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스를 보며 좋은 디자인에 대해 생각해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달 아이리버 클릭스를 2주 정도 써볼 기회가 있었다. 이전에 클릭스에 대해 좋은 평가가 많았고, 레인콤이 프리미엄 MP3 전략의 일환으로 펼쳤던 고가 정책을 버리고 누구나 수긍할 만한 값으로 판매를 시작한 터라 내가 걸었던 기대도 컸던 게 사실이다.

클릭스를 손에 쥐었을 때 첫 인상은 사진으로 봤던 것만큼 예뻤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재주도 문제 없이 잘 수행했고 특히 SRS WOW HD 입체 사운드를 켜고 이어폰으로 듣는 음악의 해상도는 종전과 확연히 달랐다. 하지만 클릭스에 대한 좋은 이미지는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많은 이들이 클릭스의 장점으로 꼽는 요소는 디자인이다. 독특한 모양새에 눈에 띄는 재질을 쓴 덕분에 보기만 해도 사고 싶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모양새는 디자인의 일부분일 뿐 디자인의 전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디자인의 기준은 그 디자인을 하는 이와 보는 이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잘 팔리도록 돋보이게 만든 모양새와 재질을 쓴 것만으로는 좋은 디자인이라고 부를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잘된 제품 디자인은 눈요기에만 좋은 게 아니라 사후 관리에 있어서도 불편함이 없어야만 한다.


클릭스의 디자인을 하루, 아니 반나절도 되지 않아 평가절하한 것은 사후 관리까지 고려한 설계가 모자랐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내가 받아 테스트 했던 클릭스 샘플은 앞에는 고광택 검정, 뒤에는 무광 흰색을 칠한 2GB 모델이었다. 회사에서 받아 잠깐 테스트를 한 다음 호주머니에 넣고 집으로 가져가 꺼내보니 위쪽 덮개 표면에 생채기가 나 있었다. 함께 넣어 둔 열쇠가 볼록 튀어 나온 클릭스의 화면 덮개 부위를 이리저리 치면서 상처를 낸 것이다. 또한 흰색을 칠한 뒤쪽 몸통은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때가 묻어 지저분해졌다. 반들반들하게 윤을 낸 앞쪽 덮개에 묻은 지문 때문에 지저분해 보이는 문제나 내구성 등은 이미 많은 이들이 지적한 사항이라 더 이상 언급은 않겠다.


열쇠가 들어 있는 호주머니에 클릭스를 넣고 다닌 것이나 때가 타도록 방치한 것을 두고 나의 관리 소홀이라 말한다면, 그건 앞뒤가 안맞는 얘기다. 사람을 위해 만든 기계를 두고 기계에 맞춰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 같아 고개를 가로 저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클릭스가 이런저런 이용자 환경을 모두 고려해 설계가 된 것이면 이 같은 문제에 충분히 대응된 모양새나 재질을 썼을 지도 모른다. 레인콤이 그 정도의 실력 조차 없는 회사는 아니라고 믿고 있으니 말이다.


클릭스는 처음부터 레인콤 스스로 자아도취된 느낌이 강했다. 아이리버만의 디자인 컬러를 찾았다는 자부심을 수차례 이야기 했고 여러 매체가 이를 전했다. 아이리버에 기대를 걸고 있는 여러 마니아들이 클릭스가 아이리버의 부활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한 글도 많았다. 그러나  클릭스는 이용자의 입장에서 설계된 것이 아니라, 아이리버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소비자를 유혹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이용자가 안심하고 쓸 수 있는 편한 디자인까지 나아가는 모습을 보이지는 못한 것이다. 클릭스가 제아무리 많이 팔린다고 해도 이를 산 이용자의 환경까지 고려한 디자인이 아닌 지금은 아이리버의 완벽한 부활을 이끄는 제품이기보다 부활의 가능성을 보여준 정도의 평가에 만족하고 싶다.


PS 1> 제품 테스트를 하는 동안 아이리버가 클릭스 전용 보호 케이스를 발매한다는 보도자료를 받았다. 아무래도 클릭스를 사는 이들은 이 보호 케이스를 쓰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 문제는 보호 케이스가 옵션이 아닌 필수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제품을 보호하기 위해 이용자는 또 다른 지출을 해야만 하는 것도 디자인의 근본적 결함 때문에 빚어졌다고 말하고 싶다. 결국 보호 케이스를 쓰는 것으로 클릭스의 얇은 두께에 대한 이득을 포기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PS 2> 뒤쪽에 흰색 재질을 쓴 클릭스가 예쁘기는 해도 때가 타는 문제 때문에 걱정이라면 검정을 칠한 블랙&블랙 모델을 고르는 게 더 현명할 것이다.


PS 3> 기능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안했지만, 이용자 인터페이스(UI)나 세부 기능들은 대부분 마음에 들었다. 메뉴의 이동이나 속도가 빨라 무척 편하게 다룰 수 있었고, 각 재주의 완성도도 제법 높았다. 스킨을 이용해 바탕 화면을 꾸미는 재미도 좋았고 간소하게 바뀐 아이리버 플러스 3도 괜찮았다.


PS 4> 어느 쪽에서 말한 건지는 몰라도 OLED가 강한 햇빛이 내리쬐는 밝은 대낮에도 잘 보인다는 것은 지나친 상상이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8 Comments

  1. 2007년 4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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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애플 아이팟처럼 악세사리 시장을 키우기 위한 전략일지도 모른다는 .. 생각도 해봅니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 2007년 4월 3일
      Reply

      그럴수도 있지만, 사실 애플은 자체적인 액세서리를 잘 안만든답니다. 액세서리 대부분은 주변 장치 업체들이 만들고 있으니까요. 또한 애플은 액세서리를 꼭 사도록 만들지는 않습니다. ^^

  2. 2007년 4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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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만큼 소중하게 다뤄달라는 의미를 담고 있을지도….^^;;…

    • 2007년 4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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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계가 저처럼 험한 인간 만나서 고생할까봐서요. 노파심이죠. ^^

  3. 2007년 4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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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조만간 구입할 예정인데…
    포스트 내용대로라면, 전에 클리에 모시고(?) 다닐때의 기분이 들겠는데요? 하하;;

    • 2007년 4월 4일
      Reply

      ㅋㅋ 지금도 그렇긴 하지만 소니는 정말 마음 놓고 쓸 수 없는 물건이 많은 것 같습니다. TV처럼 한자리에 두고 쓰는 것은 괜찮다지만, 들고 다니는 물건들은 그 환경을 좀 고려해 험한 상황에서도 견디도록 만드는 게 ‘장땡’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아~ 저처럼 다른 물건과 함께 넣고 다니지만 않으시면 별 문제는 없으실 거에요. ^^;

  4. 2007년 4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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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이번에 삼성의 k3를 샀습니다만. 상당히 기스가 안나는 그런 재질이더군요.
    보호필름을 붙이긴 했지만 양끝에 약간 구부러져 있는 부분이 있어서 필름이 전체를 못 덮는 난감함이 있었지만….아붙여도 될 정도로 재질이 괜찮더군요….

    • 2007년 4월 4일
      Reply

      K3를 직접 만져본 적이 없어서 아쉽지만, 엠의세계님 말씀대로 흠집이 잘 나지 않는다면 마음 편하게 쓸 것 같은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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