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페이퍼,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다른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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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하자마자 이름을 둘러싼 논란도 있지만, 어쨌거나 페이스북 페이퍼는 페이스북 안팎으로 거의 모든 소셜 네트워크의 타임라인에서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듣고 보는 것이 조금도 어렵지 않았던 하루였다. 발표 며칠 전부터 이런저런 풍문들이 수많은 매체를 거치면서 기대감을 부풀린 까닭에 페이퍼가 머나먼(?) 미국 앱스토어에 등록되었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설치해본 경험담들이 여러 SNS의 줄기차게 올라오고 있다.


지금까지 페이퍼를 둘러싼 반응은 제법 긍정적이다. 외국 미디어 뿐만 아니라 아직 서비스를 제대로 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도 그러한 반응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고 다각적인 분석을 나올 정도다. 페이퍼는 기존 페이스북과 확실히 차별화된 조작 환경과 미디어적 요소를 강화한 기능을 매우 아름다운 틀에 담아냈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단순하고 볼품없던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을 과감히 제끼고 도입한 잡지와 카드 디자인은 색다름을 넘어 화려함으로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더불어 세로로 넘기던 타임라인을 포함해 각 섹션별 기사를 모두 좌우로 밀고 당기는 역동적인 인터페이스로 바꾸고, 위와 아래로 쓸어 넘기는 듯한 한손 제스쳐만으로 4인치 고해상도 화면을 가진 아이폰에서 한결 편하게 화면 가득 컨텐츠를 볼 수 있어 좋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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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이러한 긍정적 반응을 모아보면 페이스북의 생산적인 측면보다 미디어와 컨텐츠를 소비하는 환경적 약점을 가진 페이스북의 문제를 보강한 점에서 점수를 얻고 있는 듯하다. 더구나 페이스북이 그저 소셜미디어 툴로써 머무르는 게 아니라 그 툴을 이후에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의미 있는 실험이라는 평가도 따른다. 페이퍼의 등장에 대해 소셜미디어 관련 실무를 맡고 있는 박충효 씨는 “소셜(콘텐츠)+IT+미디어(광고)가 하나되어야 하고 그에 맞춰 인문학적인 요소가 결합되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보면, 기존의 다양한 뉴스/콘텐츠 3rd Party들이 잘 해오던 영역에서 페이스북이 ‘미디어’ 또는 ‘광고 플랫폼’으로서 할 수 있는 능력을 테크 환경에 녹아들게 한 사례”라고 진단한다. 페이스북이 스스로의 생존은 물론 다른 상생을 위해서 과감하게 다양한 이슈에 뛰어들었고, ‘소셜’은 (네트워크 + 메시지의 확산)명분만 있을 뿐 ‘미디어+광고+콘텐츠’는 계속 안고 가야 되는 과정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페이스북 페이퍼에서 핵심 요소로 내세우고 있는 각 섹션의 컨텐츠는 플립보드에서 쓰는 것 같은 자동화 알고리즘이 적용된 것이 아니라 편집자에 의한 수동 선택 방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블로거 몽양부활은 ‘페이스북 ‘Paper’, 국내 언론은 과연 반길까?‘라는 글에서 개별 섹션 뉴스의 자동 노출 알고리즘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수동 편집을 위해 에디터를 모집했다는 이야기를 올렸다. 이 글에서 몽양부활은 “엣지 랭크와 같은 기존 랭킹 알고리즘을 활용하지 않고 좋은 뉴스를 직접 선별한다고 합니다. 선별의 기준을 뭘까요? 편집원칙이 될 텐데요. 이 부분은 내부 데이터 분석 자료와 관련이 있는 듯합니다. 개인별 취향을 분석해서 뉴스를 제공하는 접근까지 적용하고 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페이스북 내 공유수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좋은 기사를 선별하는 접근을 취하고 있는 것만큼은 확실해보입니다.”라고 페이퍼의 기사 선택과 노출 방식을 설명했고, 네이버의 뉴스 편집에 피해의식을 가진 국내 미디어들이 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 것인지 궁금해 하기도 했다.


소셜 미디어나 미디어 부문에서 보는 페이퍼는 페이스북의 미래를 위한 바람직한 결정이라는 쪽이 좀더 많아 보인다. 아마도 미디어를 중시하는 이들에게는 굉장히 좋은 장점을 보여줄 지 모른다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단순한 이용자의 입장에서 페이퍼는 그런 의미와 좀 동떨어진 것일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페이퍼는 정말 화려하고 잘 가꿔진 앱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도 신선하게 보인다. 그런데 이 앱을 쓰면 쓸수록 혼란스러워지는 부분이 없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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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페이스북에 글을 남기고 또한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다. 그것이 일상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어떤 정보일 수도 있지만, 개인의 생각과 의견을 타임라인에서 남기고 보게 된다. 그것은 단순한 이야기지만, 이용자마다 다른 수많은 감정의 공유이기도 하고 기록이기도 하다.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이 투박하고 단조롭지만 오히려 틀 자체를 드러나지 않음으로써 기쁨, 분노, 슬픔, 아픔, 환희와 같은 글쓴 이의 감정과 글의 맥락을 파악할 수 있고 그에 대한 교감을 나누고 반응해왔다. 그것도 손가락 끝으로 단순하게 위아래로 쓸어넘기면서 그 이야기의 맥락을 파악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고 하나의 타임라인에서 단순하게 공감을 표현할 수 있었다.


