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쉴드와 넥서스 플레이어 최대의 적, 저장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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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은 싸고 질이 좋은 제품. 누구라도 그런 제품을 바란다. IT 제품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워낙 비싼 제품들이 널린 세상이다보니 조금이라도 값을 낮춘 제품들이 나오면 먼저 관심을 두는 것이 다반사다. 물론 성능이나 기능에 대한 욕심은 줄이지 않은채 말이다. 하지만 값이 싸면 어딘가 부족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부품의 성능이 낮거나 뭔가 덜 채워진 채로 우리에게 배달된다.

정해진 제조비용과 마케팅 등의 비용을 고정한 채 비용을 낮추려면 제품을 구성하는 부품을 조정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그런데 제조사가 프로세서와 화면 등 가장 좋은 부품을 그대로 넣는다고 가정하면 그 밖에 값을 낮추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부품은 뻔하다. 성능이나 기능에 가장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저장 공간의 용량을 줄이는 것이다. 저장 공간의 용량을 조금씩 다르게 넣어 제품 가격을 차등해 파는 것은 이 바닥에선 흔한 일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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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즈테일이 게임 데이터 용량. 이런 용량을 설치하는 게임이 부지기수로 늘고 있다
문제는 어떤 용도로 쓸 장치인가에 따라 다른 그 무엇보다 저장 공간의 용량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안드로이드를 얹어서 나온 다양한 목적의 장치 가운데 게이밍을 접목한 장치일 수록 기본 용량은 반드시 살펴야 봐야 할 항목이다. 인터넷 브라우징이나 메일과 문서 작업, 단순한 미디어 재생에 쓸 장치는 용량이 부족해도 네트워크만 연결되면 클라우드 서비스나 관련 기능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장치에 설치해 실행하는 게임은 이야기가 다르다.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게임들은 모바일 환경에 맞춰 용량을 줄인 것도 제법 많지만, 모든 게임들이 용량을 덜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그래픽과 뛰어난 애니메이션을 담은 게임들은 이미 기가바이트(GB) 단위의 데이터를 장치에 담는다. 핵심 실행 유닛의 용량은 그리 크지 않아도 게임을 즐기는 데 필요한 그래픽 데이터가 크다보니 장치의 저장 공간이 적으면 관련 게임을 설치할 수 없을 때가 있다. 때문에 게임을 위한 안드로이드 장치는 저장 공간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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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서스 플레이어의 기본 용량. 58GB로 읽혔으면 좋겠다
지금 게임에 초점을 맞춘 안드로이드 장치를 꼽는다면 엔비디아 쉴드 포터블과 쉴드 태블릿, 구글 넥서스 플레이어 등이다. 쉴드 포터블과 쉴드 태블릿은 모바일 제품이고, 구글 넥서스 플레이어는 콘솔 장치다. 게임 이외에도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지만, 게임이 핵심 컨텐츠인 셈이다. 하지만 이들 장치는 모두 기본 용량의 약점을 갖고 있다. 쉴드 포터블과 쉴드 태블릿은 16GB, 넥서스 플레이어는 8GB다. 운영체제를 제외하면 실제 쓸 수 있는 용량은 12.6GB와 5.8GB 남짓이다. 쉴드 포터블과 쉴드 태블릿은 그래도 몇 개의 게임을 설치할 수 있지만, 넥서스 플레이어는 대용량 게임을 1~2개 밖에 설치할 수 없다.

기본 저장 공간의 용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외장 메모리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4.4 킷캣을 발표하면서 외장 메모리로 데이터를 옮길 수 있는 옵션을 추가했다. 젤리빈 이전까지 없앴던 기능을 복원한 것이다. 이를 이용하면 실행에 필요한 프로그램 부분만 장치에 남겨 놓고 데이터를 외장 메모리로 옮겨 기본 저장 공간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게임을 외장 메모리로 옮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설치된 안드로이드 게임에서 외장 메모리로 옮길 수 있는 옵션을 갖고 있어야 하고 외장 메모리는 반드시 FAT32로 포맷한 32GB 이하의 메모리여야 한다. 또한 앱을 설치할 때 데이터를 자동으로 외장 메모리에 담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가 앱 설정에서 일일이 게임 앱을 열어 외장 메모리로 옮겨야 하기 때문에 매우 번거롭고 귀찮은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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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모바일 게임이 늘면서 모두 만만치 않은 게임 데이터를 갖고 있다
그나마 외장 카드 슬롯을 가진 쉴드 포터블과 쉴드 태블릿은 이 방법을 써서 부족한 기본 저장 공간의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지만, 넥서스 플레이어는 그나마도 불가능하다. USB OTG로 외장 메모리를 쓸 수는 있지만, 그 메모리에 들어 있는 데이터를 읽는 기능만 작동하고 데이터를 옮기는 옵션을 아예 없앴다. 넥서스 플레이어에 게임 컨트롤러를 연결한 뒤 여러 게임을 번갈아가며 즐기는 것은 솔직히 어렵다.

쉴드 포터블(199달러)이나 쉴드 태블릿(35만9천원), 넥서스 플레이어(99달러)는 비슷한 성격의 제품들과 비교해볼 때 그리 비싼 제품은 아니다. 하지만 이 제품들이 대용량 모바일 게임과 무관하지 않은 장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이 장치들이 갖고 있는 기본 저장 공간은 확실한 문제로 지적해야 옳다. 가격을 낮게 잡는 것은 제조사들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그 제품이 어떤 관점으로 만든 것인가를 고민하고 부품의 구성과 가격을 정해야 했다. 옛날처럼 가벼운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시대는 이미 지나간 지금 게임을 위한 장치라면 저장공간을 더 늘리고 대안까지 모두 준비했어야 바람직할 것이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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