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도 모바일도 아닌 문제작, 삼성 홈싱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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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안드로이드 앱을 TV에서 즐기면 어떨지 궁금했던 적이 많았다. 풍부한 안드로이드 앱과 컨텐츠를 TV에서 즐긴다면 어떤 경험을 줄지 궁금했던 것이다. 때문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MHL 기능을 담았을 때 기대감이 컸던 것은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들고 써야 하는 모바일 장치라는 특수성을 감안했을 때 TV에 붙여 두고 쓰는 것은 한계가 따랐다. 때문에 처음부터 모바일과 분리된 개념을 담은 안드로이드 셋톱 장치들이 필요했고 때마침 등장했던 것이 삼성 홈싱크였다.

미뤄지고 미뤄진 끝에 미국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만 출시된 홈싱크를 지난 두어달 가량 써온 상태다. 하지만 이 제품을 쓰기 시작한 이후 이러한 제품들이 어떤 답을 찾아야 하는가에 대한 예상 문제가 더 많다는 점이 신기하다. 홈싱크의 만듦새가 나쁘다거나 연결성이 문제가 있다거나 삼성에서 만든 GUI나 서비스의 한계를 느끼거나 했던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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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싱크의 외부 입출력 단자들.

지난 해 IFA에서 GUI를 TV와 친한 느낌이 들도록 대폭 손질한 덕분에 처음 MWC에서 공개했을 때 안드로이드 냄새를 물씬 풍긴 것과 비교하면 제법 그럴 듯해졌다. 서비스 컨텐츠와 이용자 컨텐츠, 앱을 각각의 페이지에 나눠서 보도록 만든 구조는 마치 삼성의 스마트 TV와 비슷한 느낌이 들 정도다. 심지어 이러한 구성을 본 삼성의 TV 사업부와 마찰은 없는지 물어볼 정도였으니까 얼마나 비슷한 느낌이 들었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참고로 이 제품은 삼성 모바일 솔루션 센터에서 기획에 내놓은 제품으로 TV 사업부 제품이 아니다)

홈싱크의 내장된 1TB의 하드디스크는 컨텐츠를 담아 두는 데 쓸모 있다. 특히 삼성 링크를 통해 연동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부터 촬영한 사진을 바로 담아 두는 데 아주 좋다. 홈싱크는 각 계정당 5개의 삼성 모바일 제품을 연동할 수 있고 최대 6개의 계정을 등록해 놓을 수 있기 때문에 모두 30개의 삼성 모바일 장치에서 만든 컨텐츠를 홈싱크에 저장하거나 백업할 수 있다. USB 3.0과 마이크로 USB 단자도 갖춰 다른 저장 장치의 데이터를 손쉽게 복사할 수도 있다. 적어도 삼성 모바일 제품의 홈허브 장치의 능력은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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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기능을 가진 홈 싱크는 비록 TV와 친숙하고 몇몇 서비스와 컨텐츠를 바로 볼 수 있지만, 정말 넘어야 할 산은 아직 오르지 않았다. 기능과 성능, 그리고 역할이라는 언덕은 잘 넘었지만, 확장과 조작이라는 정말 가파른 산을 올라야만 하는데, 그 산은 정복은 커녕 애초부터 오르기 힘든 산이었는지도 모른다.

홈싱크가 안드로이드를 채택한 것은 단순히 운영체제만 쓴 것이 아니라 안드로이드 앱을 설치해 쓸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구글도 이 장치에 구글 플레이 같은 서비스를 쓸 수 있도록 인증했다. 문제는 이러한 앱들이 모바일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것이고, 푹이나 티빙, 각종 유틸리티 등 홈싱크에서 검색해 설치할 수 없도록 제한을 걸어 놓은 앱이 부지기수라는 점이다. 즉, 모든 모바일 앱을 다 쓰긴 어렵지만, 홈싱크에서 활용성이 높은 앱들마저 쓸 수 없는 제약이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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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조작이라는 산도 정복하지 못했다. 홈싱크는 리모컨이 없다. 대신 스마트폰을 리모컨으로 쓸 수 있는 앱을 배포한다. 이 앱을 설치한 뒤 NFC를 켜고 홈싱크에 대면 두 장치가 서로 연동된다. 홈싱크 리모컨은 두 가지 모드다. 홈싱크 화면을 그대로 스마트폰에서 보며 조작하는 미러링 모드와 스마트폰을 마우스와 터치패드로 쓰는 커서 모드다. 미러링 모드는 직관적이고, 커서 및 터치 모드는 세밀하게 조작할 수 있는 특징이 있지만, 결론적으로 둘다 편하진 않다. 일단 이 리모컨 앱은 와이파이 상태에서만 작동하는 데다 연결에 걸리는 시간과 TV 화면의 반응, 그리고 홈싱크에서 실행한 모바일 앱에 맞춘 조작성이 결여되어 있다. 차라리 블루투스 마우스를 구해다 쓰는 편이 훨씬 편하다. 

홈싱크는 안드로이드를 모바일이 아닌 다른 분야로 확장하는 그 역할에 있어선 의미있는 장치다. TV에 최적화된 화면과 삼성 서비스도 잘 섞었다. 하지만 모바일 앱의 확장과 최적화하지 못한 조작성은 이 제품이 TV와 모바일 그 어느 쪽에도 어울리지 않는 문제작이라는 점을 입증한다. 이 문제작은 앞으로 안드로이드를 싣고 나오게 될 모든 TV 컴패니언 장치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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