. 급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터치 스크린을 채택한 덕분에 스마트폰을 다루듯 쉽게 쓸 수 있다. 메뉴를 고르거나 여러 설정도 쉽다. 물론 책장을 넘기거나 긴 문서를 스크롤 할 때도 화면을 터치한다. 멀티 터치로 확대와 축소도 된다. 하지만 느린 잉크 반응은 스크롤과 확대/축소의 정확도를 떨어뜨린다. 화면을 자주 터치하면 손 지문이 남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손지문이 남지 않는 재질 또한 e잉크 디스플레이의 장점이다. 터치와 만남은 참 반가운 일이다.
단 몇 분이면 충분한 배송, 그리고 읽기
e북의 장점은 책을 구매한 그 순간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일 게다. 물론 결제 이후 다운로드하는 시간까지 하면 무려(?) 몇 분이나 걸릴 수도 있지만, 적어도 하루 이내 배송을 기다려야 하는 종이책을 볼 때까지 시간 차는 엄청나다. 크레마 터치도 e북을 사고 바로 다운로드를 할 수 있다. 무선 랜에 연결되어 있으면 그리 오래 걸리진 않는다. 다만 예스24의 e북만 살 수 있다. 예스24의 e리더니 그 정도는 봐줘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전국에 흩어진 전자 도서관을 통한 대여도 할 수 있으니 꼭 사서봐야 할 필요는 없다.
예스24의 계정을 입력하고 책을 고른 뒤 구매하기를 눌러서 책을 산다. 뭘로 결제하나 봤더니 휴대폰이나 무통장, 또는 미리 예스24에 충전해 놓은 예스 머니로 바로 살 수 있다. 신용카드를 쓰지 않고 결제 과정이 나쁘진 않지만, 휴대폰 결제 화면의 UI가 너무 작다.
그런데 방금 구매한 책을 보려고 내 서재에 가보니 책이 없다. 분명히 구매가 완료된 책인데… 알고보니 오른쪽 위에 있는 둥그런 화살표를 한번 눌러서 서버에 접속해야 구매한 책 목록이 뜬다. 이 정도는 자동으로 나타나야 하는데 아직 푸시 기능이 없는 모양이다. 목록에 뜬 책을 다운로드해야 비로소 책을 읽을 수 있다.
다운로드한 e북을 열어보니 글자는 굵고 또렷한데 너무 딱딱한 활자다. 이대로는 읽기가 불편해 설정을 열고 글꼴부터 바꿨다. 펌웨어를 올린 뒤 7개에서 4개로 글꼴이 줄어 들었지만, 원본도서 스타일 유지 옵션을 풀고 kopub 바탕체와 중간보다 약간 작은 글자 크기, 줄간격과 여백을 조정하고 보니 한결 보기 편해졌다. 글꼴, 줄간격, 여백 같은 기술적 문제의 해결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비록 기계적으로 작동하는 e북이지만, 인쇄된 책처럼 글의 정서를 전달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미묘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서다. 다행이 그 점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생각보다 더 책을 읽는 느낌이 든다. 큰 판형의 책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핸드북보다는 훨씬 낫다.
인터넷 브라우저, 그 존재의 이유
크레마 같은 e북에서 인터넷을 하는 것이 달갑게 보이는 편은 아니었다. e잉크 디스플레이는 웹사이트의 수많은 사진과 깨알 같은 글씨를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어서였다. 그런데 크레마의 인터넷 브라우저가 유용한 측면을 찾았다. 각종 포털에서 서비스하는 웹툰을 볼 때다. 웹툰은 모바일 모드에서 서비스되기 때문에 확대와 축소 없이 크레마의 화면에 맞춰 표시한다. 물론 e잉크의 특성상 세밀함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오히려 종이에 인쇄된 듯한 색다른 질감을 느끼면서 감상할 수 있다.
다만 웹툰 보기를 위해서 브라우저에 보강해야 할 한 가지 기능이 있다. 세로로 한 페이지씩 내려 볼 수 있는 페이지 다운 / 페이지 업 기능이다. 크레마도 다른 터치스크린 장치처럼 화면에 손가락을 대고 위로 쓸어올리거나 아래로 내리면 스크롤이 되지만, 화면 이동 속도가 너무 느리고 e잉크의 움직임이 너무 많아 전력 소모가 심해진다. 때문에 한번에 페이지를 올리고 내릴 수 있는 소프트웨어 버튼이 있으면 훨씬 쉽고 편하게 전력 소모를 줄이면서 웹툰을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므로 향후 업데이트에서 이 기능의 도입 여부를 고민하길 바란다.
