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터 카트리지의 리필과 리사이클. 그 차이를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요? 아마도 카트리지 리필(refill)은 많이 알텐데, 카트리지 리사이클(recycle)까지 이해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겁니다. 리필은 다 쓴 카트리지에 잉크나 토너를 채워 다시 쓰는 것이고 리사이클, 즉 재활용은 빈 카트리지를 수거해 이를 완전히 분쇄한 뒤 새로운 카트리지를 만드는 원료로 바꾸는 것입니다. 흔히 페트나 캔 등을 분리수거해 새 캔이나 새 페트로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사실 카트리지의 리필과 리사이클 이야기는 갑자기 튀어나온 것은 아닙니다. 수 년 전부터 이야기되어 온 것입니다. 단지 근래에 리필과 리사이클이 회자되고 있는 것은 무엇이 더 친환경적이냐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어서입니다. ‘친환경’이라는 코드를 프린터 소모품 비즈니스의 논리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인데, 당연히 프린터 업체는 리사이클을, 리필 업체는 리필을 더 친환경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죠.
그러면 양쪽의 논리를 간단하게 살펴보죠. 먼저 리필 업체쪽 주장은 다쓴 카트리지를 버리지 않고 잉크나 토너를 넣어 재활용함으로써 카트리지 매립으로 발생하는 오염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얼핏보면 맞는 말입니다. ‘카트리지를 버리지 않으면 오염도 없다‘는 논리로 치면 말이죠. 이러한 리필 업체의 논리에 프린터 업체의 반격이 매섭습니다. ‘그 프린터에 들어가는 잉크나 토너도 친환경적으로 만들고 카트리지에 남은 잔류 원료도 제대로 관리하냐?‘고 따집니다. 예상 밖의 이야기입니다. 보통 카트리지만 두고 이야기하는 데 이제는 더 넓은 범위까지 확대해 친환경을 거론이니까요. 한마디로 프린터 제조사처럼 책임 의식을 가진 업체가 카트리지를 수거해 재활용하는 것이 더 친환경적이라는 논리로 맞섭니다.
어느 쪽이 더 친환경적이냐는 결론은 지금 내리지는 않겠지만, 일단 프린터 제조사의 주장에 대해서 전할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금요일 제주도 중문 리조트 내 롯데 호텔에서 열린 HP 프린트워치 라이브! 2008에서 HP는 자사가 노력하고 있는 친환경 정책에 대해 좀더 차분하지만 논리있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내용 자체는 전과 많이 다르다 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축적된 재활용 성과 덕분에 이전과 그 내용이 좀 다르게 다가오더군요.
HP가 친환경적으로 내세우는 요소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생산 과정에서의 에너지 효율성, 생산 자원 보존, 그리고 폐기품 관리 프로그램인 것이지요. 에너지 효율성이나 생산 자원 보존은 HP 내부에서 기울이는 노력이고, 폐기품 관리 프로그램만 따로 살펴보겠습니다. HP의 카트리지는 물론 프린터 본체까지 90%에 가까운 87%가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더 쓰지 못하는 카트리지를 플래닛 파트너 프로그램을 통해 수거한 뒤 플라스틱으로 바꾸어 제품 생산이나 화분, 볼펜 등을 만드는 데 다시 활용한 양이 올 가을까지 2억5천만 개에 이를 것이라 하더군요. 우리나라에서는 정확한 양을 집계하지는 않았지만-why?-, 제법 많은 양이 보내지고 있다고 합니다. 잉크 카트리지는 싱가폴, 토너 카트리지는 호주로 보낸다고 하더군요.
