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토크(Toq)를 공개하면서 손목시계형 스마트 장치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은 결코 늦은 시기는 아니지만, 지금 토크는 경쟁 관계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제품이다. 이 제품을 경쟁할 만한 제품으로 손꼽는다면 그것은 정말 이상하다. 퀄컴도 이 제품을 많이 팔려는 의지를 지닌 게 아니었고, 제품도 많이 팔기 위해 무척 신경 쓴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퀄컴 토크가 전혀 의미 없는 제품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 제품은 적어도 기술적 관점에서 돌아봐야 할 것이 몇 가지 있어서다.
퀄컴 토크가 다른 제품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만듦새를 비롯해 이용자 인터페이스와 언어 지원 같은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전혀 들어 있지 않아서다. 퀄컴 토크의 화면 크기는 1.55인치로 큰 편은 아니지만 이 화면을 감싸는 틀이 크고 아래쪽에 두꺼운 슬라이드 테두리를 넣은 탓에 화면이 넓어 보인다. 버튼이 없어 전반적으로 깔끔하나 넓은 화면이 두께마저 두터워 상당히 큰 느낌이다.
그런데 퀄컴 토크를 쓰기 전에 당황했던 것이 세 가지 있다. 그 중 첫 째는 손목 줄의 조절과 관련한 것이었다. 보통 고무나 실리콘 재질의 손목줄은 단순한 고리 형태로 걸 수 있는 게 대부분이다. 이는 손목의 굵기에 따라 손쉽게 길이를 조절할 수 있기에 이 방식을 쓴다. 하지만 퀄컴 토크는 이용자의 손목에 맞춰 일부를 잘라내 반대편 고리에 걸어야 한다. 즉, 손목에 맞게 고무의 여유분을 잘라내면 손목이 더 두꺼운 이들은 이 시계를 차기 어렵다. 시계줄을 조절하면 겉보기는 좀더 좋으나 손목의 고정 고리는 다른 기능 없이 두껍게 만들어 책상위에 손을 얹었을 때 자연스러운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시계줄 조절과 더불어 당황하게 만든 또 다른 문제는 전원 버튼이 없었다는 것이다. 어딘가에 분명 전원 버튼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이 제품을 어떻게 켜야 할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던 것이다. 물론 켜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퀄컴 토크를 켜는 방법은 충전 거치대에 올려둘 때다. 끄는 방법은 없다. 그저 이용자가 수동으로 켤켜고 끌 수만 없을 뿐이다.(아래 댓글 내용을 반영해 일부 수정됨)
마지막 문제는 홈 버튼이다. 퀄컴 토크는 버튼도 없고 화면부 주변에도 별다른 버튼이 없다. 버튼도 없으니 조작은 터치 스크린으로 할 것이라고 당연히 생각할 것이다. 물론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맞는 말도 아니다. 화면에는 홈 메뉴로 갈 수 있는 버튼이 없다. 화면 아래에 표시된 아이콘이 홈 메뉴 버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전혀 아니다. 이 시계의 홈 버튼은 그 누구의 예상을 벗어난 곳에 있다. 바로 본체 아래쪽 시계 줄에 말이다. 그런데 시계 줄에는 아무런 표시가 없다. 설명서를 읽지 않고는 이부분이 홈 버튼 영역인지 알 길이 없다. 그 덕분인지는 모르지만 정말 오랜 만에 설명서라는 것을 읽어 보았고, 위쪽 시계줄을 두번 터치하면 LED 등이 켜지는 사실도 알게 됐다.
위에서 지적한 세 가지는 퀄컴 토크를 쓰기도 전에 부딪쳤던 난감한 일들이지만, 토크는 스마트폰의 컴패니언 장치이므로 스마트폰과 반드시 연동해야만 한다. 구글 플레이에서 토크 앱을 설치한 뒤 블루투스를 연결한 뒤 몇 가지 설정을 마치면 다른 제품과 마찬가지로 알림을 받거나 음악을 제어하는 기능을 쓸 수 있다. 날씨도 확인하고, 주식이나 일정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토크를 활용할 수 있는 앱은 거의 찾기 힘들고, 미국 내에서 쓰기 위해 만든 터라 한글이 나오지 않는 불편함이 크다.
