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서스5와 킷캣, 다이얼 패드를 버리고 싶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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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것을 바꾸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 바꾸려할 때 매우 거친 저항과 맞닥뜨려야 하는 것은 하나의 공식이라서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그것을 바꾸기 위해 도전한다. 특히 예고되지 않은 실험들은 이용자를 향한 도발로 여겨질 때가 많지만, 때론 고민해봐야 할 숙제 같은 것일 때도 있다.


넥서스5와 킷캣도 매우 익숙했던 두 가지 경험에 대한 실험을 하고 있다. 휴대폰을 쓰던 시대의 전화와 문자의 경험을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 현 시점에서 더 효율적인 경험으로 대체하려는 실험이다. 이것은 앞서 말한 대로 익숙해있던 것을 바꿔야 하고,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에서 벗어난 것일 수도 있는 것이어서 혼란과 저항을 일으킬 수도 있다.


넥서스5와 킷캣에서 하고 있는 두 가지 실험이란 전화 걸기와 문자를 주고 받는 경험에 관한 것이다. 넥서스5와 킷캣의 전화 앱은 이전과 다른 UI를 채택했고, 문자 앱은 아예 없애 버렸다. 전화 앱의 UI가 바뀐 정도 같고 문제가 되겠냐 싶지만 그게 쉽게 받아들여질 수 없을 수도 있다. 행아웃에 통합되어 사라진 문자 앱도 선뜻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것 역시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다.


넥서스5의 전화 앱, 넥서스5에서 전화 걸기
1. 전화번호 검색 2. 최근 통화한 연락처 3. 자주 통화하는 연락처 4. 전체 주소록 5. 통화 목록 6. 다이얼패드 7. 설정 및 메뉴
오늘은 전화 앱에 대한 이야기만 하자. 먼저 전화 앱의 UI를 보자. 위 이미지가 넥서스5와 킷캣의 전화 앱 UI다. 일상적으로 보던 전화 걸기 UI가 아닐 것이다. 이 전화 앱은 다이얼패드가 뜨지 않는다. 통화와 관련된 기록이 먼저 뜬다. 그러다보니 전화를 걸 수 없는 전화 앱으로 생각될 때도 있다. 그렇다고 다이얼 패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운데 아래의 격자 무늬를 누르면 다이얼 패드가 뜬다. 이 전화 앱에선 다이얼 패드를 보조적 수단으로 바꾼 것이다.


이 전화 앱은 국산 스마트폰의 전화 앱 상단 가로 탭으로 나뉘어 있던 항목을 세로로 나열해 놓은 식이지만, 구글이 어떤 의도를 갖고 전화 앱을 바꿨는지 이렇게 짐작할 수는 있다. 스마트폰을 쓰면서 전화 걸기의 습관 자체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대부분은 주소록을 이용해 전화를 걸거나 이전에 걸려왔던 전화 목록을 보며 연락처를 찾는 이들이 늘어 나고 있는 터라 구글은 그 이용 경험을 전화 앱에 담으려 했을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한 가지 특이한 점은 맨 위의 전화 번호 검색이다. 전화 번호 검색은 이용자가 주소록에 있는 연락처와 더불어 넣어두지 않은 연락처라도 구글 지도에 등록된 상호를 기반으로 찾아낸다. 직접 글자를 입력하거나 음성 검색을 통해 연락처를 좀더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단, 검색을 통한 전화걸기는 전화 앱에만 있고, 주소록은 이 기능이 없다. (참고로 말로 검색할 때 구글 나우의 언어 설정이 영어로 되어 있으면 국내 연락처는 검색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러한 의도를 갖고 전화 앱의 변화를 시도했던 것은 구글이 처음이 아니다. 1년 전에 국내 제조사의 제품을 사전 테스트하면서 이와 비슷한 의도를 가진 시도를 본적이 있었다. 구글처럼 다이얼 패드를 숨긴 게 아니라 이용자가 전화 앱을 다시 켰을 때 마지막으로 실행한 기능을 보여주도록 설계했다. 즉, 다이얼 패드가 있는 탭과 전화를 주고 받은 목록의 탭으로 구분해 마지막 작업에서 이어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던 것이다.


넥서스5의 전화 앱, 넥서스5에서 전화 걸기
다이얼 패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이얼 패드가 보이지 않으면 당황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구글이나 과거의 개발 단말에서 말하고자 하는 의도는 이해된다. 단지 다이얼 패드를 바꾸는 것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야 할지 확신은 들지 않는다. 다이얼패드는 전화를 걸수 있게 준비되어 있는 장치임을 알려주는 상징성이 매우 강하다.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다이얼 패드에 바로 가기 설정을 이용해 전화를 거는 이들도 제법 있기에 그 기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고객 센터나 긴급 전화처럼 아직 전화 번호를 눌러야 하는 곳도 있다. 다른 제조사들이 다이얼 패드를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도 이에 기인한다.


이것은 곧 휴대폰이든 스마트폰이든 전화를 걸 때 다이얼 패드를 띄워 일일이 숫자를 누르는 이들이 많이 줄어든 현실을 감안하면 언제까지 그 상징성을 유지할 것인지 많은 제조사들의 고민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용자가 그런 고민을 하고 불편을 이야기했을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용자들이 자주 쓰지는 않아도 익숙한 것을 바꾸는 것이 더 불편할 수 있다. 또한 이미 주소록을 통해 연락처를 찾아 통화하는 새로운 방법에 점점 익숙해진 상황이다. 차라리 전화 기능의 일부를 주소록에서 찾도록 옮기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지도 모르지만, 구글은 전화 앱을 바꾸는 선택을 했고 앞으로 그 실험의 결과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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