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하루 PC 안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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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자정이 되면 PC를 끌 생각입니다. 딱 하루만 꺼둘 생각입니다. PC를 끈다는 게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건 대부분의 블로거가 아실 겁니다. 인터넷 중독이다 뭐다 하는 말이 괜히 나오는 건 아니니까요.

사실 PC를 꺼둘 만큼 한가하지는 않습니다. 할 일이 많거든요. 내일부터 일요일까지 휴가이지만, 밀린 일이 많습니다. 특히 블로거로서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그래도 내일 하루는 PC를 끌 작정입니다.

PC를 끄고 해야 할 일도 많습니다. PC를 끄고 꼭 하고 싶은 건 책을 읽는 겁니다. 퇴근하면서 책을 여러 권 챙겨 왔는데, 다 읽지는 못하겠지요? 오래 전에 사둔 진중권의 미학 오딧세이 2, 3권을 읽어야 하지만 내일 하루는 웹 2.0 마케팅 북을 읽어볼랍니다. 미학 오딧세이는 수면제 이상의 마취제 효과가 있어 한 권 읽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것이 겁나거든요. ^^;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창문을 열고 집 안에 봄 공기를 순환시켜보려 합니다. 황사가 걱정이지만 그래도 겨우내 묵은 냄새는 빼내야 하거든요.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해야겠네요. 아침부터 진공청소기 소음 때문에 아파트 주민들 불편하겠지만, 잠시 동안만 참아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차도 세차하고 실내 청소도 해야겠습니다. 아.. 저도 때빼고 광내야겠네요. 길게 자란 머리도 다듬고요.

밥도 해야죠. 간만에 집에서 하루 세 끼를 챙겨 먹겠군요. 음. 뭘 먹는게 좋을까요? 냉장고를 열어보니 오래된 음식들이 ‘먹지 말라’면서 환상적인 냄새를 마구마구 내뿜는군요. 냉장고도 비우고 마트에 장보러 가야겠습니다. 둘러보면서 뭘 먹을지 천천히 골라봐야겠네요.

저녁에는 운동을 시작할까 합니다. 뱃살이 너무 불었어요. 2년 정도 운동을 안하고 책상 앞에서 앉아 일만 하다보니 몸에 있는 살들이 모두 중력의 법칙을 따라 아래로만 흘러 내려 갔네요. 조금은 위로 끌어 올려야겠습니다. 집 옆이 바로 운동장이니 30분만 뛰고 와야겠습니다. 운동을 시작하면 겨울이 오기 전까지 운동을 멈추지 않겠다는 게 올해 목표였는데, 내일 그 목표를 위해 운동을 시작하겠습니다.

밥먹고, 청소하고, 세차하고, 때빼고, 광내고, 장보고, 운동하는 시간 이외에 책을 읽으려 합니다. 책을 읽을 시간이 있을런지는 저도 봐야겠습니다. ㅎㅎ TV는 잘 안보니까 다른 데 뺐길 시간은 적을 것 같습니다. 하얀 거탑 이후에는 볼만한 프로그램이 없어서 TV를 잘 켜지 않으니까요. 아.. 생각을 남겨둬야 할 때는 볼펜으로 메모를 해보렵니다. PC를 켜면 노트 패드나 마인드맵을 써서 정리를 했는데 PC를 켜지 않으려면 펜으로 쓰는 것 이외에는 대안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제 목소리가 꾀꼬리는 아니어서 음성 녹음은 생각도 안하고 있습니다. -.ㅡㅋ

이 모든 걸 하다보면 PC를 쓸 시간이 없겠지만, PC를 켜두면 이 모든 것을 하는 시간이 조금씩 미뤄집니다. PC 앞에 앉으면 중요한 일이 아닌데도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니까요. 그래서 일부터 PC를 켜지 않으려 합니다.

정말 하루 동안 PC를 켜지 않을지 자신하지는 못합니다. 인터넷을 통해 많은 정보를 접해온 터라 하루 PC를 쓰지 않는 게 정말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노력은 해보렵니다. 쉽지 않은 의지의 시험이지만 한 번 되면 두 번도 될 것이고, 한 번이 안되면 다음에 또 시도할 수 있으니까요.

