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8이 찾아 낸 4년 된 노트북의 효율성

독자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나는 윈도8에 대해 비교적 호의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몇 안되는 리뷰어 중 하나일 것이다. 시작 버튼을 없애고 타일로 이뤄진, 메트로 UI라 부르던 ‘마이크로소프트 디자인 스타일'(Microsoft Design Style)의 시작 화면으로 대체하면서 많은 부분이 바뀐 윈도8에 대해 상당수가 불편을 꼬집고 있는데도, 그 불편을 넘어설 수 있는 장점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이해가 어려울 수 있음을 안다. 솔직히 모든 윈도 프리뷰 버전을 써본 이들이면 나처럼 윈도8에 너무 일찍 혼란을 정리할 수 있겠지만, 사실 이제서야 접하는 이들에게 윈도8을 곧바로 적응할 수 있는 운영체제라 말하기는 곤란하다. 특히 데스크탑 환경에서 마우스만 다뤘던 이들에게 무조건 잘 적응할 수 있을 거라 낙관적인 말로 설득하고 싶진 않고 그저 이런 장점이 있으니 적응에 노력해 보라는 말이 그저 최선일 듯 싶다.


윈도8의 효율성
사실 윈도8에 대한 호의적인 시각을 갖게 된 것은 새로운 UI에서 얻는 경험보다 4년 전의 노트북에 업그레이드한 뒤의 결과 때문이다. 지금 기준에서 보면 썩 좋은 제원이 아닌 노트북을 비교적 괜찮은 성능을 가진 제품으로 돌아보게 만드는 운영체제라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비록 저장 매체로 SSD를 쓰고 있는 노트북이지만, 울트라씬용 코어2듀오 프로세서와 2GB 램을 가진 노트북에 윈도8으로 업그레이드 했을 때 몰라보게 빨라진 반응을 접하면서 기분이 좋아진 것은 확실하다. 거의 쓰지 않은 단 하나의 장치 드라이버가 잡히지 않은 문제도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던 것도 업그레이드 이후의 만족도 때문일 게다.(그렇다고 드라이버가 잡히지 않는 게 문제가 아니라는 말은 아니다)


노트북의 달라진 반응에 기분이 붕 뜨긴 했어도 갑작스레 시스템 성능이 최신 코어 프로세서와 동등해 지는 것을 뜻하는 게 아니다. 단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움직임이 주는 착시 효과에 불과하다. 종전의 데스크탑 화면은 움직임이 없이 정적인 화면 안에서 커서만 다루지만, 윈도8은 데스크탑과 시작 화면을 자주 오가면서 작업할 수밖에 없다. 물론 윈도8도 데스크탑을 어떻게 편집해 놓느냐에 따라 화면 안에서만 작업할 수도 있기는 한데, 그래도 시작 화면에 있는 앱을 전혀 쓰지 않는 것은 어렵다. 그런데 데스크탑과 시작 화면을 오갈 때의 움직임, 앱의 전환, 화면 분할과 같은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면서도 느려지지 않는 움직임, 한마디로 역동성 만큼은 최신 프로세서를 쓰는 제품을 떠올리게 만들 정도다. 수많은 응용 프로그램을 실행한 채 닫지 않고 쓴다면 작업 전환이 느려지는 현상은 숨길 수 없지만, 전환과 분할의 역동적인 행위들을 가볍게 수행하는 것만으로 이전에 알고 있던 느린 노트북이 아닌 듯한 인상이다. 그만큼 운영체제의 효율성이 좋아진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윈도8의 효율성
또 다른 장점은 13.3인치라는 작은 화면과 낮은 해상도(1366×768)에서 화면의 효율성을 높인 것에 있다. 화면을 이리 저리 쪼개고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을 불러오고 여러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데 있어 윈도8은 분명한 장점이 있다. 데스크탑 응용 프로그램을 이용할 때도 여기에 필요한 윈도8 프로그램을 분할된 화면에 띄워 놓고 쓰는 것은 편하다. 데스크탑에서 여러 응용 프로그램의 창을 띄우는 것과 다르게 각 프로그램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므로 두 개의 작업을 넘나드는 것은 확실히 쉬워졌다. 이러한 작업들을 낮은 제원의 노트북에서 무리 없이 해내는 중이다.


