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기름은 좀처럼 섞기 어렵습니다. 서로 다른 극성으로 섞이지 않기 때문에 상반되는 일을 말할 때도 곧잘 인용되곤 하지요. 어느 세계에나 이러한 일은 많지만, PC에도 이러한 일은 많습니다. 그래픽 카드도 그러한 관계를 엿볼 수 있는 분야입니다. 내장형을 제외하고 고성능 PC 그래픽 카드 제조 업체는 ATi 아니면 엔비디아지요. 이 둘이 거의 시장을 나눠먹고 있지만 이 둘은 서로 다른 극성, 그러니까 상극 관계입니다. 결코 가까이 할 수 없는 관계이기에 한 PC에서 두 회사의 그래픽 카드를 동시에 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지요. 그런데 이 둘을 한꺼번에 쓰게 하는 기술을 가진 메인보드가 발표되었습니다.
어제 숭실대 한경직 기념관에서 강수정씨의 사회로 진행된 MSI 신제품 발표회에 등장한 빅뱅 퓨전(Fusion)은 다른 회사의 두 그래픽카드를 동시에 쓸 수 있도록 만들어진 메인보드입니다. 두 개의 그래픽 카드를 꽂아서 쓰는 메인보드는 넘치고 넘치지만, 서로 다른 회사의 그래픽 카드를 꽂을 수 있는 제품은 이것이 처음이라는 이야기지요.
메인보드에서 같은 회사가 만든 2개의 그래픽 카드를 꽂는 것은 가능해도 다른 회사의 그래픽카드를 함께 꽂을 수 있는 데에는 루시드의 히드라(Hydra) 칩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히드라 칩은 이스라엘 루시드에서 2009년부터 개발한 것으로 두 회사의 그래픽 카드를 동시에 쓰거나 한쪽의 그래픽 모드만을 쓰는 등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칩입니다. 그러니까 그래픽 데이터를 두 개의 GPU로 분산시켜 처리하는 로드 밸런서의 역할을 맡는 것이지요. 참고로 루시드는 병렬 컴퓨터 관련 25개 특허를 가지고 있고 자체 제품 제조 공장이 없는 연구 기반 기업입니다.
두 개의 그래픽 카드를 쓰면 두 그래픽 카드가 가진 장점을 모두 쓸 수 있습니다. 다중 모니터 플랫폼인 아이피니티나 UVD2, 다이렉트 X11용 게임을 돌릴 때는 ATi를, CUDA와 퓨어 비디오, 3D 비전 같은 능력을 맛보려면 엔비디아 그래픽 카드를 선택하면 됩니다. (모니터는 어느 그래픽 카드에 꽂아도 상관 없이 모두 출력됩니다.)
하지만 이것은 둘 중 하나를 골라 쓰는 단순한 전환이 아닙니다. 이날 참석한 루시드의 데이빗 벨츠 씨는 서로 다른 회사의 그래픽 카드를 꽂아도 멀티 GPU로 구현할 수 있어 게이밍이나 3D 성능이 더 좋아진다고 밝혔습니다. ATi의 크로스파이어(XrossFire)나 엔비디아 SLI처럼 같은 회사 같은 기종의 두 그래픽 카드를 묶어 더 나은 성능을 발휘하는 멀티 GPU 기술보다도 실제 애플리케이션에서 더 나은 성능을 발휘한다고 주장한 것이지요. 벤치마크에서는 SLI나 크로스파이어보다 못하지만, 실제 애플리케이션에서는 처리 성능이 더 좋은 것으로 나왔음을 보여주는 데이터도 공개했습니다. 앞으로 루시드는 최대 4개의 그래픽 카드를 꽂을 수 있는 칩을 내놓을 것이고 다음 분기에는 3개를 구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루시드 칩을 넣은 MSI 빅뱅 퓨전 메인보드는 서로 다른 회사의 두 그래픽 카드를 동시에 쓰는 X모드와 ATI 그래픽 모드를 쓰는 A모드, 엔비디아 그래픽 모드를 쓰는 N 모드 등을 고를 수 있습니다. 물론 윈도에서 드라이버를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됩니다. 2개의 다른 모니터로 동영상과 게임을 동시에 띄울 수도 있고, 우선 순위를 정할 수도 있습니다. 두 회사의 그래픽 카드를 모두 쓰는 이 메인보드는 P55 칩셋 기반이라 (LGA 1156 소켓) 코어 i5나 코어 i7에서만 쓸 수 있습니다.
