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통을 보낸 서러운 하루, 영상에 담다

지난 일주일, 답답한 마음으로 보내다 결국 오늘 영결식장이 있는 서울 시청으로 향했습니다. 오늘 고인이 가는 길, 직접 보지 않고선 너무 불편할 것 같았습니다. 광화문에서 서울역까지 고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수많은 추모객과 함께 따라 걸었습니다. 분노와 설움, 안타까움, 희망이 교차한 동행길이었습니다. 하지만 설움이 더 크네요. 특히 서울역에서 경찰이 임의로 장례 행로를 바꾸려 했던 것을 생각하면…
동영상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방패, 꼭 지금 들어야 했습니까?


노제가 열리는 시청으로 함께 갈 일행을 만나기 위해 세종문화회관 뒤편에서 잠시 기다리던 도중 전경들이 떼지어 움직이는 모습을 봤습니다. 방패, 꼭 들고와야 했나요? 시청으로 가는 도중 “하이바(전투 헬맷) 써!”라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지금 추모객들이 싸우러 왔습니까?



 먼저 하늘로 향하는 노란 풍선


장례식이 거행되는 동안 시청 앞에 모인 수많은 추모객들이 갖고 있는 풍선을 하늘로 띄웠습니다. 풍선에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이미지가 그려져 있었지요. 49재가 전까지 잠시 이승에 영혼이 남을 터. 49재 이후에는 저 풍선처럼 훨훨 날아가시길…



 차마 보내기 힘든 운구 차량


시청을 출발해 숭례문을 지난 때쯤 영정과 운구 차량을 만났습니다. 힘겹지요. 수많은 추모객이 된 국민들이 마음으로 붙들고 있으니까요. 시청 앞에서 MB에게 야유를 보내던 것과 달리, 이들 뒤를 따르는 추모객들은 ‘노무현! 대통령’이라고 힘차게 연호했습니다. 아직도 우리 마음 속 대통령인가 봅니다.



 YTN! 힘내라!


장례 행렬이 YTN을 지날 때 YTN 직원들이 작은 창을 열고 노란 종이 조각을 날렸습니다. 이를 본 장례 행렬이 “YTN! 힘내라!”를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본 YTN 직원들은 창 사이로 손을 흔들기도 하고 노란 종이 조각을 더 날려보내기도 했습니다. 힘내십니오. YTN!



 이 길이 아니라잖아요!


서울역에 도착했던 장례 차량이 남영동 방향이 아닌 후암동길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추모객들은 당연히 그 방향이 예정된 길로 생각하고 좌우로 흩어져 길을 만들고 있었는데, 진행측 관계자가 뛰어와 “장례 행로가 아닌 데 경찰이 마음대로 방향을 틀었다”고 주장하며, 원래의 길로 갈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줄 것을 추모객들에게 요청했습니다. 마지막 가는 길도 원칙대로 못가시네요. 경찰, 이게 고인에 대한 예우와 협조인가요?



 길 위에 사람이 있다니까!  


서울역에서 다시 시청으로 왔습니다. 잠시 숨을 고르고 대한문 앞쪽으로 이동하는 데 경찰이 길을 막고 있던 콘들을 치우고 있었습니다. 시민이 말리는 것도 아랑곳 하지 않고요. 아직 길 위에 사람이 많은 데… 결국 두 대의 차가 신호를 받아 들어왔다가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 급히 방향을 틉니다. 경찰에게는 시민의 안전보다 중요한 게 따로 있는 건가요? 당신들 눈에는 사람은 안보이고, 오직 행사가 끝났으니 정리해야 하는 목적만 남은 겁니까? 저 시청 옆에서는 “장례가 끝났으니 집으로 돌아가라, 추억은 집으로 가서 나눠라, 유가족은 이런 걸 원치 않을 것”이라는 공허한 안내 방송만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분하고 서럽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렇게 이별했습니다.
그러나 육신은 떠나보내도, 마음까지는 안되겠습니다.

부디 영면하십시오.
남은 길, 우리들이 걷겠습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24 Comments

  1. 2009년 5월 30일
    Reply

    이렇게 보내드려 죄송합니다. 그리고 잊지 않겠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2. perestroika
    2009년 5월 30일
    Reply

    퍼가도 될런지요?

    • 칫솔
      2009년 5월 30일
      Reply

      네.. 옮기실 곳을 알려주시고, 출처만 밝혀 주십시오.