내일은 지인들의 블로그를 찾아뵙지 못해 아쉽지만, PC를 꺼야 찾을 수 있는 제 생활들을 되돌려 놓으려는 시도를 곱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

이 블로그를 찾는 모든 이들이 행복하고 건강한 하루를 보내시기를 바라며….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15 Comments

  1. 2007년 4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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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획하신대로 이것저것 하시다보면 하루 후딱 갈겁니다. 대신에 억지로 하시려는 것보다는 마음이 앞서는 일을 하시는 것이 여유롭게 즐기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겠죠. 저는 항상 마음 한쪽을 c: 에 저장해놓고 있는지라 칫솔님처럼 하기 힘들것 같군요. 나중에 c: 포맷할때 그때나마 저도 실천에 옮겨봐야 겠습니다. ^_^

    • 2007년 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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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후딱가네요 ^_^ PC를 꺼보니 오프라인에서의 집중력이 훨씬 살아나네요.. 지인우인님도 언능 포맷하세욧!

  2. 2007년 4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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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진 휴가계획이시네요.
    오프라인의 넉넉한 즐거움을 한껏 맛보시기 바랍니다. ^^
    그나저나 휴가라.. 부럽네요. 좋은 기억 많이 만드시길 바랍니다.

    • 2007년 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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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뿐이었지만, PC를 끈다는 게 이렇게 다른 느낌을 줄지는 몰랐습니다. 오랜만에 넉넉하고 집중력 있는 하루를 보낸 것 같습니다. ^_^ 앞으로 계획을 세우고 PC를 안쓰는 날을 늘려 볼 생각입니다.

  3. 2007년 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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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처럼 야근을 거듭하고 있는 저에게도 매우 매력적인 휴가계획으로 보이네요. 짧은 시간이겠지만 오랜만에 충분한 여유을 느끼는 시간이 되셨으면 합니다.

    • 2007년 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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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충분한 여유가 됐습니다. 모처럼의 꿀맛… 야근에 지치신 쥬니캡님도 어서 휴가를 떠나시길.. 가장 좋은 핑계거리가 있지 않으십니까? 신혼 여행이라는~ ^^;;

    • 2007년 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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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ㅎㅎ 고맙습니다. ^^

    • 2007년 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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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맙습니다. 세차만 빼고 다 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에는 세차까지 끝내도록 분발하겠습니다. ^^

  4. 2007년 5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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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주일 후에 제대로 후기를 쓰려고 했는데 자주 시켜먹는 중국집 전화번호를 찾을 수 없어서 컴을 켜버렸네요. 예전엔 어떻게 살았을까… 결국 작심이일이 되었지만 잃은 것은 없습니다.

  5. 2007년 5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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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심이일이 되었습니다. 작심삼일하실 분 없나요? ^^

    • 2007년 5월 6일
      Reply

      이틀을 켜지 않은 것도 성공적인 듯 합니다. 다음에는 저도 도전을 해봐야겠습니다. ^^

  6. 2007년 6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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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라….^^;
    강제로 5일씩 컴터없이 살아 보니, 처음 이틀은 좀 답답하고 괴롭지만, 3일째부턴 나름 행복하더군요..^^ 책도 읽고, 청소도 했고요…제 경우 가장 힘들었던 건….볼펜으로 글씨쓰기였어요….정말 간만에 쓰니까 글씨도 정말 웃기고 손에서 팔까지 다 아프더라는…^^;

    여튼 이번주부턴 칫솔님한테 삘받아 자발적으로 주1회 오프를 해 볼까 합니다.

    • 2007년 6월 19일
      Reply

      부럽습니다. 주 1회 오프라니.. 전 한달 1회 오프만 가능하답니다. 때문에 하루가 아니라 이틀 정도로 늘려보려고요. 좀 답답하겠지만, 그래야 사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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