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안드로이드는 없지만… 우리 시각으로 오늘 새벽 1시부터 시작해 4시 30분에 마무리된 구글 I/O 13 키노트는 하드웨어보다 개발자에게 좀더 초점이 맞춰진다는 것을 뺀 나머지 예상이 거의 틀렸을 만큼 지난 해와 다른 키노트 흐름이다. 무엇보다 운영체제와 제품에 쏠린 관심을 걷어내려는 노력을 보면 이제야 개발자 행사다운 모습을 찾으려는가 싶기도 하지만, 오히려 초점은 이용자에게 더 맞춰진 듯한 느낌이다.
벌써…? 사실 개발자 행사기에 이용자에게 무슨 좋은 소식이 있을까 싶지만, 오히려 키노트 직후 몇 개의 서비스가 바로 업데이트된 것을 본 구글 서비스 이용자는 벌써 그 변화를 실감할 것이다. 구글 맵스에 추가된 200번째 국가인 북한의 대도시 정경을 벡터 방식의 그래픽으로 더 가깝게 볼 수 있고, 구글 북이 업데이트 되었으며, 구글 검색도 강화되었고, 구글 플러스의 PC 버전도 개선판이 적용되었다. 구글 토크는 행아웃으로 대체되는 중이고, 구글 음악의 월 9.99달러 올액세스 구독 체험도 벌써 시작됐다. 다만 크롬의 음성 검색은 아직 적용되지 않았다.
공돌이 티 벗은 구글 UI… 그런데 이들 서비스의 업데이트를 받아 본 지금 막연하게 드는 느낌은 지난 해와 달리 구글 서비스의 UI가 훨씬 세련된 형태로 다듬어 놓은 것는 사실이다. 구글 나우에서 시작된 카드식 UI는 구글 플러스, 구글 플레이에 적용되었고 이제 구글 음악과 구글 북 에도 같은 UI가 적용되었다. 이제 구글 UI를 보며 ‘공돌이 마인드의 산물’이라고 더 이상 놀릴 수 없을 듯하다.
구글 플러스의 강화… 사실 이번 키노트의 가장 돋보였던 것 중 하나는 구글 플러스. 그 중에서도 사진이다. 백업을 위해 gmail와 docs를 합친 15GB의 백업 공간 제공, 축소하지 않은 원본 이미지 업로드, 올려진 사진의 하이라이트 편집, 더 나은 사진으로 편집하고 보정하는 Enhance와 Awesome 기능은 구글 플러스의 방향을 단순한 SNS가 아니라 사진 공유 플랫폼으로서 기능을 강화한 듯보인다. 물론 사진 뿐만 아니라 개발자를 위한 베타 테스트, 행아웃 등도 구글 플러스를 이용하도록 만든 것을 보면 구글 플러스의 활용도를 높이려는 시도는 더 늘어날 것 같다.
안드로이드의 게임, 크롬의 게임… 구글 플레이 게임의 멀티 플레이어 접속은 매끄럽지 못했지만, 그 의도는 명확하다. 게임을 즐긴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성취도를 평가하며, 순위표가 제공되고 멀티 플레이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새삼스러운 것은 아닐 수도 있는 기능이지만, 가정용 비디오 콘솔에서 즐기던 것을 모바일에서 서비스되는 것은 다른 이야기고, 모바일 게임들의 도전을 요구한다. 다양한 모바일 장치의 크롬 브라우저에서 웹GL 기반으로 만든 호빗, 터치 API와 웹소켓을 활용해 싱크 기능을 선보인 레이서의 시연은 웹앱에 대한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긴 했지만, 당장 이쪽으로 이동하라는 것보다 여전히 그 가능성의 가치에 집중한 듯한 인상이다.
이용자의 위치와 지도…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는 행동 분석, 이용자가 일정 범위에 들어가면 광고나 쿠폰 같은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지오펜스, 적은 전력으로 위치를 찾아내는 Fused Location Provider 등 이용자와 사업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구글 맵 API 등을 보면 앞으로 편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좀 귀찮은 상황이 많아질 지도 모르겠다. 모바일 광고의 적극적 수용자가 아닌 이상 길거리 전단을 누구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니까. 물론 행동 분석은 좀 다른 차원이 되겠지만…
몇 가지 의문들… 이번 구글 I/O에서 안드로이드 4.3은 왜 공개되지 않았을까? 곧바로 키라임파이로 넘어가려는 생각일까? 아니면 이제 4.2용 단말이 선보이지는 현실에서 4.3의 공개가 낳을 파장을 걱정했을까? 갤럭시S4는 왜 구글 에디션으로 나온걸까? 갈등설 봉합용일가? 구글은 왜 이렇게 이용자 서비스에 집중했을까? 이제 광고보다 더 다양한 수익 플랫폼을 만들려는 것일까? 크롬 OS는 왜 아직도 교육용으로만 포지셔닝할까? 애플은 구글 플레이 게임용 게임들과 행아웃을 iOS에서 돌아가도록 그냥 놔둘까…?
한 박자 쉬고… 사실 이번 구글 I/O 13은 어떤 비전을 보여주거나 가능성을 짚을 수 있는 큰 줄기의 키워드를 뽑기보다는 한 박자 쉬어가는 듯하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내일을 꿈꿀만한 것이 조금 부족하기는 했어도 그냥 어떤 기술이 더 좋은가가 아니라 무엇이 이용자의 환경에서 더 쓰기 편한가를 생각하고 개발 환경과 많은 서비스를 개선한 아주 현실적인 키노트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개발자의 입장은 다를 수 있고 이용자라도 그 내용에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다. 단지 키노트가 아무리 중요하다해도 그 행사 하나를 보며 미래를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닌 만큼, 담담하게 거품을 뺀 이번 키노트의 평가 역시 한 박자를 쉬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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