    • 칫솔
      2009년 5월 30일
      Reply

      ▶◀

  3. 2009년 5월 30일
    Reply

    <데스크 칼럼> -김기홍 경제부장- “노무현 전 대통령님, 원래의 백지 상태로 하늘에 다시 떠나보냅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백지 상태로 이 세상에 첫 발을 내디딘다. 그 후 일생을 살면서 나름의 여…

  4.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내드리는 영결식과 노제를 국민장으로 치렀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가슴에는 그 분을 보내드리지 못하는 어리석음과 회한이 남아 있습니다. 분향소에 남겨둔 노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말들을 사진으로 담아보았습니다. 보고 또 봐도 국민들의 애틋한 마음이 담긴 글들에 아직도 눈물이 흐르네요… (말이 필요없는 수많은 말.말.말. 흔들리는 마지막 사진처럼 흔들리지 않도록 우리를 붙들어주소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보내..

  5. 5월 29일 서울광장 노제 이후 광장 앞 거리를 지나고 있는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운구행렬
    (사진=연우야)

    28일 경북궁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열리고 있는 시각.
    노제가 열리는 서울 광장에 갔습니다.

    오늘 그곳에서 기억나는 것은 노 전 대통령의 육성과
    사람들이 운구차를 향해 흔드는 손들이었습니다.

  6. 5월 30일(토) 새벽 5시부터 광화문 세종로 일대 및 시청 앞 광장에서 어느때보다 평화롭게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진압이 시작됐다. 진압의 과정은 연행보다는 서울 광장을 다시 봉쇄하기 위해 방패로 위협을 가하면서 밀어내기 형태로 이루어졌다. 시민들은 모두 놀라 서울 광장을 신속하게 빠져나와 프라자호텔 골목으로 향했다. 그런 혼란을 틈탄 경찰들은 덕수궁 대한문에 시민들이 직접 만든 분향소를 짓밟아 버렸다. 경찰과 일부 언론에서는 ‘철거’라..

  7. 2009년 5월 30일
    Reply

    5월 27일-28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러 열차를 타고 봉하마을에 다녀 왔습니다. 그곳에서 지새운 하룻밤, 밤이 오자 봉하의 논밭에서는 요란한 개구리 울음조차 슬픈 것 같았습니다. 서거 5일째인 이날, 봉하마을 입구로 향하는 길에는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만장과 현수막이 추모객들을 맞아 주고 있었습니다.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조각”, “사람 사는 세상” 생전 고인의 인생관과 유서 내용이 곳곳에 눈에 띕니다. 봉하마을에 차려진 분향소에는..

  8. 2009년 5월 30일
    Reply

    * 사진이 상당히 많아서 로딩에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양해 부탁 드립니다. 나의 대통령이 가셨는데, 할 수 있는게 이것 밖에는 없네요. 오늘의 만행을 보여 주는 일들입니다. 모든 자료는 twitter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보고 있습니다. 훌쩍. 입막힌 백민우 의원 노통 추모 시민 광고 시청광장 앞입니다 온통 노란. 오늘자 경향,한겨레 노무현 대통령 추모광고 사진입니다. 광화문은 전시상황 상태 시민들은 계속오고있다 PVC만장과 함께 하는 영결식 광..

  9. 2009년 5월 30일
    Reply

    어제 집에 와서 눈물 흘리며 술을 마셨습니다. 회사에서는 눈물 흘리기가 어려웠는데, 집에오니 좀 편해지더군요.

    그나저나 저 견찰들은 정신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휴~

    • 칫솔
      2009년 5월 31일
      Reply

      [▶◀] 저는 집에 돌아와 쓰러졌습니다. 너무 머리가 아팠거든요. 상록수와 아침이슬이 나올 때마다 울컥하는 눈물을 참으면서 돌아다녔더니…
      이제 마음 추스리시고 남은 휴일 잘 보내세요.

  10. 먼동이 틀때까지
    2009년 5월 30일
    Reply

    노짱님… 역시 님은 우리와 계시네요. 성인들에게만 나타난다는 무지개가 봉황의 모습으로 나타났네요.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라고 우리에게 하늘의 메세지를 보내주시나봐요. 사랑해요. 노짱님의 시골아저씨같은 모습이 너무 그립습니다. 너무 보고싶어요.. ㅠㅠ 자꾸 눈물만 나요

    • 칫솔
      2009년 5월 31일
      Reply

      [▶◀] 네… 하늘의 무지개가 우연이라도 이제 우리가 필연으로 만드는 노력을 쏟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저도… 생각할 수록 가슴이 시리네요.