하지만 노트북의 경험이 좋아졌더라도 윈도우8의 업그레이드를 무조건 다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 상대적으로 큰 화면에 높은 해상도를 쓰는 데스크탑 PC는 종전 데스크탑 환경이 더 나을 수 있고, 나조차 데스크탑 PC 만큼은 윈도8으로 업그레이드를 주저하고 있으니까. 더구나 효율적인 자원 관리를 고려할 만큼 데스크탑 PC의 성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단지 성능이 낮고 작은 화면의 작업 효율성을 생각해야 하는 이 때 윈도8이 그 답을 보여줬을 뿐이다. 그것도 4년이나 된 노트북에서.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10 Comments

  1. ㅋㅇ
    2012년 11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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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탑 외장 그래픽카드에 모니터 2개 물리고, 온칩 그래픽으로 tv에 hdmi 출력하는, 모니터 3개인 상황에서 윈8 깔아봤는데 재밌더군요. 사실 멀티 모니터에서 매트로모드와 데탑모드를 어떻게 오갈까 궁금해서 깔아봤는데 생각 이상으로 잘 대처해놨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ㅎ

    • 칫솔
      2012년 11월 17일
      Reply

      헛.. 모니터 3개에 띄워보셨다니… 시작 화면이 그냥 파노라마 세상이겠네요. 정말 멋질 듯~

  2. ㅋㅇ
    2012년 11월 17일
    Reply

    그게 그렇게 될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구요 ㅎㅎ
    (다중 출력을 스팬 모드로 했을 때) 주 디스플레이로 지정된 모니터에만 메트로 메뉴가 됩니다. 나머지 모니터는 시작키 눌러도 배경화면 그대로예요.
    다만 메트로 앱은 보조 디스플레이에도 돌릴 수 있어요. 앱 상단 부여잡고 옮기면 되더군요.
    제일 궁금했던 점이 핫코너였는데(최 좌측모니터에서 작업하다가 참바 부르려면 최우측까지 커서 가져가야 하나 싶었는데) 각 모니터별로 핫코너가 작동하더라구요. 모니터 사이에도 핫코너에 커서 올리면 구석에 딱 걸리는 느낌이 옵니다. 좀더 힘줘서(!!) 밀면 그냥 커서 넘어가구요 ㅎ

    메트로랑 상관없이 윈7이랑 다른 점은 슈퍼바가 모든 모니터에 다 나온다는 겁니다! 주 디스플레이에는 기본 슈퍼바라고 해야 하나… 기존 슈퍼바와 똑같은 슈퍼바가 작동하구요, 보조 디스플레이의 슈퍼바에는 현재 이 모니터에서 실행중인 앱들만 뜨더군요. 한 모니터 안에서 시선이 머물 수 있어서 좋긴 했습니다만, 윈도+번호키 조합을 쓸때 오히려 혼동이 되서 그냥 관련 옵션 꺼버리고 윈7이랑 동일하게 만들어서 씁니다;;;
    그리고 제일 만족스러운건, 바로, 모니터별로 배경화면을 따로 설정할수 있다는거!

    • 칫솔
      2012년 1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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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 또 그런 변수가 숨어 있었을 줄은… ^^ 근데 슈퍼바라는 것은 혹시 오른쪽에 커서를 댔을 때 뜨는 참바를 의미하시는지… 참바는 앱마다 설정을 갖고 있어 아마 모니터마다 뜨도록 만든게 아닌가 싶네요. 어쨌거나 만족하는 게 하나라도 있으시니 다행입니다. ㅎㅎ

  3. 2012년 1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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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백이에 win8은 무리일려나요?
    그러고 보니 제껀 1기가였나… 2기가였나 기억도 안나네요 ㅠ.ㅠ

    • 칫솔
      2012년 11월 20일
      Reply

      무리입니다. 그래픽 성능이 모자라거든요.

  4. ㅋㅇ
    2012년 11월 20일
    Reply

    아, 슈퍼바는 작업표시줄입니당. ㅎ

    결국 사용중인 그래픽카드(ati)가 3년쯤 된 구형(!!) 모델인데 윈8용 드라이버를 찾질 못해서 윈7로 돌아왔습니다. (드라이버 없으면 tv-out 에서 오버스캔이 안되서…)

    칫솔님은 4년된 노트북을 재발견하셨는데, 저는 3년된 그래픽카드를 재발견(?!)했어요 ㅠㅠㅠ

    • 칫솔
      2012년 11월 28일
      Reply

      이런.. 저도 의외로 드라이버가 걸림돌이라고 여기고 있는데 역시 구형 장치의 드라이버가 작동하지 않는 건 저 만의 문제가 아니었네요. 아무튼 다시 윈8으로 업그레이드하시고 즐겁게 쓰는 그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

  5. 윈도우8
    2012년 12월 1일
    Reply

    저도 오래 된 구형 노트북에 설치해봤는데 기대 이상으로 빠르고 잘 반응하더군요. 윈xp일때는 너무 정적이라 재미가 없었는데 윈8을 설치하니 역동적이고 라이브타일 기능이 있어 참 편하더군요^^ 그래서 전 메인 데스크탑에도 윈8을 설치했습니다. 27인치 화면에서 시작화면을 보니까 정말 ui가 아름답더군요ㅎ 좋은 정보 항상 감사드립니다.

    • 칫솔
      2012년 12월 4일
      Reply

      저도 움직임이 너무 과하지 않고 재미있는 운영체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슬슬 적응하는 분들을 만나는 것 같아서 기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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