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MS의 엘리트에 낚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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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전과 오후에 기자 간담회가 하나씩 있었습니다. 오전에 있던 미오 간담회 이야기는 나중에 올리기로 하고, 이슈로 생각했던 오후 한국 MS의 엘리트 이야기부터 꺼내봅니다.


한국 마이크로소프트가 XBOX 360 엘리트를 발표한다고 해서 다녀왔습니다. 오후 3시에 시작한 행사인데요. 아.. 이거 한마디로 말하면 ‘지대’ 낚였습니다. XBOX 360 엘리트라면 오는 16일에 출시되는 플레이스테이션3의 대항마로써 인정할 수밖에 없는 콘솔 게임기가 아니겠습니까? 그런 대항마를 어제 발표한다니 얼마나 기대가 되었겠습니까? 더구나 플레이스테이션3 출시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한국 MS가 이같은 발표일정을 잡은 것을 보니 ‘한번 제대로 붙자는 거구나’라면서 MS의 그 배포를 높이 사기도 했고요.(나쁘게 보면 남의 집 잔치에 찬물 끼얹기겠지만…)


실제로 미디어 워크숍 행사장에 가니 시커먼 XBOX 360 엘리트가 있더군요. 한국 MS에 따르면 자사가 아시아에 배치한 3대 뿐인 엘리트 가운데 한 대를 가져다 놓았다더군요. (그렇게 귀해보인다는 생각은 안했습니다만,) 행사가 시작된 뒤에 그 시커먼 녀석을 언제 얼마에 내놓을지 말하기를 기다렸지요. 그.러.나. 어제는 아니었습니다. 이런~ 기대를 완전히 무너뜨리는군요. 어제는 “XBOX 360 엘리트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최초로 내놓을 거다. 언제, 얼마일지는 모르지만…“이라는 게 엘리트와 관련된 발표 내용이었습니다.(비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빠르면 가을, 늦으면 연말입니다. 연말이면 Wii가 대기중이어서 가을 유력입니다.)


우리나라에 낸다는 것은 일찍이 알려진 사실인데, 이를 공식 확인한 자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엘리트는 관심을 끌기 위한 단순한 ‘떡밥’이었던 것이지요. 그것도 제대로 뭉쳐지지 않은…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실 어제는 엘리트가 아니었어도 관심을 가질 만한 소스가 두 가지 있었습니다. 하나는 XBOX 360에서 문자를 입력할 수 있는 초소형 키보드를 선보인 것도 얘깃거리가 될 수 있었고요. 문자 입력 패드야 사진으로 한번 보면 이해가 될 듯 싶네요. 이것은 컨트롤러 아래에 붙여서 엄지로 누르는 형태입니다.

다른 하나는 크로스 플랫폼입니다. 오는 14일에는 XBOX 360 버전을, 오는 7월에는 PC 버전으로 나올 섀도우런이 서로 다른 플랫폼(XBOX 360과 비스타 PC)에서 실행하더라도 XBOX 라이브에서 서로 어울려서 멀티플레이어 게임을 즐기는 크로스 플랫폼을 시연했기 때문입니다.


크로스 플랫폼은 좀 더 고찰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는 말로는 모자랄 것 같습니다만, 크로스 플랫폼은 사실상 라이브를 PC 영역으로 확장하는 데 동기를 부여하는 기술입니다. 지금까지 XBOX 라이브는 XBOX나 XBOX 360을 통해서만 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서로 다른 기종이 크로스 플랫폼 기술을 거쳐 온라인에서 만나도록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XBOX 라이브로 게이머들을 이끌 수 있을 것입니다. PC에서 섀도우런을 실행해 멀티 플레이어 게임을 즐기려면 라이브 계정을 만들어야만 접속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면 앞으로 크로스 플랫폼 게임이 늘어날 경우 라이브 이용자를 증가시켜 세계 최대의 온라인 게임 서버로써 발전할 수 있는 괜찮은 시도로 보입니다. 기어즈 오브 워나 로스트 플래닛도 크로스 플랫폼을 위해 곧 선보인다니 기대해 볼만합니다. 아.. 섀도우 런을 비롯해 향후 출시 계획이 잡힌 게임은 모두 비스타 전용으로 나옵니다. (그 뒤 XP용으로 나온다는 말을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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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비스타 PC와 오른쪽 XBOX 360 엘리트에서 섀도우런을 실행한 뒤 XBOX 라이브에 만들어 놓은 게임 룸에서 함께 게임을 즐기고 있다.

크로스 플랫폼은 사실 온라인 게임 업계의 플랫폼 확장에도 유리한 부분이 없잖아 있습니다. 침체된 PC 게임을 살리는 작은 기회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PC 중심의 온라인 게임의 콘솔화를 유도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더 많은 게이머를 끌어올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구체적으로 어떤 온라인 게임이 크로스 플랫폼을 지원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듣자하니 넥슨 마비노기가 그러한 형태로 나올 수도 있다고만 합니다-불확실한 정보임), 온라인 게임을 콘솔 쪽으로 확장하기를 원하는 국내 게임 업체들에게도 한번쯤 도전해볼만한 이야기임에는 틀림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MS가 국내 게임 시장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과 그 지원에 맞는 믿음직한 결과가 따라줘야 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협력 관계가 만들어질지는 두고봐야겠네요. 크로스 플랫폼을 국내 게임 산업과 연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발표한다면 굳이 엘리트로 낚지 않아도 많은 이들이 더욱 긍정적인 뉴스를 내지 않았을까 합니다.