  11. 투표 제대로 합시다.
    2009년 5월 30일
    Reply

    투표를 정직하고 사람을 사랑할줄 아는 사람에게 줘야 합니다. 투표를 욕심에 눈이 멀어 욕심많은 인간들 찍어주면 또 반복됩니다.

    • 칫솔
      2009년 5월 31일
      Reply

      [▶◀] 네. 현실에서 정당한 방법을 통해 표현해야 할 때 행동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지요.

  12. >>> <<< 생전 처음으로 동영상 제작을 해 보았습니다. 처음으로 써보는 프로그램이라서 허접하네요^^; 최근에 인기를 끌고 있는 백지영의 '사랑이 죄인가요'를 가지고 편집해 보았습니다. 처음 노래를 들었을 때는 평범한 발라드 정도, 가사를 보았을 때는 임재범의 '고해'의 느낌이. 그런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 동영상을 만들기로 하고 곡 선택을 하려는데 이 곡이 와 닿더라구요. 굳이 부연 설명은 안하겠습니다. 영상과 음악을 함께 하시면 제 의도를..

  13. 우리나라 경찰의 색맹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위 사진은 2002년 월드컵 당시의 시청 광장 모습입니다. 경찰은 이때 50만 명이 모였다고 추정하였습니다. 자, 그럼 아래 사진을 볼까요? 2009년 5월 29일 고인이 되신 대한민국 16대 대통령 노무현 님의 노제 사진입니다. 경찰 추정 인원 16만 명이라고 하는군요. 자, 우리나라 경찰의 색맹 검사 결과, “청황색맹 [靑黃色盲] “으로 진단되었습니다. 청황색맹은 색맹 중 희귀하게 발견되는 경우인데,..

  14. 히ㅐ갸며ㅜ
    2009년 5월 30일
    Reply

    안타까움 금치못하죠 부디 영면하십시요 그아름다운미소로 영원히 저희들의 마음속에 남아있을것입니다우리모두 힘들었지만 보복이업는 정치로 돌아가야겠읍니다 저들을용서하는일이 노 대통령님의 영면을도와주는 일이되겠지요

    • 칫솔
      2009년 5월 31일
      Reply

      [▶◀] 저는 영정의 그 미소를 볼 때마다 울컥합니다. 보복이 없는 정치, 좋습니다. 다만 그들의 권력이 계속 되지 못하도록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겠지요.

  15. 2009년 5월 31일
    Reply

    트위터(Twitter)를 쓰는 국내 사용자라면 국민 요정 김연아 선수가 트위터를 사용한다는 것 쯤은 알고 있을 터. 방금 전 그녀의 트위터를 갔더니 이렇게 씌여 있었습니다. 아주 많은 한국 사람이 메시지를 날려줘서 Shannon Edling이 남긴 메시지를 너무 늦게 발견했다는 내용입니다. 실제 그녀는 2명을 Follow 하고 있고, 현재 시간 기준으로 5513명이 그녀를 Follow 하고 있습니다. 정말 유명인이 된다면 트위터 같은 SNS를 개인적..

  16. 우리 민족은 정말 나약한 민족인가? 잘못된 왕조를 뒤엎는 혁명의식은 없었는가? 우리가 우리 민족에 대해서 가장 오해하는 사실 중에 하나가 우리 자신의 민족성에 관한 것이 아닐까. 우리들 대부분은 우리 민족이 겁이 많고, 뭉치면 서로 싸우길 좋아하고, 패거리가 강한 폐쇄적 집단 문화이고, 힘이 강한 자에게는 기대길 좋아하는 선천적으로 나약한 민족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끊임없이 당파 싸움을 벌여왔고, 외세로부터..

  17. 2009년 6월 1일
    Reply

    우리는 ‘바보’와 사랑을 했네 詩 박노해 오늘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웁니다 기댈 곳도 없이 바라볼 곳도 없이 슬픔에 무너지는 가슴으로 웁니다 당신은 시작부터 바보였습니다 떨어지고 떨어지고 또 떨어지면서도 정직하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잘 살 수 있다고 웅크린 아이들의 가슴에 별을 심어주던 사람 당신은 대통령 때도 바보였습니다 멸시받고 공격받고 또 당하면서도 이제 대한민국은 국민이 대통령이라고 군림하던 권력을 제자리로 돌려준 사람 당신은 마지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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