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롤라, HTC, 블랙베리. 국내 사업 철수를 선언한 이후 이제 우리에겐 한 때의 스마트폰 기업으로만 남게 됐다. 소니는 국내에서 모바일 사업의 재시동을 걸지 못하고, 윈도폰 초기 시장에서 발가락만 살짝 댔던 노키아는 생산 기지만 남긴 채 재진입에 대한 의욕을 보이지 않고 있다. 큰 시장은 아니었어도 워낙 성장 속도가 빨랐던 터라 여러 스마트폰이 경쟁하던 시장이 급격히 쪼그라든 탓에 이용자들의 선택은 더욱 좁혀진 터. 만약 이들이 남아 있었다면 볼 수 있었던 스마트폰은 무엇이 있었을까?
모토롤라 모토 X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 지사를 상당부분 정리하고 구글과 협업해 내놓은 모토 X는 출시 이전부터 ‘괴물폰’이라며 떠들썩했던 것과 달리 제원 자체는 의외로 평범했다. 화면의 크기와 해상도(1280×720의 4.7인치 AMOLED), AP의 제원(1.7GHz 듀얼코어)과 성능은 하드웨어적인 괴물폰을 기대했던 것과 반대의 제품이었던 것. 하지만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도 음성을 알아듣고 명령을 처리하는 X8 프로세서를 얹고,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을 빨리 실행하는 퀵캡처, 여기에 적은 용량이지만 한번 충전으로 하루 종일 쓸 수 있는 배터리는 좀더 나은 이용자 경험을 실험하고 스마트폰의 기본에 더 충실하려는 강한 의도를 지닌 제품이었다. 소문에 비해 판매가가 비싼 느낌이 강했던 터라 출시 이후 기대감이 많이 꺾이는 모습이었는데, 솔직히 모토롤라가 국내에 남아 있더라도 이 제품을 보기는 힘들었을 수도 있다. 음성 인식을 할 수 있는 언어가 제한되어 있어 모토 X의 핵심 기능을 쓰는 데 제약이 따랐기 때문이다.
소니 엑스페리아 Z1
국내 출시 가능성을 가장 높았던 제품이었으나 결국 무산됐다. 소니 엑스페리아 Z1은 엑스페리아 Z에 이은 올해 두번째 플래그십 모델로 IFA에서 공식 발표된 스마트폰으로 5인치 풀HD 화면과 쿼드코어 AP(스냅드래곤 800), 2천만 화소 카메라, 방수 기능과 LTE 등 가장 좋은 제원의 스마트폰 중 하나였다. 무엇보다 소니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기술이 집약된 제품이었기에 출시를 더 기대했던 것이다. 엑스페리아 Z를 출시하지 못했던 소니 코리아가 다방면으로 노력한 흔적은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지만, 이통사 모델로 공급하기엔 예상 물량이 기대보다 적었고, 자급제를 하려니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최근 엑스페리아 Z1이 전파 인증을 통과하기는 했지만, 이것은 판매를 위한 게 아니라 내부에서 기기를 이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엑스페리아 Z1 출시를 앞두고 판매망과 사후 관리 체계를 손보는 등 어느 정도 출시를 위한 여건은 마련된 터라 다음 제품에 대한 출시를 기대해봐야 할 듯하다.
노키아 루미아 시리즈
윈도폰 시장이 1%만 되었더라면 가능성이 있었을 지 모르지만, 처음부터 시장을 만들지 못하고 붕괴해 버린 상황이라 노키아도 미련을 버렸을 법하다. 안드로이드가 지배하고 iOS가 버티는 우리나라 이통 시장에서 2년 전 노키아 710으로 초기 저가 시장을 노렸으나 입지 구축에 실패한 이후 윈도폰은 거의 씨가 말라버린지 오래된 것. 지금 출시하는 좋은 성능과 기능을 가진 노키아 루미아 스마트폰을 접하기 힘든 것은 오늘 날의 문제만은 아니다. 또한 MS도 오락가락한 윈도폰 정책을 세워 갈피를 잡지 못한 책임이 없다고 할 수도 없는 데다 통신 시장의 질서를 잘못 이해한 탓에 윈도 점유율은 계속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그나마 최근 MS가 노키아를 인수하는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어서, 그 작업이 마무리되면 시장 확대 차원에서 재시도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워낙 낮은 윈도폰에 대한 인지도를 끌어올리려는 투자를 얼마나 할지 미지수라 앞으로도 전망은 불투명하다.
HTC One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절차로 철수한 것에 대한 비판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겠지만, 제품만 따지면 HTC One은 조금 아까운 제품이긴 하다. 이 제품은 적어도 HTC가 제품의 가치를 찾으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는 것에 점수를 받을 만하고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사실이니까. 올초 MWC에서 실제 이 제품을 봤을 때도 만듦새 만큼은 인정할 만하다고 봤다. 하지만 HTC 국내 지사는 문을 닫았고 제 값을 주고 이 제품을 사야 할 이유도 없어진 상황. 그 이후에도 수많은 변종이 나왔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 변종들에 대한 소식만 들릴 뿐 제품의 수준을 확인할 방법이 이제는 거의 없는 상태다.
내년에 스마트폰 가뭄은 해갈될까?
올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 LG, 팬택 등 국내 제조사가 점유율의 대부분을 차지한 반면 구글, 애플 정도가 외산 업체로서 나머지 영역에서 버틴 정도다. 외산 제품을 이용자의 필요에 의해 직접 수입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된 것은 지역적 특성에 맞춰 유통과 사후 관리, 이용자를 위한 맞춤 기능을 개발해 접목하는 속도와 정책 측면에서 경쟁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러서다. 더구나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되어 성장 속도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외산 업체들이 선호하는 시장에서 멀어지고 있는 데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주도권을 놓친 여러 업체들이 주력할 필요성이 없는 이외의 시장까지 신경 쓸만큼 회복된 상황이 아닌 것도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다양성을 보강하지 못하는 이유로 볼만하다.
”]그렇다고 사라진 다양성이 내년에 회복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하기도 힘들다.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많은 데다, 이를 개선할 만한 장치가 눈에 띄지 않아서다. 물론 단말기유통법(이하 단통법)이 입법화되고 유통 구조가 개선되면 저가 시장을 공략하려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긴 한다. 단지 새로운 경험을 얻을 만한 기능이나 만듦새를 가진 색다른 스마트폰을 보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 될 듯하다. 다만 아직 국내 사업부를 남긴 소니 코리아가 내년도에는 기필코 제품을 내놓을 각오를 다지고 있는 만큼 기대를 걸어볼 수도 있지만, 올해 날린 공수표를 내년에도 날리지 않을 것이라는 법은 없기에 걱정이다.
엑스페리아 Z1은 나올줄 알았는데 말이죠… ㅠ_ㅠ
결국은 아마존일까요?;;;
글쎄요. 아마존보다는 역시 익팬이 좀더 가깝지 않을지… ^^
저도 루미아에 꽂혀서 구매대행으로 루미아1020을 구매해서 쓰고 있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국내에서 쓰기는 불편한점이 조금 있더군요^^ 특히 루미아는 폰도 폰이지만 OS자체가 국내에 없어서… 뭐 물론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큰 불편없이 사용 가능 하긴 합니다~
참 안타깝죠. 윈도폰이 초기 시장만 잘 정착했더라면 지금 더 다양한 제품을 볼 수 있었을 텐데요. 내년이나 기대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