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예술로 바꾼 패션 디자이너와 아티스트

 패션, 또는 예술과 노트북의 결합은 자주 있는 일은 아닙니다만, 노트북 업계가 자주 노력을 기울여온 것은 사실입니다. 외부 디자이너가 제품의 설계 단계부터 관여한 예는 찾아보기 힘들뿐만 아니라 제품 브랜드와 패션 브랜드, 또는 디자이너, 아티스트가 결합되는 형태라 노트북의 기본 형태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그들의 시도가 상품화되는 것만으로도 관심을 받는 것은 사실입니다. 기존 노트북에서는 볼 수 없는 파격이 신선하게 다가오기 때문이겠지요. 노트북을 예술로 바꾼 패션 디자이너와 아티스트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비비안탐 | HP


비비안탐처럼 자신의 브랜드를 노트북과 접목 시킨 예는 흔하지 않습니다. 그의 패션은 매우 화려하고 동서양을 잘 혼합했다는 평을 듣는데, HP 미니 1000 비비안탐 에디션에서도 그 특징은 잘 드러나 있지요. 중국인들이 쓰는 붉은 색(Chinese Red)에 모란 꽃으로 화려하게 치장해 놓은 상판은 이전에 보던 노트북과 다른 느낌을 갖게 만드니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HP와 손잡은 비비안탐은 뉴욕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패션 디자이너로, 1957년 중국 광저우에서 태어나 3살 때 홍콩으로 건너간 뒤 폴리테크닉 대학(Hong Kong Polytechnic University) 졸업 후 1982년, 자기 디자인의 옷을 비닐 봉투에 채워 미국으로 향합니다. 당시 고급 백화점인 헨리 벤 델에서 중국과 서양 디자인을 접목한 비비안탐의 패션을 주목해 이를 전시했고, 1984년 자기 이름을 넣은 ‘비비안탐’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East Wind Code라는 컬렉션을 발표합니다. 1995년,  마오저뚱을 테마로한 컬렉션을 발표하기도 했고요. 비비안탐이라는 브랜드 외에도 2001년에 ‘비비안탐 레드 드래곤’이라는 세컨 브랜드도 런칭했고요.


비비안탐이 뉴욕을 거점으로 활동하면서 (엄밀하게는 중국이겠지만)동서양을 접목한 패션을 선보여 왔으니 유명세도 남다를 뿐만 아니라, 동양적 디자인 접목을 위해 중국에 디자인 센터를 두고 있는 HP 같은 기업과 코드가 잘 맞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다만 그녀의 디자인을 보면  웬만한 사람들은 소화하기 힘든 소재입니다. 물론 개성 강한 이들에게는 힘든 일은 아니겠지만요. ^^ 그 문양과 색을 더 눈부시도록 만들만한 재질를 쓰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도 남지만, 앞으로도 HP가 계속 비비안탐 에디션을 내놓을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그 화려함을 돋보이게 해줄 재질을 함께 연구해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마이크 밍 | 델


HP의 비비안탐 에디션이 온그라운드 패션 디자이너의 감성을 접목한 모델이라면 델은 언더그라운드 그라피티 아티스트와 손을 잡았습니다. 역시 독특한 상판 이미지로 노트북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그라피티 아트스트 마이크 밍(mike ming)관 손을 잡았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실 마이크 밍(본명 마이클 미야히라)은 그 이력이 많이 알려지진 않았습니다. 1995년 로체스터 기술 대학의 삽화 미술 학사로 졸업한 뒤 자신의 창의성을 표현하는 그라피티로 거리의 예술가가 되었다는 점 외에는 그의 이력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얼마 전 자신의 홈페이지마저 폐쇄했거든요. 다만 열심히 그라피티 작업에 매진하는 그의 모습을 종종 플리커 같은 사진 공유 사이트에서 만날 수 있을 뿐이죠.


