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출고가 대신 소비자 가격을 붙일 수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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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고성능 휴대폰이나 스마트폰이 나올 때마다 언제나 가격이 논란입니다. 제품의 제원, 기능, 성능이 천양 지차인데도 비슷한 컨셉트를 가진 제품의 출고가는 약속이나 한 듯 엇비슷하게 매겨져 있거나, 그보다 못한 제품 가격이 훨씬 높을 때도 있기 때문이죠. 그만큼 소비자는 출고가를 보면서 비싼 휴대폰 또는 싼 휴대폰을 짐작하게 됩니다.


그런데 출고가에 대해 소비자들이 한가지 오해를 하는 부분이 있기도 합니다. 출고가는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가격이 아니라는 점이지요. 많은 소비자들은 단말기 출고가를 통상적으로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가격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출고가는 제조사가 아닌 소비자에게 파는 가격이 아닌 제조사에서 이통사에게 공급하기 위해 설정한 가격일 뿐 실제 소비자 가격이 아닙니다. 소비자 가격은 판매 방식과 시장 상황에 따라서 달라지고, 일부는 출고가 대로 현금을 주고 살 수 없어서 지금 단말기 자체의 실제 소비자 가격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지금 단말기의 유통 구조를 보면 제조사가 단말기를 자체 대리점이나 매장에서 직접 팔거나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이통사를 거쳐서 판매합니다. 유명한 전자 상가나 대형 마트의 휴대폰 매장, 인터넷의 열린 장터 등도 제조사가 아니라 이통사 또는 그 자회사를 통해서 단말기를 공급받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들 매장이 단순히 단말기만 파는 게 아니라 대개 이통사의 통신 상품과 함께 팝니다. 휴대폰이나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고객이 해당 단말기를 쓰려면 음성이든 데이터 통화든 이통사 상품을 가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단말기를 유통하는 이동통신사의 상품을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지요. 대신 해당 상품을 가입하면 단말기를 조금 싸게 살 수 있도록 미끼를 던지는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도 조금은 싸게 단말기를 구입할 수 있는 이점도 분명 있습니다. 물론 약정이라는 것에 발목을 잡히긴 합니다만.


그렇다면 소비자가 단말기만 살 수는 없는 것일까요? 물론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출고가와 같은 값으로 살 수도 있고 더 싸게, 또는 비싸게 살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소비자 가격이 없으니 상황에 따라서 부르는 게 값이기 때문인데, 한 가지 문제는 출고가보다 더 비싸게 살 수도 있는 상황이 있다는 점입니다. 무엇보다 그 이유가 합당하지 못합니다. 단말기를 판매하는 매장에서 자신들의 수익을 보전해 달라는 목적으로 출고가의 10% 안팎의 금액을 구매자에게 더 요구하기 때문이지요. 이런 요구가 나오는 이유는 해당 매장에서 이통사 고객을 유치했을 때 인센티브를 받지만, 제품만 구매하는 고객에게서 통신사로부터 이러한 인센티브를 받지 못하는 터라 그 인센티브를 고객에게 전가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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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초기의 단말기만 사려고 할 때 몇몇 휴대폰 매장에서 구입할 때 이 같은 보상 요구는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결국 출고가 90만 원짜리 휴대폰의 소비자 가격은 구매 상황에 따라 100만 원이 되는 셈이지요. 그나마도 단말기만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있어도 소매점에 단말기를 공급하는 그 누군가가 약정 계약을 하지 않은 구매자에게 못주겠다고 해버리면 그 단말기를 손에 넣을 수도 없습니다.


이처럼 투명하지 않은 가격이 모든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닐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함으로써 피해를 줄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합니다. 자사의 약정 통신 상품에 가입하면 단말기를 싸게 살 수 있다고 하는 이통사의 구매 방법은 분명 값싸게 통신 상품과 단말기를 살 수 있는 하나의 경로로써 존재하는 게 타당하지만, 국내에서는 옵션이 아닌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구매 방법이 되고 있는 것이지요. 국산 단말이든 외산 단말이든 소비자가격은 붙지 않는 상황이 계속 유지되면, 이러한 위와 같은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나타날 것입니다. 더 늦기 전에 이동 통신 단말기의 소비자 가격 시대를 열어야 할 때입니다.

덧붙임 #

이 글은 한국정보통신협회 방송통신이용자보호센터에 보낸 칼럼을 블로그에 맞게 정리한 것입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12 Comments

  1. 2010년 6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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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한국정보통신협회 방송통신이용자보호센터… 정말 긴 이름이군요. 헐~

    • 칫솔
      2010년 6월 24일
      Reply

      그래서 쪼오끔~ 줄였습니다. ^^

  2. 2010년 6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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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싼 값비싼 단말기가
    며칠사이에 팍팍 떨어지면 정말 가슴아플 거 같아요! ㅜㅜ
    물론 떨어지는 것이 당연한 거지만,
    휴대폰 시장은 차이가 정말 심한 거 같아요! 버럭!

    • 칫솔
      2010년 6월 24일
      Reply

      원문에는 사실 그 이야기도 있었는데, 너무 길어서 뺐습니다. 그것 역시 소비자가를 유지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죠. ^^

  3. 2010년 6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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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 소비자들에게는 실질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 원래는(?) 맞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 칫솔
      2010년 6월 25일
      Reply

      과자 봉지에 권장 소비자 가격 붙여 놓는다고 할인 매장에서 그 가격대로 팔진 않잖아요. 출고가보다 더 비싸게 사지 않도록 조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에요~ ^^;

  4. 2010년 6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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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초에 조카한테 아이폰을 사주려 하다가, 약정이 아직 1년 남았다고 해서 내년 봄에 사주겠다고 약속을 했거든요. 신규개통을 하면서 단말기 가격을 전부 지불하고 적당한 데이터 요금제만 가입하게 할 생각이었는데 (그래야 진짜 사주는 거잖아요. 물론 데이터 요금제 비용은 조카의 엄마인 제 누나가 내야지요), 이 글을 읽고 생각하니 그것도 쉽지 않겠네요. 흠.. 신규가입을 하는 거니까 괜찮을려나?

    • 칫솔
      2010년 6월 25일
      Reply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그냥 약정 요금제로 사는 게 오히려 이익일 수 있어요. 혜택도 많고요. ^^

  5. 2010년 6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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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옳은 말씀입니다. 이동통신사가 자율적으로 고칠 리는 없고 늘 그렇듯이 정부기관에서 강제해야 되지 않을까 합니다.

    • 칫솔
      2010년 6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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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투명한 부분을 해소하는 게 소비자에게 이익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관련 기관이 좀더 신경을 썼으면 좋겠어요. ^^

  6. dylanseo1995
    2010년 6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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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말기만 사는거 공감. 특히 해외에서는 심칩만 꽂아서 쓰면 되니까… 이번 갤럭시S 살려고 하는데 단말기만 살려니 가격이 말도 안됨….. 한화 80만원 아이폰3G(4G도 아닌데) 102만원….. 그건 우리나라뿐만 아니고 어디든 다 그런듯…. 많은분들 낚이시는데 미국애플 홈피에 아이폰 4G 199$. at&t 2년 프리미엄 노예제 가입시임

    • 칫솔
      2010년 6월 27일
      Reply

      심만 꽂아서 쓰려면 팩토리 언락이 필수죠. 국내에서는 갤럭시 S와 엑스페리아 X10이 팩토리 언락 제품일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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