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 기업으로 변신 속도 끌어 올리는 S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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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월드 IT 쇼(WIS)에서 하드웨어를 하드웨어를 볼 수 있는 곳은 많지만, 삼성이나 LG보다 SK텔레콤(이하 SKT) 부스에 하드웨어가 많다는 사실은 약간 의외다. 그런데 이통사의 부스에서 볼 수 있는 하드웨어라는 걸 상상해보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같은 이동 통신 상품을 한 자리에 모아놨겠거니 할 수도 있을 게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막연한 상상을 깨고 음악을 듣고 뛰어 놀고 운동을 할 수 있는 다채로운 스마트 앱세서리 제품들로 부스를 채워 놓았다.

이러한 다양한 상품의 등장 덕분에 관람객들이 즐거움을 얻을 수 있지만, 이용자에게 이동통신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서비스 기업이 통신 상품 대신 하드웨어 사업에 더 치중하는 모습을 보니 조금 아리송하다. 실제로 올해 1분기 매출만 4조원이 넘는 SKT의 입장에서 지난 해 전체 매출 300억원 수준에 머무른 소규모 하드웨어 사업이 성에 찼을 리는 없을 터다. 이 정도라면 그 방향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할 듯 보이는데도 최근의 분위기는 그 매출에 실망하고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다양한 유형의 스마트 앱세서리로 넓은 부스를 채우진 않았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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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WIS에 공개한 스마트 앱세서리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모바일 앱을 설치하고 이를 이용하는 제품들로 이미 스마트 빔, 스마트 미러링 같은 제품에 머무르지 않고 연말 혹은 내년 초에 내놓을 제품들도 많았다. 이 가운데 에어 큐브는 야외나 실내의 공기 중에 섞여 있는 일산화 탄소와 이산화 탄소, 그 밖의 미세 먼지를 측정할 수 있는 휴대형 공기질 측정 장치다. 센서가 다른 탓에 한 장치에서 이산화 탄소와 일산화 탄소를 함께 측정하지 못하지만, 각 센서에서 수집한 데이터로 이용자에게 필요한 조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앱을 만들었다. 이를 테면 방안에서 너무 많은 이산화 탄소가 측정되면 집중력 향상을 위해 창문을 열어 탁한 공기를 빼내거나 공기 청정기를 가동하라는 식이다. 공기순환이 필요한 곳에서는 써볼만한 장치라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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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마커는 골프를 즐기는 이들에게 유용한 앱세서리다. 골프에서 마커는 그린 위에 올려진 공을 진행을 위해 잠깐 치워야 할 때 두는 일종의 표식이다. 대부분은 바닥에 내려 두더라도 경기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동전처럼 얇은 물체를 마커로 쓰고 있다. 스마트 마커는 보통 골프 모자 앞쪽 챙에 자석식 클립에 붙여 다니는 마커에 스마트 기능을 더한 것이다. 스마트 마커는 골프 캐디를 대신해 홀까지 남은 거리를 액정 화면을 통해 보여주는 것으로 보이스 캐디를 대신하도록 만들었다. 골프장과 홀 위치는 스마트폰의 GPS로 자동 검색되고 모든 정보는 블루투스로 전송된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국내 대부분의 골프장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지만, 그린 위에 올려두면 기울기를 측정해 주는 다른 스마트 마커의 기능은 포함되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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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V&Ambient’는 일반적인 시계형 스마트 장치가 아닌 작은 팔찌 형태의 웨어러블 장치다. 자외선과 온도, 습도 등 주변 환경을 측정해 이용자의 건강에 이로운지 해로운지 앱을 통해 알려준다. 자외선과 환경 측정 센서 자체의 기능에만 머무르지 않고 앱을 통해 이용자에게 필요로 하는 정보를 어떻게 표시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센서의 반응에 따라 앱에 즉각적인 결과를 표시하는 데 야외에서 활동하거나 운동하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알려준다. 크기는 500원짜리 동전을 길쭉하게 늘린 듯 보이는데 여성이 좋아하는 액세서리와 함께 쓸 수 있도록 만듦새를 꾸몄다.

일단 대표적인 몇 가지 제품을 소개했지만, 지난 해부터 나온 모든 제품까지 모두 합하면 점점 그 종류를 세기 힘들어질 만큼 스마트 앱세서리가 늘어난 것이다. 그런데 1년 동안 다양한 방면에서 갑자기 많은 앱세서리를 갖춘 데는 SKT에서 모든 제품을 기획/설계하고 제조하는 것이 아니라 방향이 맞는 국내 중소 기업의 제품을 SKT 브랜드로 유통한 결과다. 제조와 재고 관리는 유통에서, 필요한 투자와 마케팅, 판매는 SKT가 맡고 수익은 기여에 따라 나누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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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부터 SKT가 스마트 앱세서리를 포함해 하드웨어 사업을 강화하는 것은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맞이할 때를 대비하려는 이유도 있지만, 제한된 국내 시장을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이 섞여 있다. 지금 SKT의 하드웨어 사업은 위치 기반 서비스(LBS)와 앱세서리, 그리고 스마트런닝으로 구성된 컨버전스 사업단에서 이끈다. 네트워크의 연결을 필요로 하는 웨어러블과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감지 분야가 앱세서리 영역으로 앞서 소개했던 제품들이 앱세서리 영역의 제품인 것이다. 때문에 통신을 결합한 이런 제품들은 국내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SKT의 사업 확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직접 제조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국내외 마케팅 자원을 활용하는 것만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그동안 이통 서비스로 여러 차례 외국 진출을 시도했으면서도 썩 좋은 성과를 얻지 못했던 SKT 입장에서는 향후 스마트폰과 겹치지 않는 분야에서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길을 서서히 다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단지 이러한 사업 방식이 초기여서 SKT의 성장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는 판단이 이르고 이통 기술이 아닌 제품으로 사업 지역을 확장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어떻게 불식시킬지도 지켜봐야 할 일일 듯하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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