성격을 알기 힘든 그가 델과 손잡고 노트북용 그라피티 삽화를 그린 것도 신기한 일이지만, 그의 삽화가 밋밋한 델 노트북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는 데 이견은 없습니다. 스튜디오 15/17 스페셜 아트 에디션 중 마이크 밍의 작품은 모두 다섯 개로 끊임없는 파도의 역동성을 인용한 것이 특징이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물론 이 아트 시리즈를 선택하면 추가금을 내야 합니다. 작품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하나의 예술을 노트북에 상판에 담아 다른 이와 공유하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 비싸게만 볼 일은 아닐 겁니다. 그것을 예술로 여기든, 단순한 그림으로 여기든 보는 사람의 판단에 맡길 일이지만, 딱딱한 노트북만 즐비한 일상에 비쳐 색다른 경험을 공유하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을 겁니다.


 이상봉 | 인텔, 삼성


일회성에 그치긴 했지만, 우리나라 패션 디자이너 가운데 이상봉 씨도 자신의 디자인 색채를 접목한 이색적인 노트북을 선보인 적이 있습니다. 위의 두 케이스는 노트북 상판의 그림을 바꾸는 데 그쳤지만, 이상봉 디자이너는 노트북의 형태를 바꾸려 했던 점이 위에서 소개한 두 사람과 다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저 뿐만이 아니라 생각되지만)사실 이상봉 디자이너는 무한도전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대중 매체 노출도가 높아 친숙해진 이가 아닐까 합니다. 서울 예대 졸업후 1983년 중앙 디자인 콘테스트 수상을 통해 데뷔했고,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생각으로 한국적 패션을 선보여왔지요. 한국의 수채화나 무속 신앙, 퓨처리즘이 가미되었다고 하는데, 다른 것은 몰라도 한글을 담은 그의 옷은 어딜가나 눈에 들어옵니다.


그는 이미 샤인폰 블랙 라벨 디자이너스 에디션을 선보여 IT 기기와 조화를 시도한 적이 있고 건축과 생활용품 기업들과 자기의 패션을 접목하려는 노력을 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연장선에서 차세대 PC 경연대회를 열었던 인텔과 삼성의 초청으로 직접 노트북 디자인을 시도했던 것이지요. 판매의 목적이 아닌 컨셉 노트북 디자인에 머물러 아쉽지만, 그는 휴대성을 고려한 패션 일체형 노트북으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노트북을 아예 가방 형태로 만들어 들고다니기 쉬우면서도 열면 바로 쓸 수 있도록 했거나 UMPC에 그의 한글 문양을 새겨 넣어 차별화를 시도했던 것이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가방 형태의 노트북은 좀 과격하다 싶고 가방을 열 때의 공간의 제약이 있을 듯한 문제가 있지만, 노트북 상판에 이상봉 디자이너의 한글 디자인을 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돋보일 듯 싶습니다. 그의 한글 패션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주목을 받은 것처럼 그의 패션 노트북도 틀림없이 관심의 대상이 될 거라 믿고 싶네요.


덧붙임 #


앙드레김 선생님도 국내 모 회사와 생활 가전 브랜드로 런칭된 적이 있었는데, 노트북에 그의 패션을 접목하면… 그것도 흥미진진하지 않을까요? ^^;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20 Comments

  1. 2009년 3월 18일
    Reply

    샤인폰을 쓰고 있어서 그런지 샤인폰 한글 에디션이 정말 탐났었는데 말이죠 ㅠ.ㅠ

    혹시 앙드레~~킴 에디션 나오면..
    순백에 눈에 잘 띄지 않는 미세한 흰색의 문양들이 수 놓아 지지 않을까요?
    아니면 어깨뽕? ㅋㅋ

    • 칫솔
      2009년 3월 19일
      Reply

      앙드레김 가전은 순백은 아니더라고요. 다만 그분의 문양이 곁들여진… 어쨌든 그 화려한 패션을 입은 노트북이라면 그냥 지나치긴 어렵겠죠? ^^

  2. 2009년 3월 18일
    Reply

    오~~
    비비안탐 홍콩 매장에 갔었을 때의 느낌이 여전히…
    머랄까… 전통을 존중하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능력이 탁월한 느낌이~~

