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지난 윈도8에 대한 대담

지난 11월 22일에 블로터 포럼에서 2시간 가량 윈도8과 관련한 대담을 진행했다. 윈도8이 출시된 지 한달 지난 시점에서 이용자와 개발자,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가 윈도 8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를 하는지 서로의 의견을 말하고 듣는 자리였다. 이 대담에는 이길복 휴즈플로우 CTO, 주신영 스마트쉐어 CEO가 개발자로 참석했고 황리건 마이크로소프트 차장이 MS 관계자로서 참석했다. 그리고 최호섭 블로터닷넷 기자가 진행과 정리를 했는데, 지난 주에 기사가 공개되어 블로터 측의 양해를 구하고 내가 이용자로서 말했던 부분만 발췌해 공개한다. 전체적인 내용을 보는 것이 이해하기 쉬울 것이므로 아래에 원문에서 읽기를 권한다.



[블로터포럼] ‘윈도우8’ 출시 한 달 돌아보니
http://www.bloter.net/archives/135201


최호섭 : 윈도우8이 나온지 한 달이 다 돼 간다. 한 달, 혹은 그 이상 써 본 소감부터 들어보자.


나 : 창 개념이 없어진 게 가장 큰 변화를 일으켰다. 데스크톱의 창 개념과는 조금 다르긴 한데 앱을 열고 실행하는 데에는 상당히 편해졌다. 특히 PC에서는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절차가 번거로웠는데 아직은 스토어가 부족하긴 하지만 고르고 설치하고 쓰는 일련의 과정이 아주 편하다. 사실 한 달이 아니라 개발자 프리뷰 버전부터 써 봤으니 1년 가까이 쓴 셈인데 초기에는 키보드, 마우스로 조작하는 게 쉽지 않았다. 최근 컨슈머 프리뷰에서도 어느 정도 불편함이 있었는데 실제 출시된 제품은 마우스로도 불편하지 않다. 터치스크린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 솔직히 지난 컨슈머 프리뷰까지만 해도 이렇게 가면 어려워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만족스럽다. 처음 써 본 사람으로서는 왜 이런 걸 써야 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 익숙해질 필요는 있다.


(중략)


윈도8 대담
최호섭 : 지금 윈도우8 환경에서 터치 스크린을 쓰고 있는가? 마우스와 터치스크린의 활용 빈도에 변화가 있나?


나 : 윈도 데스크톱은 아직 터치는 이른 이야기다. 큰 모니터를 쓰는 윈도 데스크톱은 원래부터 마우스를 위해 구성된 제품이다. 터치가 중요한 요소는 되겠지만 마우스는 여전히 필수다. 적어도 윈도 데스크톱이 있는 한 마우스는 이어져 갈 것이다. 지금은 터치의 역할이 서서히 만들어지는 과도기다. 터치는 직관적이고 특히 우리가 손에 익어 있는 핀치줌이나 회전 등은 마우스가 대체하기 어려운 경험이다. 한편으로 게임할 때는 여전히 마우스가 필요하다. ‘스타크래프트’나 ‘디아블로’를 터치로 즐기는 것은 확실히 한계가 있다.
(*원문에서는 윈도 데스크톱을 데스크톱 PC라고 표현하고 있어 이 글에서 바로 잡음)


(중략)


나  : 일단 지금은 마우스로 버틸 수 있다는 것도 다행이다. 아니, 마우스와 터치패드로도 충분히 편하다. 더욱이 높은 성능의 PC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간 윈도우 비스타부터 마이크로소프트가 중요하게 여긴 것은 CPU보다 GPU 성능이었는데 최적화도 잘 됐고 시작 화면 역시 역동적으로 움직이지만 리소스는 적게 먹는다. ‘시작’ 버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익숙해지고 나니 없어진 것이 불편하지는 않지만 그렇다면 작업 표시줄도 없애는 게 낫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작업표시줄 자체가 ‘참’ 바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이런 체계들이 운영체제 안에 일관성 있게 녹였으면 좋았을 듯 하다. 작업표시줄을 없애면 화면도 그만큼 넓게 쓸 수 있다.


최호섭 : 화면을 전체로 쓰는 건 어떤가? 10~15인치급의 노트북이나 PC에서는 별 상관 없지만 27인치 모니터 화면 전체를 앱 하나로 가득 채워 쓰는 건 생각만 해도 답답한 일이다.


(중략)


나 : 비슷한 이유로 아직 데스크톱 PC는 윈도우7을 쓰고 있다. 못 쓰겠다는 아니고 잘 쓸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다. 윈도우8은 오히려 크기와 해상도가 적당히 낮은 화면에서 더 효율적인 것 같다.


