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역사 신문 12-MS, 16비트 운영체제 MS-DOS 1.14 선보여

1981년에도 컴퓨터 업계에는 많은 사건이 있었지만, IBM과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매우 각별했던 한 해일 것입니다. IBM은 16비트 개인용 컴퓨터 시대를 열었고, MS는 성장의 발판이 된 MS-DOS 시대를 열었으니까요. 그런데 IBM-PC와 MS-DOS가 그냥 나왔을까요? ^^ 지금부터 그 뒷이야기들을 함께 확인해볼까요?


[1981년] 제록스 스타, 그래픽 화면에서 작업하는 색다른 환경으로 눈길 끌어
제록스가 GUI(Graphical User Interface)를 채택한 8010 인포메이션 시스템을 발표했다. 알토 CPU를 채택하고 있는 8010은 이용자가 비트맵 이미지로 그려진 그래픽 화면에서 컴퓨터를 조작하는 것이 특징이다. 8010은 키보드와 마우스를 이용해 수많은 창과 아이콘을 포인트 앤 클릭(Point & Click) 방식으로 조작할 수 있다.
제록스 8010은 1976년 제록스의 소프트웨어 사업부에서 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개발되었으며 다국어 소프트웨어를 쓸 수 있다. 더불어 메사 프로그래밍 언어와 파일 서버의 기능도 함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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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록스 스타는 GUI 운영체계와 그래픽 중심의 워크스테이션이다


제록스의 의미
일반적으로 컴퓨터 산업의 가장 큰 공은 거의 대부분 IBM에게 돌아가지만 제록스도 그에 못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제록스는 1970년 대 초반부터 그래픽을 중심에 둔 컴퓨터를 개발해 왔고 제록스 8010 스타는 애플보다 먼저 GUI 운영체제를 썼다. 결국 애플은 훗날 제록스로부터 꽤나 괴롭힘 당한다.

[1981년] 전시회의 핫이슈로 떠오른 이동형 컴퓨터 오스본-1
어디든지 이동하며 쓸 수 있는 컴퓨터가 5월에 열린 웨스트 코스트 컴퓨터 전시회(West Coast Computer Faire)에 나왔다. 아담 오스본(Adam Osborne)이 만든 오스본 1(Osborne 1)은 24파운드(11kg)의 무게에 비행기 좌석 밑에 들어갈 만한 크기의 휴대용 컴퓨터다. 오스본 1은 Z80A CPU와 64KB의 메모리를 내장했으며 5인치 모니터와 두 개의 100KB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를 갖추고 있다. 오스본-1은 CP/M과 베이식, 워드스타, 슈퍼칼크 등 대략 1,500달러의 번들 소프트웨어를 포함해 1,795달러에 판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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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본1은 들고 다니기는 편했지만 배터리가 없었다


[1981년] 마이크로소프트의 16비트 운영체제 MS-DOS 1.14, CP/M과 유사 논란일 듯
마이크로소프트가 개인용 컴퓨터에 쓰는 운영체제 MS-DOS 1.14를 지난 7월 1일에 발표했다. MS-DOS 1.14는 디스크 디렉토리 구조와 파일의 크기, 파일의 작성 날짜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으며 디스크 공간 할당과 운영체제 기능호출 등 CP/M-80에 없던 기능을 추가하거나 보강했다.
MS-DOS 1.14를 수행해 본 일부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은 이 운영체제가 CP/M과 많은 유사점을 갖고 있어 추후 논란을 일으킬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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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 PC에 공급되었던 PC-DOS 1.0(사진 출처 : http://www.kernelthread.com)