두 그래픽 카드를 함께 쓰는 것은 매력적이긴 합니다만, 이를 위해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은 만만치 않습니다. 메인보드 비용만 50만 원이 훌쩍 넘어갑니다. 메인보드 1대가 저가 PC 1대 값과 맞먹습니다. 더불어 두 회사의 장점을 모두 누리려면 그래픽 카드를 하나 더 얹어야 합니다. 그래도 MSI에서는 같은 회사의 두 그래픽 카드를 쓰는 것보다는 좀더 싸게 더 고성능의 시스템을 꾸밀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합니다. 일반인들에게는 지나친 지출을 요구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만, 고성능을 추구하는 게임 마니아들에게는 매력적인 요소가 있을 것 같긴 합니다. 그래도 당장 바꾸기보다는 저처럼 시간이 해결해 줄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기다리는 이들이 더 많을 듯 싶습니다만… ^^
덧붙임 #
1. 두 회사의 그래픽 카드를 추구하는 이용자들에게는 좋은 데, 엔비디아나 AMD 입장에서는 오히려 불쾌해할지도 모르겠군요. 아래 사진처럼?
2. 이날 사회를 본 강수정씨. 진행 잘 하시더군요. IT 행사의 사회를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재치있게 잘 넘기시고.. 품절녀라 안타깝네요. ^^
아이고^^..지출이..장난이아니군요^^;;
정말 이거 하나 쓰려면 적지 않은 돈을 쏟아야겠더라구요. ^^
저도 그래픽 카드 교체할까 생각했었는데 너무 비싸서 포기하고 말았어요..
바꾸지 마시고 그냥 쓰다가 나중에 시스템 업그레이드할 때 이 메인보드로 바꾸시고 함께 쓰셔도 될 것 같은데요? ^^
모델 두분이 좀 닮았네요… ㅎㅎ 혹시 쌍둥이라도.. ㅎㅎ
설마요. 직접 보면 전혀 닮지 않았다는… ^^
옛날 기억속에 뭍힌 NuTek의 Mac+PC의 하이브리드가 떠오르네요.
그러고 보니, 이러한 3D 가속기술도 언젠가는 표준화가 되서
이 기종간의 SLI/Crossfire도 가능해지겠죠?
표준화가 될까요? 물리적인 표준화는 너무 힘들어보여서요. ^^
하악하악~ 이거 사진이 너무 아름다워서 추천을 안누를수가 없군요~
그나저나 강수정씨와 한컷 찍어오신다믄서 인증샷은 어뤼에? ^^
한 컷 찍을 새도 없이 가버리더라는.. 야속했어요. ㅎㅎㅎ
아, 이거 자꾸 아래쪽 언니들에게 시선이…^^
멋진 금요일되세요~~
제가 올려봤자 둔필승총님만 할까요.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
재미있네요. 저는 엔비디아 그래픽 카드를 씁니다만.ㅎㅎ
그나저나 모델에 더 눈길이.ㅎㅎ;
잘보고갑니다.
날이 조금은 풀렸나요?
멋진 하루되시길 빌어요^^
두 가지를 쓴다는 것은 흥미롭기는 하답니다. 그나저나 봄은 안오고 꽃샘추위만 길어지니 이제는 봄 없이 여름이 오는 게 아닌가 싶어요. ^^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제품에 눈이 안가요…ㅋ
주제는 ‘AMD와 Nvidia의 합체’인데, 왠지 모를 모델 경쟁의 기운이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
투표라도 할까요? ^^
게임 유저들에게는 정말 혹 하겠는데요…
아직 저에게는 과한 플랫폼이지만…ㅋㅋ
과하기는.. HP가 새 블랙버드 시리즈를 내놓는다면 아마 이 기능을 필연적으로 쓸 거라고 생각되는구만~ ^^
흠… 거의 불가능한건가요…
회사에서 모니터3개가 필요해서 PCIE – ATI, PCI – NVIDIA 이렇게 두개 꽂아서 쓰고 있습니다.
PCIE-ATI, PCI-ATI 이렇게 하니 PCI 방식의 비디오카드의 드라이버 버전이 낮아 오히려 ATI 드라이버끼리 충돌하더군요.
여기서도 안정적인 권장 드라이버 버전을 따로 이야기하더군요. 이에 맞춰서 쓰면 문제는 없을 듯 싶더군요.
칫솔님 스타일이 강수정씨인줄은 몰랐는걸요? ^^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매우 다양합니다. ^^
와~ 정말 신기한 기술이네요!
컴퓨터의 세계는 끊임없이 발전해 나가는 신기한 곳 같아요 ^^
배울수록 어렵다고 느끼면서도; ㅋㅋ 그 재미가 쏠쏠해요ㅎㅎ
좋은 정보 감사합니닷! ㅋ
PC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여전히 발전 가능성이 많은 만큼 재미있는 분야인 것 같습니다.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