싱가폴이나 호주는 아시다시피 환경 정책 만큼은 무서운 나라입니다. 나무 한 그루 뽑는 것도, 돌 하나 옮기는 것에도 무척 예민한 나라들이죠. 이들 나라로 보낸 폐카트리지가 별탈 없이 재활용 재료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은 그 나라 또는 국제적 환경 평가 원칙을 준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HP는 말합니다. 특히 폐카트리지를 재활용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들을 분리하면서 안에 남아 있는 잉크나 토너 찌꺼기를 관리하는 것도 친환경의 관리 범주에 들어가므로 이를 처리하는 것는 매우 중요하다고 하더군요. 일반 하수구를 통해서 그냥 버리는 일은 없다는 게 이들의 설명입니다. 또한 호주나 싱가폴에서 생산하는 토너와 잉크도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지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리필 업체에 질문을 던지더군요. 수거한 폐카트리지를 친환경적인 조건에 맞춰 다루고 있느냐고 말입니다. 즉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진 토너와 잉크를 쓰고 있는지, 수거한 폐카트리지를 친환경적으로 관리하고 다루고 있는 지 등 말입니다. ‘소비자가에게 리필을 친환경이라 강조해왔지만, 실제로는 리사이클이 친환경‘이라는 것이 HP의 말입니다.
“이제는 리필 업체가 대답할 차례”라고 강하게 말하는 HP 관계자의 한마디로 이제 공은 리필 업체로 넘겨졌습니다. 재충전 비용 말고 수입된 잉크와 토너가 얼마나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졌고 그 원료를 잘 관리하고 있는지 반론이 필요합니다. 리필할 때 쓴 키트는 회수하고 있는지, 카트리지 재충전은 안전하게 되고 있는지 많은 의문에 대한 답 말입니다. 프린터 업체가 재활용을 친환경적이라고 적극 홍보하는 것을 리필 업체 죽이기로 받아들이기보다 이에 대응하는 친환경 전략을 소개해야 리필이 진정 친환경에 기여하는 지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어떤 답이든 기다리겠습니다.
덧붙임 #
1. 현장에서 이야기했던 것 중 폐카트리지 수거 프로그램과 보상 프로그램에 대해서 좀더 실효성이 있는 수단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회수용 봉투, 동사무소 또는 편의점을 통한 수거 등도 소비자가 폐카트리지를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고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으니까요.
2. 사실 재활용을 통해 만드는 비용은 재활용 재료를 쓰든 일반 원료를 쓰든 큰 차이는 없다더군요. 원료를 쓰면 별다른 가공 없이 카트리지를 만들어 제조 비용은 줄어들지만, 원료 자체가 비싼 문제점이 있습니다. 재활용 카트리지는 재활용 재료는 싼데 이 재료를 가공하는 비용이 많이 들다보니 원료를 쓰든 재활용을 쓰든 비용은 거기서 거기랍니다.
3. 소비자의 관점 가운데 하나는 가격, 즉 리필이 싼가, 정품이 싼가로 모아질 수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소비자의 몫입니다.
리필을 하면 더이상 할 수 없는 데까지도 도달할수 있나요.
그렇다면 리사이클이 더 친환경적이겠죠..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우리나라 모든 하천이 파괴되도 경제만 살리면 된다는 대통령이 있는 나라에서 환경 보호 따위 바랄 수 있을까요. 결국 덧붙임에서 3번으로만 가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환경 규제 강화하면 기업들이 들고 일어나겠죠. 기업 환경 나쁘진다고요. 저도 3번에 한표를… ^^
갑자기 저번에 빈 카트리지를 우편으로 보내 리사이클 시킨게 뿌듯해지는데요?-ㅅ-bb
그러게요. 미국은 봉투를 이용한 회수가 가능한 데 우리나라는 어떨지.. 몹시 궁금하긴 해요. ^^
HP의 저 발표내용은 온통 모순입니다. 가능한 시점까지 리필하여 쓰다가 최종적으로 리사이클
하면 가장 좋은겁니다. 내부에 충진하는 토너나 잉크 원료의 관리는 자신들만 친환경적으로 할 수
있다는 근거가 어디 있는지? 오만에 지나지 않습니다.
프린터는 돈 버는 비즈니스가 아닙니다. 토너나 잉크가 돈 되는 비즈니스인 겁니다. 만원에 파는
잉크 카트리지의 원가는? 백 오륙십원 수준인 겁니다. HP는 당연히 이를 위해 목숨을 걸고
소모품 비즈니스를 수호할 겁니다.