    • 칫솔
      2009년 3월 19일
      Reply

      그래서 더 높은 평가를 받는지도 몰라요. 외국에서 활동하는 것도 플러스 요인일 거고요. ^^

  3. 2009년 3월 18일
    Reply

    노트북에 앙선생님 스타일을 접목한다라.. 괜찮을 듯 싶기도 한데 ^^

    • 칫솔
      2009년 3월 19일
      Reply

      의외로 많은 분들이 괜찮게 생각하는 듯 싶군요. ^^

  4. 2009년 3월 18일
    Reply

    요즘은 외국가전보다 우리의 가전들이 더 디자인상에서 눈에 띄는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디자이너들의 힘이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칫솔
      2009년 3월 19일
      Reply

      고맙습니다. 앞으로 디자이너의 유명세만 좀더 더해진다면 외국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지 않을까 싶네요. ^^

  5. 2009년 3월 18일
    Reply

    모든 노트북에는 디자인이 있져.
    다만 디자인에 따라 하드디스크가 달린 캔버스와 하드디스크가 달린 널빤지의 차이..;;

    • 칫솔
      2009년 3월 19일
      Reply

      널판지에도 그림만 잘 그려 넣는다면야… ^^;

  6. 2009년 3월 19일
    Reply

    저렇게 예쁜그림들이 많으면, 가끔 껍질그림을 바꿀수 있게 설계하는것도 좋은 방법일듯…

    • 칫솔
      2009년 3월 19일
      Reply

      스킨 형태로 내놓는 것도 괜찮겠네요. 스킨 재질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줄 수도 있을테고요. ^^

  7. 2009년 3월 19일
    Reply

    나도 앙선생님 디자인에 한표~!!

    • 칫솔
      2009년 3월 19일
      Reply

      오~ 앙 선생님 인기가 꽤 높은데요? ^^

  8. 2009년 3월 25일
    Reply

    하하하 잘보구 가요 노트북에 앙드래 김선생님의 디자인을 입힌다면 맥북 화이트 가 최고로 잘어울릴 꺼 같네요 ㅎㅎㅎㅎㅎ

  9. 지나가던 나그네
    2009년 4월 25일
    Reply

    앙드레 김 선생님 디자인의 노트북이 나온다면 참으로 노트북에 아름다움이 입혀진다고 생각합니다…

    • 칫솔
      2009년 4월 27일
      Reply

      정말 화려한 느낌의 노트북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아무나 넘보기 힘든. ^^

  10. 멋진 디자인을 탄생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LG전자 디자이너들을 차례로 만나보는 디자이너 톡톡! 오늘은 그 네번째 주인공으로 장난기 어린 미소를 띈 개구장이 같은 인상의 김주겸 주임을 소개합니다. 현재 디자인경센터 HAC디자인 연구소에서 벽걸이 에어컨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김주겸 주임인데요, 유쾌한 그 남자와의 데이트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겠어요? [디자이너 톡톡 ④] 김주겸 주임 – 세계 최초 알루미늄 소재의 인테리어 오브제(Objet) 에어컨..

  11. 2009년 7월 9일
    Reply

    마이크 밍이 디자인한 노트북은 정말 딱 제 스타일이군요.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아이덴티티를 갖출수만 있는것 같은…..멋스러움이 정말 괜찮군요.__+

  12. 2009년 8월 17일
    Reply

    잘 다니던 피아노 학원을 땡땡이치고 친구를 따라 동네에 하나밖에 없는 화실을 갔다가 그림 그리는 재미에 푸욱 빠져버린 소년이 있었다. 하얀 캔버스에 수채화를 그리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끼며 몰입할 수 있었다. SF 만화나 영화, 프라 모델 같은 것에 열광하던 소년은 자라서 모던한 느낌의 AV 가전 디자이너가 되었다. 그는 이제 갈수록 빨리 발전하는 기술의 변화 속에서 어떻게 하면 더욱 인간에게 유익한 디자인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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