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꼴 하나에 느낌 바뀐 넥서스7과 갤럭시 넥서스

구글이 넥서스 4와 넥서스 10의 판매를 시작한 직후 안드로이드 4.2 젤리빈의 순정롬이 안드로이드 개발자 센터에 공개되었다. 갤럭시 넥서스와 넥서스7 등은 사실 무선 망을 통한 업그레이드(OTA)를 기다려도 되지만, 이 순정롬을 다운로드해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다. 다만 순정롬을 올릴 때는 루팅은 아니지만 언락을 한 뒤 롬을 올려야 하는 까닭에 완전 초기화를 해야 하므로 모든 데이터를 날릴 수밖에 없으니 설치된 앱과 데이터를 유지한 채 4.2를 쓰려면 정식 OTA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실 이전 갤럭시 넥서스를 TAKJU(구글 지갑이 포함된 젤리빈 순정롬의 이름) 버전으로 올린 까닭에 어제 곧바로 OTA가 날아오긴 했다. 다만 이전에 설치했던 순정롬이 어딘가 꼬여버린 터라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완전히 새로운 4.2 순정롬을 갤럭시 넥서스에 올렸고, 이 기회에 넥서스7까지 4.2로 업데이트해 스마트폰과 7인치 패드의 변화를 비교해 보기로 했다.

일단 안드로이드 4.2에 대한 기본적인 변화에 대해선 앞서 ‘안드로이드 4.2 젤리빈 특징 간단 정리‘라는 글로 설명했던 터라 그 모든 기능 중에 갤럭시 넥서스와 넥서스7에 어느 정도 반영이 되어 있고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려고 했다. 그런데 기능이 아니라 조금 의외로 받아들일 변화가 하나 있다. 4.2 젤리빈의 한글 글꼴이 나눔 고딕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구글이 4.2를 발표할 때 한글 글꼴 같은 세세한 것까지 말하지는 않은 터라 실제 업데이트를 하기 전에는 몰랐던 점인데, 새 글꼴을 반영한 두 제품은 정말 반가웠다.

위 이미지는 모두 나눔 고딕을 적용한 갤럭시 넥서스와 넥서스7의 화면이다. 시스템 메뉴는 물론 거의 모든 응용 프로그램의 한글은 나눔 고딕으로 대체된다. 단, 구글 북스만은 명조체를, 영문은 기본 안드로이드 글꼴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앞서 적용되어 있던 고딕체가 가독성이 아주 나쁜 편은 아니지만, 워낙 색깔이 없는 밋밋한 글꼴이다보니 제품의 개성을 느끼게 하는 데 한계를 느끼던 것은 분명하다. 그에 비하면 나눔 글꼴은 분명 좀더 색다른 기분을 느끼게 한다. 솔직히 대체된 나눔 글꼴이 가독성을 해칠 만큼 너무 가늘게 나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 걱정을 덜어도 될 정도로 거의 모든 환경에서 제법 잘 어울린다. 펜타일 배열의 AMOLED를 쓰는 갤럭시 넥서스라면 지적 당할 수 있는 글자 가독성도 전혀 이상 없었고, 크기가 큰 글자의 표현력도 그리 밉지 않았다. 무엇보다 종전에 쓰던 고딕보다 글자의 간격을 좀더 좁혀서 표시하므로 인터넷에 떠 있는 글을 볼 때 더 알찬 느낌을 받을 뿐만 아니라 부드럽고 독특한 느낌의 글꼴 덕분에 글을 읽을 때나 레퍼런스 단말의 메뉴를 다루는 느낌까지 다르다. 예쁜 글꼴로 바꾼 덕분에 갤럭시 넥서스와 넥서스7이 더 예뻐 보이기까지 한다.

구글이 크롬 OS에서 이미 나눔 글꼴을 쓰고 있었지만, 안드로이드 적용은 조금 의외의 것이긴 하다. 하지만 늘 정형화되고 딱딱한 안드로이드 기본 글꼴에 불만을 느끼던 사람 중에 나도 끼어있었으므로 나눔 글꼴의 적용은 내게 적지 않은 의미로 다가온다. 왜냐하면 안드로이드 기본 글꼴을 바꾸기 위해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루팅하던 때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그런 욕구는 잠시 접어둬도 될 듯하다. 나눔 글꼴은 충분히 멋지고 기능적으로도 종전 고딕보다 더 낫다. 그저 시스템 글꼴을 바꿨을 뿐인 데 미운 오리에서 백조 같은 레퍼런스 장치로 변신한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