제품을 쓰기 위한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지만, 퀄컴 토크가 전혀 무의미한 제품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퀄컴 토크는 무선 충전과 미라솔 디스플레이 만큼은 지켜볼만한 요소다. 퀄컴 토크의 무선 충전 방식은 범용성에서 부족함을 드러내지만, 시계를 그저 이 충전 어댑터 위에 올려 두는 것만으로 충전할 수 있다. 젠더를 끼우거나 케이블을 붙이지 않아도 충전할 수 있는 만큼 손이 덜 가는 점에선 편하다. 그런데 무선 충전을 하고 있는 사이에는 스마트폰과 토크의 연결이 자동으로 차단된다. 아마 퀄컴은 충전 중 시계를 굳이 작동시킬 이유가 없는 쪽으로 판단한 듯하다.
퀄컴 토크에 쓰인 미라솔 디스플레이는 솔직히 말하는 그리 뛰어난 화질은 아니다. 하지만 미라솔이 대형 디스플레이보다는 이렇게 토크 같은 작은 스마트폰 컴패니언 장치에서 의외로 효과적인 디스플레이일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 백라이트를 쓰지 않아 배터리를 크게 절약하면서도 색을 표현할 수 있는 특성 덕분에 아이콘이나 간단한 컬러 이미지를 표시할 수 있다. 픽셀이 두드러지는 느낌도 크게 들지 않고 홈 메뉴의 UI를 전환할 때 잔상이 남는 일도 없다. 의외로 반응 속도가 나쁘지 않고 밝은 곳에서 화면을 실제로 볼 때 밋밋한 맛이 덜하다. 더불어 항상 시계를 표시하고 있어도 배터리 소모가 적다. 단지 디스플레이 특성상 세밀한 색을 표현하는 데는 무리가 있고, 외부의 빛을 받아서 픽셀을 보여주는 반사형 디스플레이라는 특성 때문에 어두운 곳에서 보기 힘들 뿐이다. 빛이 필요한 것을 감안, 반사를 위한 조명을 화면의 위아래에 넣었는데 그게 무척 성의 없어 보일 뿐이다.
퀄컴 토크는 기술적으로 돌아볼 만한 특징을 몇 가지 갖고 있지만, 스마트폰과 연동해서 쓰는 컴패니언 장치로써 모든 환경까지 고려해 만든 것으로 보긴 어렵다. 토크와 같은 제품을 쓰는 여건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아 기능이 너무 부족하다. 때문에 실제 이용 가치는 현저하게 낮은 제품인 것은 분명하다. 퀄컴 역시 이에 크게 개의치 않은 듯한 인상을 주고 있는데, 손목시계형 스마트 장치를 통해 최고의 경험을 주려는 노력을 더 할 생각이 없었다면 퀄컴은 정말 무의미한 시도를 한 셈이다. 손목 시계형 스마트 장치의 신기한 경험이 부족한 퀄컴 토크는 연구소의 실험작이라는 의미의 한계를 넘기는 힘들 것 같다.
끌 수는 있습니다. 설정에 보시면 power off가 있고 선택하면 충전기에 올려놓는 것 밖에 켜는 방법이 없다는 문구도 표시됩니다 🙂
고맙습니다. 본문에 반영해 놓았습니다. ^^
퀄컴은 개인용을 만든게 아닙니다. 고객사들이 보라고 데모를 한겁니다. 우리 미라솔 디스플레이있어. 충전기술있어…. 이런 의미로 해석하시면.
그런 관점에서 보면 잘 만든거지요…
제가 고객사가 아니다보니 이용자 관점에서만 해석할 수밖에 없는 제품인 듯합니다만… ^^
Wearable에서는 백라이트가 없는 디스플레이가 정말 필요한 것 같습니다. 배터리 소모량을 줄여야 하니까요. 아직은 실용성이 떨어지는 Wearable이지만 점차 나아지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 제품 역시 의미를 부여하심에 공감합니다.
사실 배터리가 오래가는 비밀 중 하나는 반사형 디스플레이이긴 하더군요. 미라솔, 반사형 LCD, e-paper 모두 배터리가 오래 가거든요. 하지만 더 오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
퀄컴의 토크가 중요한 이유는…
앞서 댓글을 달았던 분의 말씀처럼… 고객사에게 이러한 새로운 플랫폼(웨어러블용 AP가 메인이고 미라솔은 서브이려나요…)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플랫폼을 이용해서 여러 회사들이 제품을 만들기 시작하면 재미있는 스마트워치가 많이 나오겠죠.
이미 몇몇 회사들이 준비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은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