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수많은 시장조사기관에서 이듬해 예상되는 IcT 트렌드를 꼽는다. 올해의 트렌드는 사물 인터넷과 빅데이터, 모바일 커머스, 정보 보안, 모바일 메신저, 모바일 광고, 웨어러블까지 어느 정도 덩치가 될 만한 예상 답안들은 비슷비슷하게 내놨더랬다. 물론 이러한 트렌드가 모두 들어 맞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무엇이 맞았고 무엇이 틀렸다고 꼬집어 말할 필요는 없다. 단지 올해에 이들 트렌드가 어떤 의미로 남았는가를 돌아볼 필요는 있을 듯하다. 그렇다고 모든 트렌드를 다 돌아볼 수는 없기에 올해 꽤 많은 관심을 끌었던 분야 하나만 짚고 넘어가볼까 한다.
올해가 시작되기 전에 하나의 트렌드로 많은 조사기관에서 웨어러블을 꼽았다. 이 분야의 예상은 크게 빗나간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제품들이 쏟아진 한 해였던 것은 분명하다. 수많은 웨어러블 스타트업도 등장하고, 생각할 수 없던 웨어러블 제품도 나왔으니 말이다. 지난 해 너무나 흔했던 단순한 행동 추적기를 넘어선 제품들이 점점 늘어나는 모양새다. 이제 웨어러블도 세분화해 들여다볼 때가 점점 가까워 온 것이다.
하지만 전체 웨어러블 시장 안에서도 산업적인 규모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아직 손목 장치형 스마트 시계에 머물러 있는 듯한 인상도 짙다. 지난 해에 출발선을 떠난 선수들이 몇 없었던 것에 비하면 올해는 더 많은 선수가 참여해 경주를 벌이기 시작한 상황이 되어서다. 지난 해에 비해 플랫폼도 다양화됐고 제품의 출하량도 늘었다. 지난 해 시장 조사 기관에서 예측한 2014년 스마트 워치 출하량을 800만 대였는데, 실제 어느 정도 출하됐는지는 아직까지 파악되진 않는다. 지난 해 150만 여대가 출하된 것과 비교해 물량만으로 5배 이상 늘어난 시장이 되었을 것지 궁금한 상황이지만, 애플이 참전하는 내년은 훨씬 더 커진 시장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렇다면 올해 스마트 워치 시장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지난 해에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두드러진 제품을 보면 페블, 갤럭시 기어(현 기어 1) 정도였다. 플랫폼도 페블 OS와 변형 안드로이드였다. 하지만 올초부터 스마트 워치는 전용 플랫폼에 올라타기 시작하며 더 많은 업체들의 참여를 끌어낸다. 삼성은 타이젠으로 운영체제를 바꾼 기어 2와 기어 2 네오를 내놨고 구글이 스마트 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장치를 위한 안드로이드웨어를 발표한다. 이 때 LG와 삼성, 모토로라 등이 안드로이드웨어를 탑재한 첫 번째 세대 제품들을 공개하면서 반응을 살폈고 하반기 삼성이 통신 단말을 결합한 기어 S를, LG가 둥근 안드로이드웨어 장치인 G워치 R을 내놓자마자 많은 이들의 애간장을 태운 애플 워치가 베일을 벗었다. 아쉽게도 애플 워치의 판매는 2015년으로 연기되었지만, 많은 이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 충분했다.
이렇게 보면 스마트워치 시장은 정말 정신 없이 신제품을 쏟아내는 한 해였다. 익히 알려진 제조사 말고 중소 업체의 제품까지 감안하면 수를 셀 수도 없다. 아마 올해가 지나야 시장조사결과가 나오겠지만, 시장의 확대는 뚜렷하다. 물론 단순히 판매량이 늘어서 시장이 커졌다는 말은 아니다. 플랫폼이 늘어났고 형태가 다양화된 점이 눈에 띈다. 삼성이 꾸준하게 타이젠을 밀기 시작했고, 구글이 안드로이드웨어로 보편적 플랫폼으로 도전을 시작했으며, 애플도 자체 플랫폼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시계의 형태도 전형적인 사각이 아니라 원형의 디스플레이를 채택에 이에 맞는 UI를 적용하는 등 변화도 보인다. 화면에 정보를 표시하는 장치다 보니 아직은 사각 형태가 더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원형 디스플레이를 쓰면서 자연스러움을 더한 점도 무시할 수 없어 만들려는 제품의 속성에 따라 이를 잘 선택하는 고민도 늘었다.
손목에 둘러서 쓰는 스마트워치 같은 새로운 스마트 제품군의 확대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점점 포화되는 스마트폰에서 벗어나 이용자 경험을 개선하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내놓기 위한 기회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수많은 단말 제조사들에게 스마트워치는 이미 새로운 숙제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제조사의 사정과 다르게 스마트 워치는 정말 이용자가 선택할 만한 제품이 되었을까? 지난 해 여러 스마트 워치를 통해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 알림에 따라 스마트폰을 여는 횟수를 조절하는 유용성에 대한 가치를 올해 많은 이들에게 공유된 듯하다. 지난 해만해도 스마트 워치는 쓸모 없다는 편견이 올해는 그나마 많이 사그라진 인상이다. 그렇다고 모든 이들이 완전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짧은 배터리 시간의 단점도 여전하고 만듦새에 대한 아쉬운 점도 많아서다. 단지 지난 해보다 이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견해를 많이 날려 버린 것은 다행이 아닐까?
문제는 스마트 워치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앱을 비롯한 그 밖의 서비스 환경은 다듬어지지 않았다는 데 있을 것이다. 타이젠은 여전히 혼란스럽고 안드로이드웨어는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내년에나 보게 될 애플 워치는 결제와 가벼운 커뮤니케이션 등 스마트 워치의 기본 기능 이상의 이용자 경험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아직은 미지수다. 하지만 그보다 더 힘든 점은 스마트 워치의 하드웨어는 좋은 성능에 플랫폼화되어 다양한 경험을 위한 준비를 마쳤음에도 이를 위한 앱 생태계는 온전한 발걸음을 떼지 못한 점이다. 스마트워치의 하드웨어 속성을 이해하고 제대로 만든 것을 지금도 발견하기 어렵다. 몇 시간이 멀다하고 쏟아지는 시계 화면이 얼마나 지겨운지 여러분은 아직 모를 수도 있다. 그래서 앱 개발자들에게 기회가 더 있다고 말하고 싶다. 올해 그 속성을 이해하는 시기를 거친 개발자라면 무엇을 해야 할지 이해를 할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단순히 하드웨어의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지 보지 마시라. 스마트폰에서 그랬던 것처럼 스마트워치 역시 새로운 이용자 경험을 끌어낼 그 무언가를 내놨을 때 새로운 기회를 잡을 테니까.
덧붙임 #
이글은 에코노베이션 블로그에 기고한 글로 원본과 다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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