MS-DOS는 MS가 만든 게 아니다?
IBM PC를 작동시키기 위해서 탑재된 운영체제는 MS-DOS 1.14를 조금 변형한 PC-DOS 1.0이었다. PC-DOS와 함께 MS-DOS는 1990년대 중순까지 쓰인 대표적인 운영체제였다. 그런데 MS-DOS의 탄생 스토리는 한 번쯤 눈여겨 볼만하다.
실리콘 밸리 스토리에 따르면 빌게이츠는 CP/M을 변형한 운영체제의 복사판인 Q-DOS를 시애틀 컴퓨터 프로덕트에서 사들인 뒤 이를 MS-DOS로 둔갑시켰다고 소개했다. 시애틀의 컴퓨터 프로덕트에서 팔았던 도스는 Q-DOS(Quick and Dirty) 또는 SCP-DOS라고 불렸는데, 1980년 8월에 Q-DOS 0.10 버전이 처음 작동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폴 앨런은 두 달 뒤인 10월, 시애틀 컴퓨터 프로덕트를 찾아가 Q-DOS에 대한 소유권을 10만 달러에 팔라고 제안했고 시애틀 컴퓨터 프로덕트는 12월에 Q-DOS 0.30의 이름을 86-DOS로 바꾼다. IBM 5150PC 발매 한 달 전인 1981년 7월에야 86-DOS의 권리를 완전 취득해 MS-DOS로 바꾸었다. 그리고 MS는 한 달 뒤에 IBM PC용 운영체제인 PC-DOS 1.0을 내놓았다.
MS-DOS 1.14나 PC-DOS 1.0의 모든 부분을 MS가 만든 것이라 할 수는 없다. 시애틀 컴퓨터 프로덕트로부터 사들인 86-DOS가 기여한 부분이 매우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기술을 사들여 성공을 이끌어 낸 비즈니스 자체는 낮은 평가를 받을 이유가 없다.

[1981년] IBM의 5150PC, 개인용 16비트 컴퓨터 시대 서막 열어
IBM이 지난 수년 동안 도전했던 개인용 컴퓨터 시장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제품을 발표했다. IBM은 ‘어콘’이란 이름으로 개발해 온 개인용 컴퓨터의 모델명을 5150PC로 확정하고, 이를 지난 1981년 8월 12일에 발표했다.
IBM 5150PC는 4.77MHz의 속도를 가진 인텔 8088 16비트 프로세서와 64KB의 메모리를 가진 16비트 컴퓨터. 저장 장치로는 160KB 용량의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를 채택했고, 주회로기판은 실리콘 밸리의 SCI 시스템이 만들었다. 제니스 일렉트로닉스가 전원공급장치를 공급하고 디스크드라이브는 탠던으로부터 받기로 했다. 그래픽 출력을 위해 흑백 디스플레이 어댑터(Monochrome Display Adapter)를 쓰기로 했고, 모니터는 대만에서 수입된다. 프린터는 일본 엡손이 공급을 책임진다.
IBM은 고급 기종은 컬러 출력을 할 수 있도록 자체 개발한 컬러 그래픽 어댑터(CGA, Color Graphic Adapter)를 넣었다고 밝혔다. CGA는 16가지 색상 가운데 320X240의 해상도에서는 4색, 640X200은 2색을 표시할 수 있다. 운영체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MS-DOS를 5만 달러에 라이선스 받아 PC-DOS라는 이름으로 공급한다.
IBM은 5150PC가 5년 이내에 20만 대 이상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IBM 5150PC는 IBM이 직접 판매하지 않고 최대의 컴퓨터 판매망을 갖고 있는 윌리엄 밀러드의 컴퓨터 랜드와 시어즈 로벅을 통해 판매된다. 흑백 그래픽을 표시하는 기본 모델 가격은 3천 달러, CGA를 넣은 고급형은 6천 달러에 판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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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 신화의 결정판인 IBM 5150PC(사진출처 http://computermuseum.50megs.com)


IBM PC 성공에 따른 최대 수혜자
IBM : IBM PC의 성공보다는 실패에 내기를 많이 걸었던 IBM 꼰대들을 내치고 경영 쇄신을 이룸
테크마(Techma) : IBM PC 발매 뒤 20가지의 주변기기 출시로 덩달아 부자 됨
마이크로소프트와 빌게이츠 : 설명이 필요할까?
컴팩 : 복제 IBM PC로 IBM PC보다 더 많이 팔아먹음(다음 연재를 기대하시라)
인텔 : 포춘 지 선정 500대 기업에 꼽사리(?) 낌