최호섭 : 윈도우 스토어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앱 장터가 하나 열렸다. 스토어는 새 시장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중략)


나 : 소비자 입장에서는 앱이 많아야 하는데 지금은 앱이 너무 없다. 특히 국내 이용자는 스토어의 장점을 느끼기 어렵다. 언어 설정으로 다른 나라 마켓에 접속할 수는 있지만 아직 매력적인 앱은 많지 않다. 찾기도 어렵다. 스토어는 관리가 중요한데 지금으로서는 기계적인 인기순위 정도가 전부다. 앱 배치와 추천 메뉴 등 마켓 코디네이션이 필요하다. 마케팅 창구로서의 앱 장터 역할이 없다보니 개발자들이 직접 마케팅까지 나서야 할 게다.


윈도8 대담
시작 버튼이 없는 윈도 데스크탑

최호섭 : ‘시작’ 버튼이 없어서 못 쓰겠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여기 계신 분들은 없어도 썩 안 불편하다는 반응이다.


(중략)


나 : “시작 버튼이 없으니까 윈도우8을 깔지 말라”는 소리를 듣는 게 어렵지 않다. 아직 드라이버나 앱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으니 업그레이드를 미루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시작’ 버튼이 윈도우8의 존립을 가를 정도는 아니다. 익숙해져 있던 것을 버려야 하니 당장 불편한 건 사실인데 더 편리해진 부분들도 분명 있다.


(중략)


나 : 윈도우8의 태생이 이중적인 구조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어쩔 수 없던 선택 같다. 개념을 정리를 해보면 윈도우8의 스토어에서 다운로드한 것은 시작 화면에서 실행된다는 것만 구분하면 혼란스럽진 않다. 급진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시작’ 버튼이 윈도우8의 강점을 희석시킬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인가 싶다.


(중략)


나 : (시작 버튼이) 있다가 없어진 것에 대한 상실감 같다. 관습적으로 썼기 때문에 ‘시작’ 버튼은 필요하다는 인식이 아직도 많다. 그리고 많은 이용자들이 PC는 다 쓴 뒤에 종료해야 한다는 인식도 강하다. 특히 데스크톱은 더욱 대기모드에 대한 인지가 없다.


윈도8 대담
윈도 스토어는 편하지만 앱이 너무 적다

최호섭 : 마이크로소프트에 내야 하는 30% 수수료 외에 앱 안에서 이뤄지는 결제에 대해서는 외부 결제 시스템을 열어두겠다고 밝혔다. 현재 외부 결제 수수료는 10~15% 수준으로 훨씬 싸다. 결국 스토어에 무료 앱이라고 올려둔 뒤 더 싼 앱내부결제로 구매를 유도하는 현상이 생길까 걱정이다. 스토어에는 사실상 데모 앱들만 넘쳐나는 것 아닐까. 무료 앱은 정말 무료였으면 좋겠다.


(중략)


나 : 무료 앱이든 유료 앱이든 지금은 일단 많이 있어야 한다. 데스크톱 앱이라도 많이 있으면 좋겠다. 현재 데스크톱 앱인데 라이선스 문제 때문에 정보만 등록하고 각 회사 웹사이트로 넘겨주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것도 스토어에서 통합 다운로드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최호섭 : 그렇다면 안드로이드나 아이패드를 대체하는 것까지도 보고 있는건가?


나 : 일반 소비자 외에도 교육용 시장에 영향이 있을 듯하다. 디지털 교과서 같은 경우 어떤 디바이스에든 적용할 수 있는데 콘텐츠에 무게가 실리다 보면 자연스레 영향력을 갖게 될 것 같다.


(중략)


최호섭 : 마지막으로, 기대했던 윈도우8과 실제 출시된 윈도우8, 앞으로의 윈도우8 환경이 어떻게 될지 기대와 전망을 짚어보자.


나 : 소비자 측면에서 보자면 지금 나오는 불편들은 내가 6개월 전에 겪었던 문제들과 정확히 겹친다. 지금 겪고 있는 어색함이 몇 달 지나면 저절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당장은 불만이 계속 쌓일텐데 이것을 마이크로소프트가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중요한 일이다. 윈도우7은 ‘넷북에서 쓰기 좋다’, ‘비스타보다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긍정적인 분위기였는데 그에 비해 윈도우8은 ‘어렵다’, ‘불편하다’ 등 반대의 입소문이 나고 있다. 그 중심에 터치가 있다. 꼭 터치가 있어야 윈도우8을 쓸 수 있다는 분위기를 덜어주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하 생략)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4 Comments

  1. 2012년 12월 11일
    Reply

    구글이나 애플이 할때는 오 좋은 시도였는데? 라는 느낌이었는데
    MS에서 윈도 스토어 만든다니 걱정이 드는건 왜일까요 ㅋㅋ
    아무튼 윈도 스토어에서 게임도 팔고 그러면 xbox와 더불어 시너지가 장난이 아닐듯 하긴합니다.

    • 칫솔
      2012년 12월 20일
      Reply

      윈도 스토어를 통한 게임 배포와 XBOX의 연동은 중요한 포인트이긴 합니다만.. 요즘은 모바일 게임의 대세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두고봐야겠죠~^^

    • 칫솔
      2012년 12월 20일
      Reply

      인터뷰 때문에 바쁜 건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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