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 PC와 노트북 사이에서 갈등하는 TX1000

 


HP가 8일 저녁에 시끌벅적한 행사 하나를 열었습니다. 2주 전에 우리나라에서 발표했던 태블릿 PC TX1000의 블로거 파티였는데요. 이 행사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아시아 5개 나라에서 동시에 진행된 행사로 시차에 따라 우리나라는 8시, 다른 나라는 7시에 각각 진행이 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올블로그에서 발표한 하반기 톱100 블로거 중 상위 50위 가운데 노트북과 디지털 장치에 관심있는 블로거 20명과 일반인 200여명을 초대해 파티를 진행했답니다.


이 행사를 하기에 앞서 6시부터 기자 간담회 자리가 있던터라 일찍 갔습니다. 괜히 분위기 망칠 것 같아서 파티 참석은 일찌감치 포기했기 때문에 위에 쓴 파티 상황은 현장에 있던 홍보 담당자로부터 전해들었습니다.


TX1000은 2주 전에도 기자 상대로 발표회를 했지만, 그 때는 워킹 샘플이었기 때문에 오늘 행사장에 전시된 것이 토요일부터 판매에 들어가는 진짜 제품이라는 점에서 참석할 필요는 있었습니다. 행사가 있던 오늘 2시 쯤에야 TX1000이 한국에 도착했기 때문에 기자 행사 때 제품 설정이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은 문제가 좀 있었는데, 블로거 파티 행사 때는 괜찮았는지 모르겠네요.


TX1000의 특징에 대해서는 줌인라이프의 ‘터치스크린 액정 탑재 엔터테인먼트 노트북‘을 참고하시고요.


사실 저는 TX1000에 제법 큰 기대를 갖고 있었습니다. 아직도 TC1100의 향수들이 아련히 남아 있기 때문에 태블릿 PC에 호의적이기도 해서 태블릿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고 TX1000도 그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이겠지요.


태블릿 PC라면 아무래도 손맛이랄까요? 찌에 걸린 고기를 끌어 당길 때의 짜릿한 손맛 때문에 낚시를 즐기는 것처럼 태블릿도 짜릿하지는 않지만 색다른 손맛이 있습니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과 쓰는 것은 감성 자체가 다르니까요. 문자를 보내는 메신저도 태블릿 PC에서는 펜으로 쓴 손글씨 그대로 상대에게 보낼 수도 있고 이는 마치 볼펜으로 메시지를 적은 포스트잇을 보내는 느낌이 들어서 좋습니다. 손으로 쓰는 게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보다는 분명히 느리지만, 사람마다 다른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것에 끌리게 되거든요. 아마도 그런 맛에 길들여지다 보니 태블릿 PC 관련 글을 올리는 모양입니다. ^^;



제 생각과는 조금 다르지만 오늘 기자간담회에서 TX1000의 의미를 설명하시던 HP 김대환 이사도 하드웨어 입장에서 터치를 이용한 감성적 측면을 강조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태블릿 PC와 노트북을 딱히 구분지어서 생각하라고 강요할 수가 없습니다. 사실 태블릿 PC는 써보기 전까지는 노트북과 구분을 짓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으니까요. 여기서 써본다가 가진 뜻은 하드웨어를 비교해보는 게 아니라 쓰기를 이용하는 작업들을 하면서 느끼는 감수성의 차이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인식은 비싼 태블릿 PC에 저항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8일 오전에 TX1000의 시판 예상가가 공개되었을 때 기자들 반응도 생각보다 안좋았습니다. 튜리온 X2 ML-35를 넣은 것이 159만원, 튜리온 X2 TL-56을 넣은 것이 179만원이었거든요. 시장에서 가격을 조정하는 여력을 감안해 책정한 것이었지만, 100만원 안쪽에 있는 튜리온 64 X2 노트북과 비교해보면 비싸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태블릿이라고 해도 일반인들에게는 노트북의 한 종류로 볼 뿐이라는 점에서 HP 담당자들도 고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런 지적이 많아서인지 일단 TX1000의 가격에 대해서는 재검토할 여력이 있다고 하더군요. 얼마나 조정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내일, 아 자정이 지났으니 오늘 채널 발표회를 할 때쯤이면 윤곽이 드러날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TX1000은 회전되는 와이드 화면이나 태블릿 PC의 전체 크기 등 거의 다 마음에 들고 값만 싸다면 저도 하나 사고 싶은데 화면 시야각과 압력 패널만은 마음에 안들더군요. 광시야각 TN을 쓰지 않은 탓에 특정 각도에서 잘 보이지 않는 현상이 있고, 압력식 터치 패널을 썼는데 약간 힘주어 써야만 글이 안끊깁니다. 압력식 패널의 푹신한 느낌도 없고 화면도 깔끔하고 좋지만, 그 두 가지 약점을 보면 자꾸 TC1100이 생각나네요.


TX1000에 대해서는 오늘 참여한 다른 블로거께서 좀더 자세한 정보를 올려주시지 않을까 합니다. 전 이만 출근을 위해 잠을 청하러 가야겠네요.


PS. 2월 14일에 글을 추가합니다. 아마도 15일에 공식 보도자료를 낼 것으로 보이는데, 한국 HP에서 ML-35 버전은 139만 원, TL-56 버전은 159만 원으로 정했습니다. 하지만 시장가는 총판의 경쟁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정상가보다는 조금 낮아집니다. 참고하세요.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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