IBM은 PC 사업의 실패를 은폐하려 했다?
5150PC는 성공적인 컴퓨터 산업의 중심이던 IBM의 역사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하지만 IBM은 5150PC에 앞서 몇 가지의 실험적인 PC를 만들었는데 국내 어디에서도 이와 관련된 자료를 찾기가 어렵다. 특히 5150PC를 발표하기 불과 한 달 전인 1981년 7월에 발표된 데이터마스터라는 8086 데스크톱 컴퓨터에 대해서는 해외에서도 그 자료를 찾기가 수월치가 않았다.
데이터마스터는 5150과 달리 8086을 CPU로 채택했지만 생산 과정 도중에 폐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CPU인 8086이 시중에 나와 있는 주변 기기와 호환성이 전혀 없는 문제가 발견된 데다 16비트 주변 기기가 워낙 고가라는 문제점을 들어 중도에 포기한 것으로 짐작하고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이 시기는 IBM에 대한 반독점 소송이 제기되고 있는 복잡한 경영 사정과 1년 전부터 준비해 온 5150의 출시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더 이상 악재를 만들지 않으려는 정략적인 정책에서 나온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아무튼 IBM의 개인용 컴퓨터는 정확하게는 5150PC가 아니라 데이터마스터이며 그 발표 시기도 1981년 8월이 아니라 7월로 수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한 가지 더. 5150PC는 설계 방식부터 제조까지 IBM의 고정 관념을 따르지 않아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는 주장이 많다. 5150에 대한 계획은 설계팀을 구성한지 2주 만에 만들어졌고 거의 모든 부품을 IBM이 아닌 아니라 외부 업체가 만들도록 한 것 자체가 혁신이었다. IBM답지 않은 제작 방식으로 처음에는 서자 취급을 받았지만 결국 금세기 PC 산업의 이정표를 세우게 되었다.
참고로 IBM 5150PC는 일반적으로 일컫는 IBM PC XT가 아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1983년의 역사를 확인하라.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10 Comments

  1. 2007년 12월 10일
    Reply

    전설의(?) 시작 시점 즈음이군요..ㅎㅎ..
    어릴때 해커들 나오는 책을 재미있게 봤었는데 말이죠.. 워즈니악이니 뭐니 하는 아저씨들이 종횡무진하던 시절..

    • 2007년 12월 10일
      Reply

      맞습니다. 오늘 날까지 남아 있는 IT 기업의 전환점쯤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나저나 워즈니악 아저씨는 70년대부터 그 이름을 날렸다지요? ^^

  2. 2007년 12월 10일
    Reply

    이제 GUI도 슬슬 공개되는 듯 하니..
    GUI를 지원하는 맥도 나올들..

    • 2007년 12월 10일
      Reply

      나오기는 합니다만, 처음부터 성공하진 못했답니다.

  3. 하르만
    2007년 12월 12일
    Reply

    원래 IBM은 운영체제로 CP/M을 넣기로 했었죠. 그런데 IBM직원이 계약을 위해 CP/M 사장(게리킬달인가? 잘 생각이 안나네요.) 찾아갔을때 그 양반이 취미로 빠져있던 경비행기 조정에 정신이 없어서 바람을 맞혔답니다. 그래서 노발대발한 IBM은 당시 BAISC 언어로 유명했던 빌게이츠한테 찾아간거죠. OS를 가지고 있지 않던 게이츠는 위의 글처럼 그 시장성을 알아봤는지 일단 계약하고 잽싸게 다른 회사 제품을 사들여서 그걸 개조해 MS-DOS를 내어놓고 지금의 제국을 건설했다네요. CP/M 개발사는 아시다시피 그 후로 빌빌거리다 지금은 거의 이름조차 생각이 안 날 정도가 됐구요.

    • 하르만
      2007년 12월 12일
      Reply

      앗.. 그렇군요. 저 내용은 어디 책에서 봤는데(해커어쩌고인가) 저 사람은 계약 못 딴 것도 억울한데 전 세계에 누명까지 썼군요. ^^

    • 2007년 12월 12일
      Reply

      그래도 IBM는 디지털 리서치에 CP/M-86을 의뢰한 적이 있었습니다. 얼마나 쓰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요. ^^

  4. 캐딜락
    2008년 8월 16일
    Reply

    예전 386 쓰던 기억이 나네요… 영어도 몰라가지고 게임 하나 돌릴려면
    껌벅 거리는 C:/ 에서 주소를 빼곡히 써야 게임이 실행돼었는데
    MDIR 덕분에 으흐흐.. 왠만한 도스게임은 다해본거 같아요…
    그때 시절 컴퓨터를 하나 구입하고싶다는…
    특히 베이직 ^^

    • 칫솔
      2008년 8월 17일
      Reply

      어디 중고 컴퓨터 매장 가면 있지 않을까요? ^^ 그나저나 저는 아직 dos 디스켓을 갖고 있다는.. -.ㅡ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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