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으로 만든 소, 기술의 존재 이유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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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텍스를 참관하고 돌아오는 대만의 마지막 관문인 장개석 국제 공항의 출국장 통로를 걸어 나오는 길에 기이한 모형, 아니 작품을 하나 봤습니다. 소와 관련된 각종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었는데, 그 중에 휴대폰으로 만든 소가 있더군요.


이 소를 찬찬히 들여다보니 정말 엄청나게 많은 휴대폰이 쓰였더군요. 몇 개나 들어갔는지 세보다가 실패했지만, 바닥에 널린 것까지 포함해 거의 100여개의 휴대폰 목업이 쓰인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노키아, 삼성, LG, 모토로라 뿐만 아니라 여러 업체의 적지 않은 휴대폰이 쓰였는데, 이중에는 실제 휴대폰도 있고 플라스틱 목업으로 된 휴대폰도 섞여 있습니다. 얼굴이나 몸통의 골격, 다리와 발도 모두 휴대폰을 붙이고 나사로 박아서 만들었습니다. 휴대폰 충전 케이블로 꼬리를 만드는 센스도 발휘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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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는 충전 케이블로 표현

이 소의 이름은 ‘경과 정’, 이 전시회에서 ‘황금소’상을 받았고요. 이 작품을 출품한 사람은 국립대만예술대학 공예설계학과의 짱홍화 라는 사람인데요. 출품 이유와 작품 평가가 모두 한문으로 써 있던 터라 중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바로님께 해석을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해석된 내용을 보니 겉으로 보는 것보다는 의미가 깊더군요.


경(境)과 정(淨)
작가 : 쨩홍화
학교 : 국립대만예술대학 공예설계학과
재질 : 플라스틱
창작이념 : 대량의 휴대폰의 외피과 회로판등의 부품이 마구잡이로 버려져서 환경 오염문제로 발전하고 있다. 서로 맞붙이게 하여 만들어진 우뚝 솟은 모양의 조형은 대중으로 하여금 생명이 없는 기술이 중요한지, 아니면 생명이 있는 환경이 중요한지에 대한 사유의 기회를 마련해준다.


작품을 보며 느끼는 것에 비하면 좀더 많은 의미를 가진 것이 어쩌면 ‘꿈보다 해몽’ 같아 보입니다만, 그래도 창작 이념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듯 보입니다. 이 소는 휴대폰으로 인한 환경 파괴의 상징물이면서 동시에 무엇을 위해 기술을 발전해 나가고 있는지 단적으로 설명하고 있으니까요. 아래 좀더 자세한 작품 해설이 있습니다.


경과 정
과학의 진보와 새로운 세기의 요구의 필요에 의해서, 휴대폰은 이미 현대인의 필수품이다. 사람들의 손마다 휴대폰이 있는 것은 이미 놀라운 일이 아니다. 어떤 이는 심지어 두세대의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상인들은 이런 큰 떡을 노리고, 매년 더욱 강력하고 더욱 화려한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타이완에서만 매년 720만대가 팔리고 있다. 이는 매달 60만대가 팔리고 있다는 소리와 같은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놀라운 판매량 앞에서 우리는 하나의 문제와 직면하게 된다.  – 휴대폰,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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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에 보이는 삼성 휴대폰
우리나라도 1년에 1천 만대가 넘는 휴대폰이 교체된다고 합니다. 그중에 회수되는 폐 휴대폰은 40% 미만이라고 하는군요. 휴대폰 한 대에 납 0.26g, 카드뮴 2.55ppm, 코발트 274ppm의 중금속과 유해 물질을 담고 있다고 하니 회수되지 않고 버려지는 휴대폰은 언제나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폐 휴대폰이 쓰레기만 있는 것은 아니라 하더군요. 폐휴대폰 1톤에서 금 0.4㎏, 은 2.3㎏을 뽑을 수 있답니다. 비록 얼마 안되는 양이라도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는 양입니다.


때문에 이러한 휴대폰을 모아 버릴 건 버리고 얻을 건 얻자는 이야기가 많고 다양한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폐 휴대폰은 동사무소를 비롯한 가까운 관공서의 그린 박스라는 폐휴대폰 전용 수거함에 넣으면 됩니다. 전국 6375개소에 설치되어 있다고 하네요. 폐 휴대폰, 더 이상 우습게 볼 일이 아닌 것만은 분명합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8 Comments

  1. 2009년 6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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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 400g 이면 많은거 아닐려나요 ^^;
    문득 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광고를 보면서 담배연기 모아서
    카드늄등의 중금속을 추출해도 되지 않을까 라는 망상이 들더군요 ㅋㅋ

    • 칫솔
      2009년 6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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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대폰 하나를 100g으로 치면 휴대폰 1만 개는 있어야 금 400g을 모은다는 이야기지요. 사금 캐는 것보다는 많을지도 모르죠. ^^

  2. 2009년 6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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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차니//저도 오늘 담배갑을 보고 문득 그 생각을 ㅋㅋ 니켈도 있더라구요! 건전지를 하나 만들 수 있을 듯 ㅋㅋㅋㅋ

    • 칫솔
      2009년 6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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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거 추출하는 데 돈이 더 들겠어요. ^^

  3. FatherBr
    2009년 6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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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대폰 1톤에서 금 400g 을 추출하기 위한 화공약품과 정제설비 생각해 보면 글쎄요.
    완전히 규모의 경제를 구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면 섣불리 덤비기 어렵겠다는.

    • 칫솔
      2009년 6월 15일
      Reply

      맞습니다. 다만 휴대폰과 더불어 다른 전자 제품에 있는 금까지 함께 추출한다면 어떨까 싶네요. ^^

  4. 2009년 6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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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좋은 정보를 주시는군요.잘 보고 갑니다.즐거운 한주 되세염.

    • 칫솔
      2009년 6월 15일
      Reply

      재미있는 소식을 들려 드려야 하는데 말이죠. 배리본즈님도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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