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울트라북, 말만 번지르르 하지 않았으면…

인텔에 관해 늘 입버릇처럼 말하는 한 가지가 있다면 프로세서 플랫폼에 맞는 PC 생태계를 구축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이다. 아톰을 통해 넷북과 MID를, 저전력 프로세서는 울트라씬 등을 대입시켜 프로세서의 이름보다 제품군을 통해 시장을 키우는 것이 인텔의 보이지 않는 전략 중 하나다. 어떤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게 아닌 그 흐름을 직접 만드는 것이 인텔이 지금까지 PC 시장을 성장시켜온 동력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인텔의 전략을 짐작해 보면 대만 컴퓨텍스에 참관 중인 현장에서 들었던 인텔의 또 다른 제품군에 대해 크게 놀랄 것이 없었다. 이번 컴퓨텍스에서 인텔이 발표한 또 다른 제품군은 다름 아닌 ‘울트라북'(Ultrabook). 과거 울트라씬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한 이름이면서도 차세대 PC 제품군으로서 시장을 만들어나가려는 의미를 담은 제품군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울트라북 제품군은 올해 한창 판매하고 있는 샌디브릿지보다 내년에 나오는 22nm 아이비 브릿지에 초점을 맞춘 제품군이다. 새 공정의 아이비 브릿지는 3D 트라이게이트를 이용한 입체 프로세서로 적은 전력으로 고성능을 내는 프로세서를 만들 수 있다고 이미 발표한 바 있다. 때문에 인텔은 아이비 브릿지의 특성을 이용해 이용자가 원하는 욕구를 자극하려고 한다. 그러니까 더 얇으면서도 고성능의 제품을 원하는 이용자를 겨냥해 값은 1천 달러 안팎, 두께 20.32mm(0.8인치) 이하의 울트라북 제품군을 정한 것이다.


사실 두께 20.32mm의 노트북은 종전 울트라씬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울트라씬 역시 얇은 두께를 지향하는 저전력 초슬림 노트북이기 때문이다. 울트라씬과 다른 점이 있다면 울트라북은 울트라씬 플랫폼용 프로세서가 아니나 메인스트림, 그러니까 가장 많이 판매되는 일반 프로세서 제품군을 이용해 얇은 노트북을 내놓을 수 있는 점이 다르다. 때문에 인텔은 아이비 브릿지가 출시되는 내년말 울트라북이 전체 노트북 시장의 40%를 차지할 것이라고 큰 소리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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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텔의 뜻대로 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시장의 가격 결정권이 인텔에 없다는 것이다. 2009년 인텔이 울트라씬 제품군을 발표할 때 노트북의 가격 범위를 최소 499달러에서 최고 1299달러로 정한 바 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울트라씬 제품들의 가격은 이 범위를 훨씬 넘어선 값에 팔리고 있다. 물론 프로세서가 더 좋아진 부분도 있지만, 그 때 나온 프로세서를 그대로 쓰는 울트라씬도 이보다 더 비싸게 팔리고 있다. 인텔이 정한 목표가와 다르게 제조사들은 전혀 다른 소비자 가격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인텔이 통제할 수 없는 많은 요소들이 있어서다. 물론 울트라북이 울트라씬과 다른 한 가지는 울트라씬처럼 특화된 프로세서를 소량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노트북을 위한 프로세서를 대량 생산함으로써 공급가를 확연히 낮출 수 있는 부분이지만, 그렇더라도 시장 가격을 인텔이 잡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항상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고 쉽게 복원되며 10시간 이상 작동하는 고성능 초슬림 노트북이라는 울트라북의 목표점을 채우려면 노트북 제조사는 더 많은 기술적 투자가 필요할 뿐더러 안전성을 고려한 연구/제조 비용이 더 든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는 마케팅과 유통의 브랜드가 가진 가치다. 과거 울트라씬을 500달러에 팔 수 있는 업체와 1300달러에 팔 수 있는 업체, 1300달러에는 절대 팔 수 없는 업체의 차이는 브랜딩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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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스가 선보인 UX21
이번 컴퓨텍스에서 인텔의 울트라북 컨셉을 반영한 노트북을 아수스가 선보였다. 겉보기에는 맥북 에어와 완전히 똑같은 제품이다. 모든 회사가 이같은 제품을 1천 달러 안팎에 선보일지는 미지수다. 울트라북을 보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이유는 이미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인텔이 목표로 했던 시장 가격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인텔이 넘어서야 하는 것은 다른 게 아니다. 바로 그들이 말했던 제품군에 대한 부족한 가격 신뢰도를 극복하는 것, 그것 뿐이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6 Comments

  1. 2011년 6월 1일
    Reply

    아수스 왠지 마음이 끌리는군효~~~ 구경하러가야쥐~

    • 칫솔
      2011년 6월 4일
      Reply

      그거 구경하러 컴퓨텍스에? ^^

  2. 2011년 6월 2일
    Reply

    많은 생각을 갖게 하는 글이군요. 잘 보고 갑니다.

    • 칫솔
      2011년 6월 4일
      Reply

      고맙습니다. ^^

  3. 2011년 6월 9일
    Reply

    헐 아수스꺼 끌리지만… 항상 그러하듯 돈이 웬수입니다 ㅠ.ㅠ 으헝헝
    혹시 cpu만 1000 달러를 노리는거 아닌가요 ㅋㅋㅋ

    • 칫솔
      2011년 6월 11일
      Reply

      1000달러에 이르는 프로세서는 최상위 쿼드코어 밖에는 없을 겁니다. 대부분의 가격은 의외로 낮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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