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타, 이러니 잘 나갈 수밖에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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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주위에서 비스타를 쓰는 이들이 없는데 비스타가 잘 나간다는 소리를 이해할 수 없다는 글이 눈에 띈다. 나도 비스타를 쓰고 있지만, 사실 내 주변에 비스타를 쓰는 이들이라면 업무 때문에 쓰는 한두 명을 빼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기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 보기에는 좋지만 주로 쓰는 애플리케이션의 호환성이 떨어지는 비스타가 마냥 불편하기는 하다. 인터넷 뱅킹도 비스타 호환성 확보는 이제 포기한 모양인지 죄다 보호 모드 끄고 돌리라고 홍보 중이다. 그 탓에 비스타 보안은 반쯤 포기하고 쓴다.


그럼에도 비스타는 잘 나간다고 하니 이상하다 생각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맹점이 있다. 조립 PC의 업그레이드 측면에서 보면 비스타 보급은 전혀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대기업 PC나 노트북 같은 상용 제품 시장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운영체제를 포함해서 팔아야 하는 이들 업체의 PC나 노트북에는 윈도 XP가 아닌 비스타를 넣어 팔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노트북을 보면 어느 정도 이해되지 않을까 한다. 삼성 웹사이트에 있는 10개의 노트북 라인업 중에 센스 Q40과 센스 Q1을 제외한 모든 라인업의 노트북이 윈도 비스타 홈 프리미엄을 넣어서 팔고 있다. 센스 R55를 시작으로 Q35, R40, G15, R20, R70, Q45, R25 등이다. 삼성은 꽤 오랫동안 우리나라 노트북 판매율 1위를 기록해 왔다. 특히 어느 시장 조사 기관의 지난 1분기 우리나라 노트북 판매량 집계에서 삼성은 11만대가 넘는 노트북을 판 것으로 집계되었다고 한다. 이는 2위 그룹과 거의 2~3배 이상 차이나는 것으로서 거의 비스타 노트북 라인업 밖에 없는 삼성이 새 운영체제의 보급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PC도 1개 라인 빼고 모두 비스타다)


LG는 윈도 비스타와 XP가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분기 판매량 집계에서 국내 2위를 기록한 LG는 고성능 제품에는 모두 비스타를 쓰고 있지만 나머지 라인업에서는 일부 비스타와 XP가 선택적으로 들어가고 있다. 태블릿을 제외한 24개 노트북 라인업 가운데 센트리노 듀오 노트북이나 코어 2 듀오를 넣은 노트북은 대부분 비스타를, 셀러론 M이나 태블릿 노트북에서는 XP를 쓰고 있다. 비스타만 쓰는 라인업은 R500, R405, R400, R200, E500, PS 이고 TX, T1, F1, M1, P1, LW, LE, LM, LS 라인은 XP만 쓴다. Z1, C1, A1, R1, S1, F2, W1, V1, P2은 모델에 따라 비스타와 XP가 섞여 있다.


2위와 근소한 차이를 보이는 3위 업체 HP는 3월 이후 출시되는 파빌리온과 프리자리오 라인업에 모두 비스타를, 일부 비즈니스 노트북에서만 XP 프로페셔널을 쓴다. 후지쯔나 도시바, 레노버 등도 태블릿이 아닌 일반 노트북에서는 더 이상 XP를 쓰지 않는다. 바로 위에 적은 LG가 일부 모델에 XP를 넣어서 쓰고 있지만, 갖고 부품 재고가 줄고 고성능 노트북의 가격이 낮아 질루고 비스타로 전환될 것이다. 결국 상당 수 업체들이 비스타로 기울면서 완제품 업계에서 비스타는 나름대로 자리를 잡아가는 것처럼 보이고 있다.


소비자의 운영체제 선택권을 사실상 배제한 채 노트북 업체들이 이처럼 비스타를 적극적으로 밀어 붙이는 것은 윈도 XP보다 비스타를 더 싸게 공급하는 정책 때문이다. 며칠 전 발표회에서 만난 모 노트북 업체 이사는 “윈도 비스타보다 XP가 더 비싸지만, 이 노트북에는 XP가 잘 맞아 채택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결국 단순히 새 운영체제가 나온데 따른 마케팅 때문이 아니라 MS의 전략적인 공급가 정책과 업체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져 지금의 비스타를 뿌리고 있다는 뜻이 된다. 고성능 노트북일수록 노트북 단가를 낮추기 위해 공급가가 낮은 비스타는 그만큼 매력일 수밖에 없다. 당장 소비자에게 쓸모 있는 것은 XP지만, 금전적인 부분과 마케팅을 고려해야 하는 업계의 시각에서는 비스타에 끌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비스타 노트북을 사지 않아야 하는 데 현실 또한 그렇지 않다. 높은 소매가 때문에 인식하고 있는 ‘그 비싼 비스타’를 노트북만 사면 쓸 수 있다는 일종의 착시 현상을 일으켜 업체의 비스타 레디 마케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구나 주위에 비스타 노트북을 사겠다는 사람을 뜯어 말리고 싶어도 이제는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 아닌가? 운영체제 없는 노트북이나 XP가 들어 있는 노트북을 사라고 권하고 싶어도 이미 노트북 시장의 비스타 천하가 된 마당에 운영체제에 대해 무슨 선택과 조언이 필요하단 말인가.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14 Comments

