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셀카봉, 스마트 시계를 깨우다

셀카봉은 자기 모습을 찍는 셀카-외국에서는 셀피(selphy)라 함-에 불을 당긴 액세서리다. 스마트폰을 끼울 수 있는 긴 막대기에 불과하지만, 셀카봉을 쓰면 더 넓은 배경의 내 모습을 찍을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즐겨 쓰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몇천원으로 가장 싼 셀카봉을 살 수 있다보니 이제는 햄버거 세트를 사는 고객에게 3천원에 셀카봉을 파는 패스트푸드점도 등장했다.

그런데 셀카봉을 써서 사진을 찍을 때 약간 고민되는 점이 있다. 셀카봉에 스마트폰을 끼워 먼 거리에서 사진을 찍을 때 촬영 버튼을 누를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때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다섯 가지. 타이머를 켠 다음 셀카봉을 멀리 보내거나 셀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동작-손을 오므렸다 펴거나 웃는 것 같은-을 하거나 음성 모드를 켜고 “김치”라고 크게 말하거나 조금 비싸더라도 촬영 버튼을 가진 셀카봉을 쓰거나 마지막으로 블루투스 스위치를 쓰는 것이다.

일단 싼 맛에 셀카봉을 하나 샀더라도 앞에서 말한 세 가지 방법으로 사진을 찍을 수도 있고, 역시 촬영 버튼이나 블루투스 스위치가 확실하면서 편한 방식이라며 새 셀카봉 구매를 고민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나와 있는 스마트 시계를 쓰는 이들은 따로 블루투스 스위치를 살 필요는 없다. 스마트 시계를 블루투스 스위치로 쓸 수 있으니까.

스마트 시계를 블루투스 스위치로 쓰려면 스마트 시계용 원격 카메라(remote camera) 앱을 깔아야 한다. 타이젠을 쓰는 기어 시리즈나 안드로이드 웨어(또는 안드로이드)를 쓰는 G워치 시리즈와 스마트워치 시리즈, 그밖의 운영체제를 얹은 스마트 시계들은 원격으로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제어하는 앱이 몇 개씩은 나와 있다. 대부분은 기본 기능을 이용하는 것이라 부담 없이 설치할 수 있고 쉽게 쓸 수 있다. 스마트 시계의 원격 카메라 앱을 실행하면 스마트폰의 카메라가 실행되고, 스마트 시계의 미리 보기 화면을 터치하면 사진으로 저장한다.

그런데 스마트워치의 리모트 카메라 앱은 셀카봉의 셔터 버튼이나 블루투스 카메라 스위치와 비슷한 기능을 하지만 한 가지 더 나은 기능을 갖고 있다. 카메라로 비치는 모습이 스마트 시계에 그대로 전송된다는 것. 미리보기 기능은 비록 단순한 차이지만 카메라 품질에 영향을 준다. 셔터 버튼이나 블루투스 스위치 방식을 쓰면 스마트폰의 화면을 셀카봉에 낄 때 촬영자 방향으로 화면이 보이도록 끼워야 하는 반면 스마트 워치의 리모트 앱을 쓰면 뒤쪽 카메라를 촬영자 방향으로 끼워도 되기 때문이다. 미리 보기를 스마트워치가 대신할 수 있어서다. 굳이 뒤쪽 카메라를 쓸 필요가 없을 수도 있지만, 스마트폰의 전면 카메라 센서가 많이 좋아졌다고는 해도 최근 손떨림 방지 기능에 더 큰 센서를 쓰는 뒤쪽 카메라를 이용하는 편이 셀카 사진을 찍을 때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그저 신기한 기능에만 머물렀던 스마트 시계의 리모트 앱은 셀카봉과 스마트폰을 결합한 지금에 와서야 필요한 이유를 찾을 수 있게 됐다. 아주 작은 덩치의 앱을 활용하는 것 뿐이지만, 결국 스마트 시계를 쓰게 하는 여러 이유 중에 하나가 될 수 있어서다. 이같은 스마트 시계용 앱의 활용은 스마트 워치를 어디에 쓰면 좋을지 묻는 이들에게 말해 줄만한 괜찮은 시나리오인 것은 틀림 없다. 그런데 값싼 셀카봉이 깊은 잠에 빠질 뻔한 스마트 시계를 잠들지 않게 할 것이라고 누가 예상했을까? 어쨌거나 엉뚱한 방향에서 얻게 되는 재미라도 스마트 시계를 보는 부정적 관점을 바꿀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될 수 있기에 그저 반가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