네. 말씀하신 대로 모순일 수도 있고, 리필을 하다가 리사이클 하는 게 가장 좋은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HP도 리필을 하지 말라는 말은 아니니까요. 다만 리필 업체가 토너나 잉크 원료의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대외적으로 보여준 적, 설명한 적이 없었습니다. 저도 리필 업체가 어떻게 관리하는 지 무척 궁금한데, 리필 업체가 친환경적 관리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면 그게 관해 다시 글을 쓰지요. ^^
그리고 잉크와 토너 원가가 백오륙십원 수준이라고 하신 부분… 어디에 기인하시는 지 구체적인 설명 부탁드려도 될까요? 토너와 잉크 연구/개발, 원료 구매, 생산, 카트리지 제조, 포장, 배송에 드는 모든 비용을 감안해도 백오륙십원은 아닐 듯 싶어서 말이죠.
자분을 넣어 프린팅을 고속화 한다? 이게 과연 인쇄속도 향상을 위한 것일까요?
아닙니다. 리필 토너업체를 골탕먹이기 위한 겁니다.
소비자에게 이익을 주기 위한게 아니란 것입니다.
자기들 말로 직접 인쇄품질의 향상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했습니다. 당연하죠. 분말이 뭉치니까요.
그리고, 원래 토너는 (자석은 아니지만) 철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도 지금은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쪽에 동의합니다. 마지막의 부언처럼 그 효과를 기다리려면 제대로 된 제품부터 나와야겠지요. 허나 자성을 띄는 토너를 쓴다고 해서 종전 리필 토너를 못쓴다라는 부분은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감광 드럼이 리필과 자성 토너를 가려낼 수 있는 방법이 아직 없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토너 구성물 중 철분이 포함된 것과 안료 자체에 자성을 띄는 것은 차이가 큰 표현이고, 토너의 안료가 자성을 띄는 것이지 자석이 아닙니다.
다른건 몰라도 호주가 친환경 국가라는 소리듣고는 순간 피식합니다. ㅋㅋㅋ
하하하… 이놈의 나라는 도무지 제대로된 재활용 시스템 하나 없습니다.
가정주택들은 그나마 일반쓰레기통(빨간뚜껑), 재활용-종이/유리/플라스틱(노란뚜껑), 그리고 정원쓰레기(초록뚜껑) 정도로 정말 한국에 비하면 재활용 하는것도 아닌 수준으로 대충 나눠서 버리기라도 하지만… 상가나 기업 또는 대형 아파트 같은 곳들은 그나마도 안하고 그냥 다 커다란 쓰레기통에 버립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제가 호주 아파트에 삽니다. 유리병, 통조림통, 페트병, 종이, 음식물 쓰레기, 기저귀 등등 죄다 한 쓰레기통에 던집니다. 물론 유리병 같은건 죄다 깨지고 못쓰게됩니다.
재활용뿐만 아니라 전력생산도 오히려 한국이 호주보다 더 친환경적 입니다. 적어도 CO2배출에서는…
호주의 전력생산은 흑탄 52% 갈탄 23% 가스 15% 수력 5% 풍력 2% 나머지(태양열/바이오) 3%입니다.
다시말해서 75%가 가장 더러운(석유나 가스발전보다 더 오염이 심한) 석탄발전이며 가스까지 포함하면 무려 90%가 CO2를 어마어마하게 토해내는 화력발전입니다.
한국은 화력발전(가스/석유/석탄) 65.3% 원자력 31.1% 수력 1.6% 나머지 2.0% 입니다.
그나마 원래는 화력발전 비율이 더 낮고 원자력이 40%정도 였는데 일시적이 원자로 폐쇄 때문에 떨어진 것입니다.
딱봐도 호주가 더 CO2생산이 많습니다. 당연히 1인당 CO2배출량도 호주가 더 높고 쓰레기도 재활용 비율이 한국보다 훨씬 낮습니다.
근데 왜 호주가 친환경 국가 이미지가 있냐구요? 당연히 호주 정부에서 언플을 전세계에다가 합니다. 왜냐구요? 호주한테 광산업 다음으로 중요한게 농수산물 수출과 관광업이기 때문에 이미지관리를 위해 아가리로만 친환경입니다. 실천은 눈가리고 아웅이고. ㅋㅋㅋ
이상 호주에서 어려서부터 자란 사람이 까발리는 호주의 본모습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