다만 크로스 플랫폼이 비스타에만 호환성을 갖는 탓에 윈도 XP가 많은 PC방 등에서는 당장 현실적으로 적용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나중에 윈도 XP로도 하겠다고 하지만.. 정말 그럴지는 일단 의심스러운 부분이고요. 이런 정책은 비스타의 시장 확대를 노린 방편이기도 하니까요. 문제는 윈도 XP가 대부분인 PC방에서 비스타 업그레이드를 하려면 국내 온라인 게임들의 비스타 호환성이 높아져야 하는데, 호환성을 높이라고 강요만 해서는 소용 없는 일입니다. 정작 기술만 빛나고 쓸 일은 별로 없는 ‘빛 좋은 개살구’ 같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지요. 크로스 플랫폼용 패키지 게임이 국내에서 얼마나 인기를 얻을지 알 수 없는데다 PC방 같은 대규모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마땅한 떡밥은 되기 어렵습니다. 적어도 지금 XP 플랫폼에서 PC방에 수익을 가져다주는 게임의 비스타 화를 적극 유도하지 않으면 안되는 크로스 플랫폼의 대규모 시장 확대는 남의 나라 이야기일 것 같네요.

라이브의 확대 측면에서 볼 때 마켓 플레이스 같은 유료 서비스나 향후 실시할 IPTV 등의 PC 플랫폼 개방에 대해서는 좀더 두고봐야겠습니다. 엔터테인먼트 부분은 아무래도 미디어 센터 PC쪽이 더 어울릴 것 같은데, 이는 미디어 산업 정책과 향후 PC 업체 분위기를 연계해서 생각해야 할 듯 싶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정리해야겠네요.

아무튼 어제 한국 MS가 던진 떡밥은 기대치만큼 그리 맛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엘리트는 알맹이가 빠졌고 크로스 플랫폼에 대한 비전은 좋지만 시장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한국 MS에게는 안됐지만, 어제의 김빠진 미디어 워크샵으로 플레이스테이션3에 대한 관심도만 높여준 게 아닌지 모르겠네요.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12 Comments

  1. 2007년 6월 13일
    Reply

    저는 제목을 “한국, MS의 엘리트에 낚이다”로 읽어서 칫솔님한테 낚였네요;;;

    • 2007년 6월 13일
      Reply

      ㅎㅎㅎ 낚이셨다면 죄송합니다. jollaga님을 낚았으니 저도 낚시에 소질이 있나 봅니다.

  2. 2007년 6월 13일
    Reply

    칫솔님의 해당 포스트가 6/13일 버즈블로그 메인 헤드라인으로 링크되었습니다.

  3. 2007년 6월 13일
    Reply

    저도 제목에 낚였습니다;;

    • 2007년 6월 13일
      Reply

      흑~ 낚시질을 피하는 내공에서 한 수 위이신 SuJae님까지 낚이시다니… 이를 어찌합니까~~ ㅜ.ㅜ

  4. 2007년 6월 13일
    Reply

    다 관두고 소음 발열 다운 세 가지만 해결됐으면 좋겠네요.
    하도 이에 대한 안 좋은 평을 들어서 사고 싶어도 너무나 꺼려집니다.
    PS3가 지금 많이 고전하고는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좋은 사양으로 발매되고
    하반기에는 NDSL 제대로 마케팅해서 제대로 인기몰이 한 닌텐도코리아가 Wii도 정발을 할 텐데
    이 세 가지 문제 해결 안 되고 가격 다운 안 되면 진짜 삼돌이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 2007년 6월 13일
      Reply

      사실 발열은 가까이 가지 않는 한 느껴지지 않아 상관없지만 소음은 정말 할말이 없습니다. 전 TV 옆 장식 장에 삼돌이를 넣어 뒀는데 10분만 지나면 너무 시끄러워서 게임을 하기 싫더군요. 코어 삼돌이는 싼 맛에라도 살아남을지 모르지만, 엘리트 삼돌이는 뭐라 판단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5. 2007년 6월 15일
    Reply

    Xbox 미디어 워크숍에서 소니픽쳐스코리아가 7월달부터 HD-DVD를 발매한다고 발표했는데..한국 떠난 유니버셜의 배급권을 소니픽쳐스 코리아가 가지고 있다지만.. 어떻게 될지 잘모르겠네요..OTL

    • 2007년 6월 15일
      Reply

      그 이야기를 듣기 전에 나와 버린 것 같습니다. ㅎㅎ 아마 낸다고 했다면 그대로 할 가능성이 높을 듯 합니다. 블루레이만으로는 전체 시장(타이틀과 관련 하드웨어)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고 유통에 대한 책임감을 다하라는 압박도 많을 테니 더 이상 미루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네요. 일단은 긍정적으로, 7월에 안나보면 부정적으로 판단하면 되지 않을까요? ^^;

  6. 2007년 7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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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까지 크로스 플랫폼이 약한 게 사실이긴 합니다^^;

    • 2007년 7월 18일
      Reply

      그래도 많이 기대하고 있답니다. 특히 MS가 E3에서 발표한 PC게임 라인업을 보면 더더욱.. ^^
      근데 아크몬드님 휴가 나오신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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