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제프 베조스가 킨들 파이어를 번쩍 치켜들었을 때만 이에 환호하는 이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듀얼 코어 AP에 안드로이드 2.3 진저브레드를 커스터마이징한 파이어 OS 1.0을 얹고 1024×600 해상도의 7인치 화면으로 덮은 이 작은 태블릿을 내 손에 쥐었을 때도 그랬다. 분명 남들의 지적대로 가격은 매력적이었다. 온라인 컨텐츠를 소비하는 하드웨어의 모습을 제시한 점도 좋았다. 그런데 그게 전부였다. 오직 아마존의 컨텐츠를 즐길 수 있었고, 기능은 너무 제한적이었다. ‘대인배’ 아마존답지 않게 어딘가 속좁은 느낌이랄까.
아마존은 지난 해 2세대 격인 킨들파이어HD를 내놨다. 더 커진 화면, 더 높은 해상도와 무선 망을 쓸 수 있는 확장성도 좋아졌고, 운영체제인 파이어 OS 버전도 2.0으로 끌어올렸다. 운영체제, 하드웨어, 이용 경험이 상당히 확장된 제품으로 보였다. 단지 1세대에서 매력을 잃은 탓에 2세대의 구매를 참았더니 내가그 변화의 행간을 읽지 못했다는게 문제다. 뒤늦게 깨닫게 된 것이지만, 그것은 아주 조금 잘못된 일 중 하나였다.
한달 전쯤 3세대 제품인 킨들파이어 HDX가 출시되었고, 잽싸게 손에 넣었다. 고품격과 거리를 둔 제품 위주의 실속형 포장만 고집하는 아마존이 킨들파이어 HDX에 예외를 둘리는 만무한 일이지만, 어쨌거나 패키지를 2년 만에 보는 게 왜 이리 반가웠던지… 킨들파이어 HDX를 꺼내 둘러보니 화면 크기는 7인치이나 16대 10 비율이라 16대 9 비율을 쓴 넥서스7과 함께 두고 보면 더 넓다. 뒤판은 밋밋하지 않고 방근 웃고 있는 아마존 로고가 앙증맞다. 다만 뒤판의 우레탄 코팅은 손지문이 잘 묻고, 손이 작은 성인은 한손으로 쥐기 힘들다. 오목하게 만든 전원 버튼과 음량 버튼도 누를 때 편하진 않다.
그런데 2년 만에 만난 킨들파이어 HDX가 진짜 반가운 이유는 다른 데 있다. 킨들파이어 HDX를 설정할 때 한글 키보드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런처도, 루팅도 필요 없다. 단지 언어 설정에서 한글 키보드만 내려받으면 그만이다. 아마존이 한국에서 킨들파이어 HDX를 쓰는 사람을 위해 한글 키보드를 설치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건 아니겠지만, 어쨌거나 베조스에게 이 말은 전해야 할 듯. “참 잘했어요~~”라고.

때문에 (킨들파이어 HD 때도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복사해 넣은 안드로이드 APK를 설치할 수 있다. 설치된다는 말을 100% 실행된다는 말로 연결할 수는 없지만, 운이 좋으면 우리나라에서만 통하는 몇몇 미디어 앱을 킨들 파이어HDX에서 쓸 수 있다. 푹(POOQ)이나 다이스플레이어(Dice Player)를 그렇게 쓸 수 있다. 지난 2년 동안 아마존 앱스토어가 많이 성장했다고 하나 구글 플레이만큼 넉넉하진 않은 터라 이 방법마저 막았다면 또 루팅을 권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마존을 쓰기 위해 만든 것이니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겠지만 그게 아니다. 1세대 킨들 파이어도 아마존의 컨텐츠를 이용할 수 있었으나 아마존 관점에선 반쪽짜리였다. 아마존은 단순히 컨텐츠만 서비스를 하는 곳이 아니다. 종합 전자 상거래 기업이며, 초대형 인터넷 쇼핑몰이다. 또한 무시할 수 없는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기도 하다. 이 많은 것을 1세대 킨들 파이어에선 경험하지 못했다. 오직 컨텐츠만 접근했을 뿐이다.

아마존 킨들파이어 HDX는 하드웨어나 운영체제의 평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아마존을 얼마나 편하게 누빌 수 있는지 경험적 측면에서 다뤄야 한다. 적어도 그런 관점이라면 킨들파이어 HDX는 비록 7인치 화면일지라도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아마존을 담았다. 우리나라에선 몇몇 프라임 서비스와 일부 미디어 컨텐츠를 다 누릴 순 없지만, 킨들HD 때만큼 아마존이 없어서 쓰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킨들파이어 HDX는 229달러(세금 제외)에 판매 중이다.
Be First to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