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 동안 두 개의 태블릿 제품을 MS와 구글이 발표했다. MS의 서피스와 구글의 넥서스7. 이 두 제품은 운영체제를 내놓는 업체들이 자기 운영체제를 이용한 독점적 출시보다는 여전히 관련 업계에 제안하는 레퍼런스라는 목적이 커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MS나 구글이 태블릿 시장의 분위기 조성과 성숙도를 점검하는 데 이용되는 제품이기도 한 만큼 그 역할에 대한 기대가 높다.
그런데 구글과 MS가 내놓은 두 개의 태블릿에서 가장 큰 후광을 얻은 곳은 따로 있는 듯 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엔비디아다. 윈도 RT를 얹은 MS 서피스와 젤리빈을 올린 구글 넥서스7은 모두 엔비디아 플랫폼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두 제품이 모두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채택했는데, 흥미롭게도 둘 다 엔비디아 테그라3를 쓰고 있다. 이는 우연은 아닐 것이다. 질문에 선택 가능한 답이 거의 없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엔비디아가 빨리 준비한 결실이기도 하다.
엔비디아 테그라3는 코어텍스 A9 기반의 쿼드코어 프로세서다. 1.2 , 1.4, 1.6GHz 등 지금은 클럭에 따라 3개 제품군으로 나뉘고, 독특하게 복잡하지 않은 작업을 수행할 때 낮은 클럭으로 작동하는 컴패니언 코어라는 별도의 연산회로가 추가되어 있다. 테그라3는 쿼드코어로 인식되지만 실제는 5개 코어로 되어 있다. 여기에 그래픽 카드를 만들면서 갈고 닦은 그래픽 기술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코어의 특성만이 테그라3의 전부는 아니다. 태블릿 환경에 맞춰 내놓은 프리즘 기술과 디렉 터치도 테그라3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다. 프리즘 기술은 동영상을 재생할 때 백라이트 전력을 적게 소모하고도 비슷한 밝기로 보여주는 기술이고, 디렉 터치는 AD 컨버터를 거치지 않고 이용자의 입력을 컴패니언 코어에서 바로 처리한다. 둘다 큰 화면을 지닌 태블릿의 배터리, 조작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태블릿을 정조준했던 엔비디아가 개발한 카드이기도 하다.
MS와 구글이 엔비디아 테그라3를 레퍼런스 장치에 채택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먼저 엔비디아가 다른 기업들보다 두 박자 쯤 빠르게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내놓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경쟁사들이 이제서야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내놓고 관련 제품을 내놓을 수 있도록 영업에 나서는 상황인 반면 엔비디아는 1년 6개월 전 쿼드코어 프로세서 샘플을 제조사들에게 돌린 뒤였다. 경쟁사보다 1년 이상 앞서 움직인 덕분에 MS가 ARM 기반 윈도 RT를 공개할 때 시제품으로 등장했고, 구글은 6개월 전 엔비디아 기자 간담회에서 함께 발표된 에이수스의 미출시 테그라3 태블릿을 변경해 넥서스7으로 선보이는 데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런 선택의 밑바닥에는 태블릿에 필요한 멀티코어의 컴퓨팅 파워와 전력의 상관 관계가 있는데, 특히 윈도8이 종전보다 상당부분 가벼워지더라도 범용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윈도는 여전히 강력한 컴퓨팅 파워와 저전력이라는 두 가지에 대응해 개발해야 하는 만큼 이에 엔비디아가 적절한 때를 맞춰 잘 대비한 셈이다.
엔비디아 테그라3가 MS와 구글의 레퍼런스 장치에 들어간 것은 단순하게 치부할 일은 아니다. MS 서피스의 윈도8 RT 버전과 구글 넥서스7은 각 진영의 특징을 말하는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레퍼런스 장치다. 이런 장치의 핵심 처리 장치로 쓰이는 것은 결국 그 진영을 표준으로도 볼 수 있다. 물론 하드웨어 제조사가 다른 부품을 쓰더라도 엄연히 운영체제로부터 확실하게 지원되는 부품을 쓴다는 것만큼 안전 장치는 없기 때문이다. MS는 오랫동안 특정 처리 장치에 대한 고정적 지원을 하는 업체라는 엔비디아는 더 없이 좋은 파트너를 얻은 셈이다. 더구나 하나가 아닌 두 운영체제 진영에서 동시에 채택한 만큼 시장을 주도하는 모양새를 갖추기에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레퍼런스 장치의 인기가 높지 않다는 것이다. MS나 구글이 아무리 좋은 하드웨어를 내놓아도 그 제품을 많이 팔기 위한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 않는다. 이는 윈도우나 안드로이드를 이용해 하드웨어를 만드는 다른 제조사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이유지만, 그들은 기준을 제시하는 것에서 멈추다보니 외형이나 처리 성능, 사후 대응 같은 이용자의 요구를 충족하는 데 한계가 있던 것이다. 물론 MS가 직접 판매에 나서고, 구글이 넥서스라는 브랜드의 홍보를 맡고 마케팅과 판매를 제조사에 맡기는 좀 특이한 방식을 도입한 터라 기존의 인식이 바뀔 수도 있지만, 레퍼런스 하드웨어가 많이 팔리지 않으면 기준 장치의 표준으로서 갖는 의미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결국 엔비디아는 MS와 구글이라는 좋은 파트너를 만난 것은 맞지만, 제조 생태계의 우군이 없으면 그 의미가 줄어든다. LG는 동지로, 삼성을 적이라고 했던 엔비디아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덧붙임 #
사실 엔비디아는 태블릿 시장에 상당한 파격을 던지고 있다. 그런 전략을 공개한 자리가 지난 CES다.
[CES2012] 엔비디아, 태블릿이란 우물을 더 깊게 판다
처리한다. 둘다 큰 화면을 지닌 태블릿의 배터리, 조작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태블릿을 정조준했던 엔비디아의
이 뒤의 문장이 끊겨있군요^^;
확실히 엔비디아가 AP 사업을 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테그라는 매번 부족하다는 평을 들었지만 대신 동세대의 다른 경쟁자들보다 빨리 나왔고 그래서 매번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죠.
고맙습니다. 알려주신 부분은 수정했습니다. 글을 복사해 넣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네요. ^^
사실 글에 쓸까 말까 살짝 고민한 부분이긴 한데, 일찍 나오는 건 다행이지만 지난 번 테구라 같은 일이 반복되지는 말아야겠죠. 하지만 이번만큼은 기대가 됩니다. 테그라3는 여러 모로 태블릿 장치들과 잘 맞는 AP인 듯 싶긴 해요~ ^^
태블릿 2개 모두 우리나라에 출시 안된다고 하는데 맞나요?
하나는 나오는 걸로. ^^
5개 코어라니 후덜덜 하네요.
음.. 아무튼 on-chip화를 통한 저전력화가 대세인거군요.
온칩화만 아니라 처리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저전력의 핵심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