부가 기능 단평, 크레마 터치 총평
인터넷 브라우저 외에 몇 가지 부가 기능이 더 있다. 텍스트 뷰어와 전자사전, 갤러리 등이다. 일단 텍스트 뷰어는 단순한 TXT 문서를 읽을 때는 좋지만 PDF 문서는 그 형식에 따라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고해상도에 맞춰서 만들어진 PDF 문서는 확대와 축소를 번갈아가면서 봐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불편할 수 있다. 전자사전은 급할 때 쓸만하긴 하다. 더불어 배터리도 오래 가는 만큼 장시간 동안 작동하는 데 부담감도 적다. 갤러리는 사진보다 그림을 불러와서 보는 게 좋다. 대충 그림을 만화로 바꿔서 이해하면 쉽다.
부가 기능이 많아도 결국 e북 리더의 핵심은 책을 읽는 본질이다. 그 감성에 가깝게 다가서는 것은 단지 예쁜 하드웨어, 편한 사용성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비록 기계지만 책을 읽듯이 아무렇지도 않아야 한다. 앞서 크레마 터치가 만만한 외형이라고 했던 것은 매우 중요한 이야기다. 만듦새는 돋보이지 않아도 e북 리더를 이용할 때 잉크의 느린 반응으로 인한 짜증을 걷어내 조금이나마 책을 읽는 기분을 잡치게 하지는 않으니까. 그런데 책을 읽을 때는 괜찮은 데 가끔 메뉴를 오갈 때 잔상이 약간 거슬리기는 한다. 그 정도는 이해하자. 책을 읽을 땐 잔상이 남기지 않는, 그래도 생각이 있는 e북 리더니까.
이북리더 – 크레마 터치입니다. NIKON CORPORATION | NIKON 1 V2 | Normal program | Pattern | 1/60sec | F/4.0 | +0.67 EV | 10.0mm | ISO-720 이번에 YES24 크레마터치를 체험해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온라인 예스24에서 구매한 이북을 아이폰 YES24어플에 동기화해서 보고 있었는데요. 작은 화면과 LCD패널에서의 좋지않은 가독성이 늘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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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나 연말에 선물들 많이 하시죠? 저도 아이들부터 이때만 되면 또하나의 딸이 되버리는 와이프까지 ^^ 선물 준비에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닙니다. 최근에 이 크레마 터치라는 녀석을 딸아이한테 쥐어줬더니 너무 좋아하더라구요. 단순히 받아서 좋아하는 걸 넘어 저는 열살인 이 녀석이 e북 단말기로 책을 잘 보리라고는 별로 예상을 안했는데, 밥먹는 중에도 눈에서 떼지 않을 정도로 아주 푹 빠지네요. 워낙 책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건 좀 다르지 않을까 했..
최근에 출시된 크레마를 얻게 되어 이에 대한 사용 후기를 간단하게 요약해서 올려봅니다. 전자책 단말기와 패드류 단말기는 각기 장단점이 있기에 특성을 고려해 보는 차원에서 두 가지 기기에서 테스트를 했으며, 전자책 단말기 차원에서는 별다른 차이는 없겠지만 사용자의 UX 측면을 고려해 무료와 유료 버전에 대해 그리고 e-pub 파일과 pdf 파일을 테스트 해봤습니다. 또한, 제가 yes24와 알라딘 계정을 가지고 있고 이전에 구입한 책들이 있어 다양한..
아이패드가 태블릿 PC 시장의 신세계를 개척했다면, 아마존 킨들은 전자책 시장, 즉 ebook 리더의 신흥강자로서 큰 파장을 가져온 기기입니다. 저렴한 기기와 범용성, 그리고 무엇보다 아마존이 보유한 엄청난 양의 컨텐츠를 단 하나의 리더기로 볼 수 있다는 건 정말 무시못할 장점이기도 하지요. 국내에서도 이러한 ebook 리더기가 속속 개발되긴 했습니다. 아이리버의 스토리 K, 교보 e리더, 인터파크의 비스킷 등 고만고만한 ebook 단말기들이 도전장..
전자책이 종이책을 대체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은 이젠 해목은 화두이다. 해외에서는 아마존의 킨들이 성공을 거두면서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가 단말기와 콘텐츠 경쟁을 벌이면서 전자책 시장이 엄청난 성장을 거뒀다. 2012년 미국출판협회(AAP) 발표자료에 따르면 전자책 매출이 처음으로 하드커버(양장본) 매출을 추월했다고 한다. 지하철에서도 예전에는 종이책을 읽는 사람이 많았는데 요즘은 스마트폰이나 단말기로 책을 보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만 봐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