비록 페이퍼에서 타임라인을 핵심이라고 할 수 없을 지 모르지만, 기존 타임라인을 포장하고 있고 가장 전면에 내세우고 있으므로 이전 모습과 의미적 비교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페이퍼는 너무 예쁘게 포장되어 있다. 예쁜 것이 보기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타임라인에 글을 쓴 이들의 의도를 이해하는 데 때로는 방해된다. 반대로 배가되는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화려하게 꾸며진 볼거리들이 글의 감정 전달을 적지 않게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는 페이퍼의 섹션별 뉴스 피드는 이용자의 타임라인과 무관하게 보인다. 어쩌면 관련있을 수 있지만, 그것이 이용자에게 밀접하게 다가오는지 아닌지 지금 상태에서는 알 수없다. 왜냐하면 사실 타임라인의 뉴스 링크들은 그 뉴스를 전달하는 이들이 어떤 의도, 또는 감정으로 그것을 링크했는지 알 수 있고 우리는 그것을 이해하고 링크를 누른다. 글을 쓴 이도 자신이 글을 쓰는 의도의 보완재로 뉴스를 인용한다. 하지만 섹션별 뉴스피드는 그런 의도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냥 페이스북에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 미디어 중에 뉴스 공유가 많은 것을 선별해서 보여주는 것에 그친다는 것이다. 오직 목적은 페이스북을 벗어나지 않도록 하고 뉴스를 보게 만드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 듯한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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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아니라 어떤 정보를 보기 위해 페이스북에 들어간 이들도 있을 테지만, 대부분은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을 보다가 정보를 접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즉, 정보를 보기 위해 페이스북에 들어간다기 보다 어떤 이야기가 있나 페이스북에 들어와 보니 정보가 있어서 봤다는 것이다. 정보는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목적보다 관계망에 의해 선별된 선택지와 같았겠지만, 그 안에서 소비되는 양은 어마어마 했을 테다. 페이퍼를 만든 의도는 페이스북에서 소비되는 어마어마한 뉴스의 양에서 출발했을 수도 있지만, 정작 그 뉴스를 전달하는 이들이 왜 중요한지 페이퍼에서 반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페이스북 페이퍼는 지저분한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싫어하는 이들에게 맞는 모바일 앱이라는 의견이 맞을 수도 있다. 페이퍼가 페이스북과 멀어진 이용자를 끌어오기 위해 변화를 준 것이면 옳은 결정일 수도 있다. 페이스북 2.0이라는 표현도 어쩌면 맞을 수 있다. 하지만 글을 공유하는 이용자의 그 의도를 담아내기 힘든 페이스북 페이퍼는 페이스북 이용자에게 혼란만 남길 위험성도 있다. 페이퍼는 정말 잘 포장된 선물 꾸러미 같은 기분을 들지만, 그러나 페이스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 그냥 새로 출시된 서비스처럼 보인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6 Comments

  1. 2014년 2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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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퍼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 하네요. 평가는 조금 시간이 지나보면 성과로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벌써 10년 이상 된 페이스북이 새로운 변신을 계속 시도하는 것도 큰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페이스북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조금은 불식될 수도 있을 듯 하네요. 잘 보고 갑니다.

    • 칫솔
      2014년 2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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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크게 평가하는 분들도 있고 아닌 분들도 많더군요. 앞으로도 페이스북은 진화를 멈추지 않을 텐지만 사람과 사람이 연결된 관계형 서비스의 특성을 더 세밀하고 예민하게 반영한 새 서비스를 내놓았으면 합니다. 실험만 하다간 피곤할 수도 있거든요. ^^

  2. 2014년 2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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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쁘고 화려한 맛에 확 땡기긴 하지만…
    이런 저런 설정이 불가능하고 제공되는 것만 써야 한다는 점이 애매한거 같아요.

    특히, 정보 갱신(새로운 소식)이나 정렬 순서 변경 등은 사실 별것도 아닌 기능같은데 왜 뺐는지 모르겠네요.

    • 칫솔
      2014년 2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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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기능적인 문제는 곧 개선되어 나오겠지. 다만 페이스북의 이용법과 그 경험이 고착화된 쪽과 아닌 쪽의 이해와 판단이 다를 듯…

  3. 2014년 2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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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불호가 상당히 갈릴 듯 합니다. 저는 한번에 보여지는 정보량이나 ‘더보기’를 반복해야 하는 점들이 오히려 콘텐츠를 가볍게 만들어가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예쁜 레이아웃을 위해 내용을 줄인다라? 흠…
    좀 더 사용하고 개선방향을 지켜봐야겠지만, 짧은 시간 재미로 사용하는 정도가 지금은 딱인듯 합니다.

    • 칫솔
      2014년 2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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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허름한 옷을 입혀놨다가 감각적인 옷을 입혀보면 보는 사람마다 나타나는 반응이 제각각일 거에요. 그 사람에게 잘 어울리는 옷이라고 하는 이도 있고 몸은 생각하지 않고 옷만 예쁘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테죠. 말씀대로 페이퍼는 그런 차이가 있는 것 같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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