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패드 시장에서 아직 몇몇은 관심의 대상으로 편입되지 못하고 있다. 그 중에 RIM의 블랙베리 플레이북(Blackberry Playbook)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플레이북은 블랙베리 스마트폰을 만들고 있는 RIM이 블랙베리 OS 대신 QMX라는 다른 운영체제를 얹어서 내놓은 7인치 패드다. 일부 기능을 블랙베리 스마트폰과 연동해 쓰도록 만들었지만, 전혀 다른 형태의 이용자 경험을 갖고 있는 데다 블랙베리가 없어도 쓸 수 있다. 더구나 7인치 패드임에도 듀얼 코어를 채택한 터라 멀티 태스킹 능력이 매우 뛰어난 것이 강점이다.
하지만 플레이북은 블랙베리와 한 가지 동일한 문제를 안고 있다. 블랙베리가 다른 스마트폰보다 응용 프로그램이 적은 것처럼 플레이북도 응용 프로그램이 적다. 그 이유에 대해 지난 2월에 방한해 이야기를 나눴던 놈 로 RIM 아시아태평양 부사장은 무조건 많은 응용 프로그램보다 질 좋은 응용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것이 RIM의 정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선을 다해 RIM의 응용 프로그램 개발 정책을 설명했지만, 이용자 입장에서 부족한 앱을 불편한 시각으로 바라 볼 수 밖에 없는 이용자 입장에서는 그것이 변명으로 해석될 수 여지도 많은 것이다.
이처럼 플레이북의 응용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RIM이 지난 3월 아주 이색적인 정책을 하나 발표했다. 플레이북에서 안드로이드 응용 프로그램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것이며 이에 필요한 SDK를 공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더구나 애플의 에어 플레이와 Unity 3 게임 엔진까지도 모두 얹겠다고도 했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 RIM이 예고했던 안드로이드 실행기인 ‘안드로이드 앱 플레이어'(android app player)의 베타 버전이 전격 공개되었다. 실제로 안드로이드 패드가 아닌 다른 운영체제에서 안드로이드 앱이 돌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이 벌어진 것이다.
때 마침 지인에게 빌려 놓은 플레이북이 있어 그 날 공개된 안드로이드 앱 플레이어를 올려봤는데, 첫 느낌은 한마디로 황당하다는 것이다. 이날 공개된 안드로이드 앱 플레이어는 사실상 안드로이드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의 홈 화면만 없을 뿐 사실상 안드로이드의 구조를 그대로 갖고 있고 이를 실행해 놓으면 블랙베리 플레이북이 아닌 갤럭시탭의 느낌이었다.
안드로이드 앱 플레이어는 G메일, 유투브, 안드로이드 마켓 등 허용된 제조사만 쓸 수 있는 기본 구글 서비스를 뺀 진저브레드(2.3.3)의 모든 설정과 인터넷, 캘린더 같은 몇몇 기본 안드로이드 앱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하지만 앱 플레이어에 다른 안드로이드 앱을 설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안드로이드 마켓이 빠져 있고, apk 파일을 설치하는 법이 까다롭기 때문에 쉽게 쓰기는 어렵다. 또한 앱 플레이어가 에뮬레이터와 비슷한 형태여서 전반적인 움직임도 조금 느린 편이다.
앱 월드를 통해 정식으로 공개될 안드로이드 앱 플레이어가 베타판과 동일하게 나올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동일 여부를 떠나 안드로이드 앱 플레이어는 플레이북을 바라보는 이용자의 시각에서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 RIM 입장에서는 25만 개가 넘는 안드로이드 앱을 통해 부족한 앱 자원을 보강하고 새로운 앱 마켓을 열 의도가 있는지는 몰라도 이용자들은 안드로이드 앱을 실행하기 위해 플레이북을 사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블랙베리의 DNA마저 실종됐다는 비아냥을 받는 플레이북이 개성과 특징을 강화하는 게 아니라 안드로이드에 빌붙어야 할 만큼 문제가 있는 것인지 의문만 남긴다. 듀얼 코어의 강력한 멀티 태스킹을 할 수 있는 일이 안드로이드 앱을 실행하는 것인가? 플레이북 만큼은 사수하고픈 마음에 꼼수부터 찾지 말고, 메일 하나 제대로 읽지 못하는 플레이북부터 먼저 돌아보는 게 순서다.
덧붙임 #
1. 혹시 블랙베리 플레이북을 가진 분들 중 안드로이드 앱 플레이어 베타를 설치해보고 싶은 분들은 다음 링크를 확인해 보시길.
http://blackberryrocks.com/2011/07/21/how-to-install-android-app-player-hands-on-video-blackberry-playbook-tablet/
http://www.addictivetips.com/mobile/android-app-player-beta-for-blackberry-playbook-leaked-download/
http://www.addictivetips.com/mobile/install-android-apps-on-blackberry-playbook-how-to/
잘 읽었습니다. 아직도 보완할점이 많군요. 상당히 공감가는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안드로이드가 그런식으로 돌아가다니!! 신기해요 ㅎ
신기하기는 한데, 꼭 이렇게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많이 든답니다. 아무튼 정식 버전이 나오면 그 때 또… ^^
노키아를 좋아하는데 이런거라도 제발 해줬으면 하는…
기업윤리도 잘갖췄고 지향하는것도 제가 생각하는거랑 비슷해서 무엇보다도 디자인이 ㅎㅎ
폰 자체의 편의성은 좋은데(안드로이드는 너무 건방짐) 환경이 너무 안좋아서
횡설수설하다 가네요
아마 이런 걸 하느니 전략적인 폰을 내놓는 쪽으로 가겠지요. 노키아를 보면 여러모로 아쉽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