  1. 2007년 6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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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xp 계약이 종료되서 입니다. 왠만한 노트북 업체가 다 계약이 만료됬죠. ms측에서는 xp 연장 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어쩔수 없이 다 비스타입니다. ms의 상술이죠

    • 2007년 6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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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XP 계약은 특별한 상황에 따라 여전히 연장 가능합니다만.. 이건 중요하지 않겠지요. MS 뿐만 아니라 PC 업계 전체의 상술이라고 보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2. 2007년 6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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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 입장에서도 비용투입하여 만든 새 OS 에서 최소한의 것이라도 건지고 더 새로운 OS 를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조치로 생각되는데요… 돌이켜 보면 window98 에 대한 지원을 종료 할때도 적잖이 말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되는데…XP에 대한 지원 종료 시점에는 어떤 반응들이 나올까요…^^

    • 2007년 6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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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MS에게만 필요한 조치가 아니라 마케팅 이슈를 만들고 싶었던 업체들과의 합작품으로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XP는 이미 지원 기한을 한차례 연장했지만, 다음에도 연장할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그 때 가봐야 알 듯합니다. ^^

  3. 2007년 6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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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도 끼워팔기에 해당하는거 아닌가요?
    소비자가 OS를 선택할 권리 뭐 이런식으로 해서… 소송할수도 있을꺼 같은데…

    • 2007년 6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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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사실 단정할 수 없습니다. 끼워팔기에 부합하려면 MS와 업체 사이에 비스타 공급 계약이 거래 관행에 있어 정상적이지 않고 부당하게 이뤄져야 합니다만, 그걸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이.. 쉽지는 않을 것 같네요.
      노트북 OS의 선택 권리도 좀 난감합니다. 노트북 업체들은 해당 OS를 넣은 노트북을 하나의 제품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굳이 다른 OS를 넣어 서비스 비용을 늘리려 하지 않거든요. 하지만 언젠가는 국내에서도 다른 운영체제의 노트북을 볼 수 있을 거라고 희망합니다. ^^

  4. 2007년 6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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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에는 독점의 폐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는건가요?
    이휴..

    그리고 평소에 생각하는 것인데, MS를 욕하고 욕해도 욕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결국 MS의 저런 행동 덕분에 수많은 PC업체들이 먹고 사는 것 같아서요..@@;;
    PC수요가 줄어든다 싶을때 적절하게 나오는 듯한 윈도우즈 신버전..;;

    • 2007년 6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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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만거북이님이 지적하신 독점의 폐해도 어느 정도 맞고 업계 생태계의 생리라는 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나중에 PC 업계 생태계에 대해서 글을 써볼까 생각중입니다만, MS처럼 막대한 돈을 들여서 운영체제를 만들어 홍보하는 것만으로도 PC 업체가 얼마나 많은 돈을 아끼고 수익을 챙겨가는 지를 알면 MS 욕하기도 쉽지 않지요.
      겉으로 보이는 것과 업계의 생리는 차이가 좀 있는 것 같아요~

  5. 2007년 6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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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담이지만, 그런 점에서 봤을때 혼자 잘났다고 다니는 애플이 욕을 먹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단순히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애플은 욕할 점이 거의 없는 제조사인데..

    • 2007년 6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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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만거북이님. 소비자 입장에서 조만간에 애플에 대한 ‘욕’하나 쓸 생각이었습니다. 잘못하면 까만거북이님께 욕 들어먹을 것 같은데요. ^^;

  6. 2007년 6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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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S 자기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그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언젠가는 그렇게되길…

    • 2007년 6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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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마시마님. OS 선택의 날이 오려면 아래 두 조건이 해결되어야 합니다.

      1. 하드웨어 업체는 OS 없이 판매하되 OS로 빚어지는 문제는 하드웨어 업체가 책임지지 않는다.

      2. 하드웨어 업체가 다양한 OS에 대한 지원체제를 갖추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한다.

      둘 다 말썽 있는 조건이지요. -.ㅡㅋ

  7. 2007년 6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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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아닙니다..^-^;;
    제가 아직 어려서 시야가 작아서 그런지도 모르거든요..ㅎㅎ”
    제 눈을 트여주세요~ 🙂
    ㅋㅋ”

    • 2007년 6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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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윽~ 제가 누구 눈을 크게 만드는 소실이 없는데..
      행여 눈 크게 뜨시고 욕하실까 겁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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